수요일이 가장 여유가 있는 날이다.
아이가 태권도 하나만 다녀오면 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시간은 아이와 놀아주거나 숙제를 도와주거나 하면 된다.
오늘은 오랜만에 와이프가 일찍 퇴근을 하여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다녀왔다. 집 앞에 생긴 샤부샤부집을 가고자 했으나, 하필 회식 단체 손님이 있어 대기를 50분가량 해야 한다고 되어있어, 다음에 방문하기로 하고 옆에 있는 식당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아이가 먹을만한 메뉴가 있는 집을 찾다 보니 코다리 체인과 사골밥 등을 하는 집 중에 후자를 택했다.
아이가 있으면 모든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아이에게 집중하기 마련이다. 메뉴도 그렇고 먹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게 된다. 아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가 하고픈 대로 하고만 있고, 때로는 먹은 것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큰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럴 때 혹여 옆 테이블에 다른 사람들이 있기라도 하면 신경이 매우 예민해진다. 외식을 하러 나가는 것은 편하고자 함이지만, 때로 오히려 불편한 식사를 하고 올 때가 많다. 혼자 크는 아이라 더 아가일 때 오냐오냐해준 부분이 많다 보니 많은 부분 지금 힘든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요즘 아이가 큰 소리를 치거나, 맘에 들지 않는다고 때리는 경향이 왕왕 발생한다. 그럴 때마다 단호하게 말을 해주고는 있지만, 잠시뿐이고 또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지? 아이는 어떤 상태에서 그런 행동이 나오는지를 눈여겨 보고 원인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 주어야 하는지 찾아보고자 한다.
하나를 깨우치면 또 깨우쳐야 할 것이 생겨난다. 육아라는 것은 아이를 떠나보내기 위함이라고 했는데, 떠나보내기도 전에 해야 할 것이 굉장히 많다. 독립을 시키기 전까지 계속 배워야 할 것들이 생겨만 날 것 같다.
아침에 아이가 등교 전 딩동댕 유치원을 함께 보는데 오늘은 '끝말잇기 놀이'에 대해서 나왔다. 올 초 즈음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 길에 한 번 끝말잇기 놀이가 좋다고 하여 해본 적이 있었으나, 워낙 단어가 짧다 보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오늘 아이는 방송을 보며 관심이 많은 눈빛을 보였고, 한 번 같이 해보자고 했을 때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놀이를 이용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고 하니 '끝말잇기 놀이', '스무고개' 등 단어와 연상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면서 질문과 응답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아이와 해봐야겠다.
날씨가 추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놀이터에 가고 싶다고 한다. 저녁을 먹으러 가기 전 잠깐이나마 놀이터에 들러 그네를 탔다. 해가 떨어지고 난 후 영하의 기온에 놀이터에 나와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아이는 그 상황이 너무 좋은가 보다. 평소 같으면 그네에 몇 명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아무도 없으니 신이 나 그네로 달려간다. 그러고는 그네를 힘껏 밀어 몇 번을 발로 차 보지만, 좀처럼 올라가질 않는다. 춥고 손이 시려우니 아이의 발차기가 그다지 힘이 없다. 장갑이라도 가져왔으면 하는 찰나, 아이 양말이 주머니에 있는 것이 생각나 양말을 손에 끼어주니, 아이도 그 상황이 웃긴가 보다.
"아빠, 이건 양말이잖아. 양말을 왜 손에 끼어?"
"추워서 손가락이 어는 것보다는 양말이라도 손에 끼어서 장갑처럼 하는 게 더 좋을 거야. 한 번 해보고 불편하면 빼자."
"하하하하하, 양말이 장갑이네. 이거 좋은데?"
그러고는 손이 시리지 않은지, 그네를 힘차게 밀어달라고 한다. 있는 힘껏 뒤로 당겼다가 휙 하고 밀어주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온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타긴 했지만, 아이의 기분은 굉장히 좋아졌다. 역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만큼 쉽게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없는 듯하다.
오늘 학교에서 수업이 힘들었는지 셔틀버스에서 내릴 때에도, 태권도 다녀오고 셔틀버스에서 내려올 때도 힘이 많이 없어 보였는데, 추운 날씨에 그네도 타기도 했고, 저녁도 배부르게 먹고 나서 그런지 졸리다고 했다. 일찍 잠을 자라고 했는데, 혼자서는 잠이 잘 안 오는지 엄마 옆에서 책을 들고는 보고 있다. 일찍 자라고 들여보냈더니 10시 반이 넘도록 잠을 안 자고 있고, 결국은 아빠를 부른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 손을 가슴 위에 얹고, 오늘 하루의 일과를 조용히 읊어 본다. 여러 가지 경험들, 느꼈던 것들을 하나둘씩 읊어 보고, 그중에서 행복하고 좋았던 느낌을 떠 올려 보라고 말을 해주니 아이의 숨소리가 점점 차분해지고,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든다.
요 며칠 나라의 혼란스러움에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날씨도 추워지니 계속 잠이 쏟아져 온다. 오늘은 일찍부터 블로그에 하루를 정리하고 자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12시를 넘겼다.
날씨가 너무 춥고 외풍이 불어 잘 때 너무 춥기에 탄소매트를 깔아보았다. 지금 데워와놓고 왔는데 얼른 가서 누워봐야지. 따뜻하게 오늘은 잠을 푹 좀 잤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