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황분석

(금융 - 정책금융)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그리고 산업은행의 개입(1) - 개요, 왜 하필 지금?

시나브로 상승 2020. 11. 19. 07:02

 

새벽녘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겨울을 코앞에 두고 기온이 20도 가까이 되더니(현재도 20도), 여름에 태풍 왔을 때만큼이나 강한 바람을 동반한 장대비가 쏟아지네요. 차를 거의 지하주차장에 대어 두고 있다보니 먼지가 좀 쌓여 '주말에 세차나 해야겠다' 마음을 먹어둔 것이 생각나 얼른 키를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왔습니다. 차가 깔끔하니 먼지가 잘 씻겨 나갔습니다.

 

일찍 일어난 김에 출근 전 시간이 좀 남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관해서 정리를 하려던 것을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발이 되었던 시점부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HDC현산은 9월 11일 공시에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방적인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해지 통보'를 한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HDC현산 측은 2019년 결산 내용 중 중대한 변동(밝혀지지 않았던 우발부채의 규모 증가)이 있었기 때문에, 재실사 요구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통보에 대하여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아시아나 항공 매각 무산 시 모든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였습니다.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주 채권단으로서 매각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기준 재무제표를 전달받았을 때의 내용과 19년 결산 재무제표 상 수치가 달라진 점에 대하여 HDC현산의 투명한 자료 요청에 대하여 왜 비판을 하는지 사실 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무엇이 문제이지? 왜 팔 때 우발부채 규모를 숨기고 저렇게 상도덕에 어긋나게 팔려고 하는 것이지? 그리고 매수자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고?').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소식(9월 11일)을 접한 후부터 약 2달이라는 시간이 흘러 11월 12일(목)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갑자기 날아들었습니다. 그리고 16일(월) KDB산업은행 측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확인을 하였고, 같은 날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산경장)에서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한 보고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었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양대 대형항공사(FSC) 및 저비용항공사(LCC) 3개사의 통합을 추진한다.

 

그리고, 인수 방식은 1) 한진칼이 8천억 원을 산업은행으로부터 조달(3자배정 유증 5,000억 원, 교환사채(EB) 3,000억 원), 2) 한진칼은 이를 대한항공에 대여, 추후 유상증자 납입대금으로 활용, 3) 대한항공은 2.5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4) 유상증자 대금 중 1.8조 원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3자배정 유상증자 1.5조 원, 영구채 매입 3천억 원)

[항공운수]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발표. 적정 시가총액은? (URL: http://vip.mk.co.kr/newSt/news/news_view2.php?t_uid=6&c_uid=48425&sCode=12)

 

 

사진 삭제

출처: KDB산업은행

 

다른 산업분야에 대한 정책금융을 하는 입장에서 이 번 이슈를 본다면, 특이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된 시점으로부터 약 2달이라는 시간 내에 산경장의 안건으로서 상정되고 보고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보통 산경장 안건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상정 전 차관급 회의에서 1차적으로 검토 보고가 이루어지고, 그다음 더 내용을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산경장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물론, 이 내용 자체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기에 내부통제를 통해서 밖으로 내용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차관급 회의 내용은 잘 통제가 되었는데, 산경장 내용은 미리 보도가 되었다?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HDC현산이 지속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재실사를 요구하며 인수가 무산될 것에 대한 대비 방안으로서 본 내용이 검토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 내용이 오랫동안 검토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고, 당장 이를 대체할 만한 방안이 없다고 판단이 되었고, 산경장 이전에 차관급 회의 일정이 없었기 때문에 서면으로 우선 보고 및 검토가 되었다는 가정 하에 진행이 되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왜? 파일 11월 16일 산경장일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진칼의 경영권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해상운송 시장의 변화로 '한진해운 파산' 사건이 재조명되는 점입니다.

 

첫째로, 한진칼의 경영권 싸움의 결론이 초읽기에 들어갔고, 결과에 따라 KDB산업은행의 준비 방안 무산이 가시화되었다는 점입니다. 한진칼은 조원태 vs 조현아+강성부펀드+반도 의 3자 연합 구도로서 경영권을 가지고 싸우고 있으며, 최근 3자 연합은 임시이사회를 통해 이사회 인원을 늘리고, 이사회에 진입 후 내년 초 임시이사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퇴진을 시키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그동안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지원 방안으로 준비하던 방안이 물거품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KDB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에게 위의 내용으로 선제안 하였고, 지금대로 흘러갈 경우 내년에 본인의 퇴진이 가시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썩은 동아줄'이라고 잡아야 했을 것으로 이해됩니다. KDB산업은행은 이번 지분 참여로 대한항공의 책임 경영을 위한 캐스팅 보드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며, 각종 위원회 및 사회이사로 참여하며 경영정상화를 위하여 힘을 쏟겠다는 내용으로 포장하였습니다. 왜 저에게 이 내용이 '이번 지분 참여로 내가 대한항공 경영권에 시어머니 노릇을 할 거야. 그리고 우리은행 애들 은퇴하면 사외이사 자리라도 좀 앉혀 줘야지 않겠어?'라고 아니꼽게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는 해상운송 물류의 선복량이 부족하여 화물을 실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최근 전 정부의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국민들의 질타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KDB산업은행은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서 본 내용을 발표하며, 전 정부에서 벌어진 한진해운의 파산과 같은 방법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며,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이 중요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때문에 이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하였습니다.

 

한진해운 파산 전 KDB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약 3천억 원의 정책금융 지원 요청에 불응하였고, 그 결과 한진해운이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영향을 적지 않게 주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 하네요(이동걸 회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부분은 아쉽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쉽다라..). 그리고, 남아있던 현대상선에 훨씬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고, 그 정도로도 부족하여 정부는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여 KDB산업은행과 함께 지원을 하며 HMM(옛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함께 진행하였습니다(2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하는 등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무언가 교훈을 얻었을까요? 아무튼 전 정권 하에서 이동걸 회장은 한진해운에 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파산하는데 영향을 주었고, 이번 정부에 들어서는 한진칼을 돕겠다니, 한진그룹에 대한 이동걸 회장의 마음에 진 빚을 갚고자 함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쓰다 보니, 출근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네요. 일단 여기까지 (1) 편으로 마무리 짓고, (2) 편은 이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2) 편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