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5년 1월 9일 - 53일차

시나브로상승 2025. 1. 10.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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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 게임]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셔틀을 타고 오기 전 편의점에 들렀다.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우유와 맥주를 산 후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아이가 셔틀버스에서 내리며 내가 들고 있는 커다란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보고는 묻는다.

"어, 아빠! 딸기우유 샀어요?"

"어, 맞아. 딸기우유 샀어."

 

평소 편의점에 가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사게 되면 으레적으로 20L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구입하며 물건들을 담아 온다. 아이는 무언가 담긴 종량제 쓰레기봉투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딸기우유를 생각한 것이다. 작은 정보를 가지고 다른 것을 유추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아내와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대화를 나누던 중 둘 모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자, '오늘 저녁으로 치킨 어때?'라며 통했다. 아이를 데리러 나가기 전 치킨을 시켜 놓고 나왔다. 평소 같으면 치킨을 매우 좋아하는 아이에게 '얼른 집에 가서 네가 좋아하는 치킨 먹자.'라고 말을 했을 텐데, 아이가 쓰레기봉투를 보고 딸기우유를 떠올린 것을 보고 추론을 통해 치킨을 맞춰보도록 했다. 얼마 전 아이들의 뇌 발달 중 '추론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 스무고개 게임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기 봐봐. 이 봉투 안에 딸기우유 말고 뭐가 더 들었지?"

"음. 아빠가 좋아하는 거네? (고개를 젖히며 무언가를 마시고 탄성을 내뱉는 제스처를 하며) 음, 캬~ 하는 거"

"맞아! 그걸 뭐라고 하지?"

"음... 이거 캔이잖아."

"맞아! 캔이야. 그런데, 무슨 캔이라고 하지? 뭐라고 하는지 기억이 안 나?"

"음... 모르겠어."

"맥주, 맥주 캔이잖아."

"아! 맥주. 엄마랑 컵에다가 따라서 짠하고 마시는 거."

"맞아! 맥주를 컵에 따라서 셋이 컵을 짠하고 마시지? 얼른 집에 가서 우리 짠할까?"

"응. 음, 캬~도 해야지."

"하하. 그래. 음, 캬~도 하자. 그런데 아빠가 맥주를 왜 샀을까?"

"맥주 마시려고. 아빠 그거 좋아하잖아."

"당연히 맥주를 마시려고 샀지. 아빠가 무얼 먹을 때 맥주를 같이 마시지?"

"과자. 과자 먹을 거야? (봉투 안을 재차 확인하며) 과자 샀어?"

"아니, 다른 거. 다른 거 떠올려봐. 아빠가 언제 맥주를 마시지?"

"밤에! 깜깜해지면 맥주를 마셔."

"아, 아빠가 말한 언제는 낮, 밤을 물어본 건 아니고, 주로 무엇을 시켜서 먹을 때 맥주를 같이 마시지?"

"아, 치킨! 치킨을 시켜서 먹을 때 아빠가 맥주를 마셔. 오늘 치킨 먹어?"

"딩동댕! OO이가 좋아하는 치킨 시켰지. 춥다, 얼른 뛰어가자. 얼른 뛰어가서 치킨 먹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계속된 질문과 응답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단서들을 가지고 유추를 통해 생각의 폭을 좁혀나가 결국 상대방의 의도 및 생각 또는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능력인 추론 능력을 게임처럼 하니 아이가 재미있어한다. 나 또한 아이가 하나하나 실타래를 풀어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바라보게 된다.

 

아이와 셔틀을 타러 갈 때, 그리고 셔틀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올 때 5분 내지 1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본다. 사진 찍기, 뜀박질, 술래잡기, 가위바위보 등 다양한 놀이를 주로 해왔다. 최근 스스로 책을 읽는 횟수가 늘고, 무언가를 쓰려고 하는 것이 늘어, 몸으로 노는 것보다 어휘력을 늘려주기 위해 추론 게임을 해보았다. 5분이라는 시간이라면 1~2개를 할 수 있는 시간인 것 같다. 그 답을 유추하기 위해 내뱉는 단어 및 문장의 개수가 제법 많다. 신효원 작가의 「아이의 말하기 연습」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무 말 대단치, 스무고개 등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이 아이의 발화 및 어휘력 증진, 더 나아가 문해력 증진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틈나는 대로 질문하고 놀이처럼 재미있게 이끌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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