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스펀지야 스펀지]
아이들의 습득 속도는 정말 빠르다. 아이를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아이가 노출되어 있는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펀지처럼 모든 것을 습득해 버리기 때문이다.
와이프와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중 아이가 어른들에게 존댓말을 잘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모님께서 옆으로 이사를 오시며 아이는 자연스레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주 뵙게 되었다. 내가 부모님께 존댓말을 쓰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할아버지, 할머니께 자연스럽게 존댓말을 사용하게 되었다. 외할머니를 뵈러 가서도 당연히 존댓말을 자연스레 잘 쓴다. 가르쳐서 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다.
최근 아이의 언어가 늘고 있는 시점이다. 책을 읽기도 하고, 학습지를 통해 다양한 단어를 익히기도 하며, 최근에는 내가 의도적으로 다양한 단어를 사용하며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아이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문맥 속에서 깨우치게 되고, 비슷한 상황에서 기억을 해둔 단어를 사용한 문장으로 말을 함으로써 자기 것으로 빠르게 만들어 가고 있다.
6세가 지나면 언어의 발달이 서서히 준다고 하여 걱정이 많았다. 분명 시기적으로 늦기는 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의 언어 발달을 위해 읽은 두 권의 책에 나오는 내용들을 생활에 녹여내고, 아이에게 자연스러운 노출을 시켜줌으로써 아이의 언어 발달에 자극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빠르고 느리고의 객관적 기준은 모르겠지만, 사용하는 어휘의 폭이 증가하고 있으며, 점차 문장이 길어지고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보이고 있다. 부모만 포기하지 않고 옆에서 함께해 준다면 아이는 계속하여 성장할 것이다.
[자극의 시대에 느끼는 잔잔한 감동 - 영화 러브레터]
새해를 맞이하여 처가에 내려왔다. 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장모님을 따라 서점에 나가 노느라 바쁘다. 장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시는 터라 여유가 넘친다. 느지막이 아점을 먹은 후 와이프와 데이트를 하러 밖으로 나섰다. 가까운 도서관에 걸어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주중에 마음먹었던 블로그 주제를 정리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온다.
'러브레터 30주년 에디션으로 메가박스에서 개봉했는데 보러 갈래?'

"오 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
1995년 개봉(한국에서는 1999년 개봉) 된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의 가장 유명한 대사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패러디물을 경험했을 정도로 당시 꽤나 센세이셔널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하여 왓챠에서 배급하고 메가박스에서 개봉을 하였다.
[메가박스]러브레터 [30주년 에디션]
중학교 시절, 같은 반에 같은 이름을 가진 남자애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어느 날, 잊고 살았던 그 남자애의 연인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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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저 대사뿐이다. 와이프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짧은 메시지가 나온다.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자막으로 제작했고, 국내 최초 개봉 당시 사용된 세로 자막으로 보여집니다.'
와이프 왈,
"어떤 블로그 후기 보니까 처음에 화면이랑 자막이랑 번갈아 보느라 바빴대."
"그럼 우리 자리를 왼편에 앉았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가운데로 했는데? 그냥 봐"
세로 자막이라고 해도 화면의 오른쪽 끝에 딱 붙여 나올 줄은 몰랐다. 자막의 크기도 생각했던 것만큼 크지 않다. 와이프가 말한 그 블로그의 주인장처럼 나도 장면과 자막을 번갈아 보느라 눈알을 빠르게 굴려본다.
러브레터 하면 첫사랑에 대한 추억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한다.
후지이 이츠키를 사고로 잃은 와타나베 히로코는 3주년 추모 후 이츠키 엄마를 따라간 집에서 중학교 때 오타루에 살다 고베로 이사 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어 이츠키 엄마가 보여준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보던 중 앨범에 적힌 주소로 편지를 보내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기대하지 않았던 후지이 이츠키로부터 답장이 오게 되고, 이야기는 차차 전개된다. 동명이인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가 있음을 알게 되고, 여자 후지이 이츠키를 통해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다. 반면,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신의 중학교 시절 추억을 하나 둘 소환시키며 잊혀 있던 남자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간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와타나베 히로코와 여자 후지이 이츠키 모두 남자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생각을 더듬어 가며 점점 깊이 빠져든다.
영화 막바지 와타나베 히로코는 이츠키의 친구이자 새로운 연인인 아키라 시게루를 따라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사고를 당했던 산에 따라가게 되고, 앞서 언급했던 유명한 대사인 '오 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를 연거푸 내뱉으며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낸다. 그리고, 여자 후지이 이츠키에게 남자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추억을 담은 편지를 전부 보내준다. 반면, 여자 후지이 이츠키는 모교 학생들로부터 '후지이 이츠키 찾기'의 마지막 책을 건네받는다. 그 책은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전학을 가기 전 건네주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였고, 그 책에 꼽힌 도서 대여 출납 기록지의 뒷면에 남자 후지이 이츠키가 그려 놓은 본인의 모습을 보며 책을 가슴에 품고 애써 외면했던 남자 후지이 이츠키에 대한 좋았던 감정에 미소를 지으며 끝이 난다.
이 작품의 메인은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그리워하는 두 여자의 주고받는 편지가 메인이고, 그들의 기억에서 자리 잡고 있던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함께 느끼며 몽글몽글한 설렘과 먹먹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같은 대상을 기억하는 두 명의 사람들이 존재한다.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기억하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여자 후지이 이츠키. 남자 후지이 이츠키를 기억하는 와타나베 히로코와 아키라 시게루.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여자 후지이 이츠키의 엄마와 시아버지. 서로 그 대상을 기억하는 시작점의 방향은 다르다. 시작점은 다르나 종착지는 같다. 그 종착지가 같음을 이해하는 순간 모두 미소를 짓는다.
요즘 대부분의 콘텐츠는 매우 자극적이고, 전개되는 스피드가 무척 빠르다. 이런 시대에 천천히 하나 둘 곱씹으며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잔잔하게 시작했던 감정이 마지막 큰 감정으로 폭발하며 주인공과 함께 미소 짓게 해주는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을 오랜만에 느끼게 된다.
20대에 봤던 작품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 오롯이 새롭게 집중하며 보게 된 러브레터. 내 나이 또래의 러브레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시 봐도 좋고, 이제 막 사랑을 하는 연인들이 함께 봐도 좋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