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찰나 와이프는 또 일찍 깨 거실로 나온다. 어제에 이어 또 왜? 이쯤 되면 나와 와이프의 영혼은 이어져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입증되는 셈인가?
일찍 깬 터라 미뤄 둔 카레를 만들겠단다. 돼지고기를 너무 오랫동안 냉장고에 넣어두어 상할까 싶다는 것이 이유다. 재료를 하나 둘 꺼내는데 중요한 감자가 없다. 나는 감자가 꼭 들어가야 하느냐 물었고, 와이프는 감자 없는 카레는 용납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냉장고를 뒤적거리더니 지난번 만들어 둔 감자채볶음을 꺼낸다.
"잠깐 있어봐."
다용도실로 가 찬장을 열어보니 고구마가 있다.
"고구마 넣어 보는 건 어때? 얘도 포테이토잖아."
어디선가 고구마를 넣은 카레를 먹어봤던 것 같기도 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는 거지. 감자채볶음을 사수하려면 고구마를 내어주며 설득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와이프 옆에 서 고구마 껍질을 까준다. 수고를 덜어주며 설득에 성공했다.
와이프는 즐길 때 콧노래를 흥얼 거린다.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 카레를 만들 때는 '노라조'의 「카레」지.
와이프가 빵 터진다. 카레 마니아인 노라조의 조빈이 '그냥 카레가 맛있어서' 만든 노래지만, 중독성이 매우 강한 곡이다. 댓글을 보니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카레 만들 때, 또는 먹을 때 이 노래를 많이 틀어둔다고 한다. 재미있는 댓글은 '오뚜기 3분 카레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시작 누르면서 이 노래 틀면 노래 끝날 때 전자레인지가 다 돌아간다'는 것이다. 안 해봤지만 플레이 타임이 2분 50초인 걸 보면 설득력이 있다.
걸쭉해질 때까지 졸이고 난 후 맛을 본 와이프가
"어, 이거 괜찮은데? 맛있다!"
다행이다. 감자채볶음을 지켜냈고, 감자의 부재로 고구마를 넣은 임기응변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카레를 맛보게 되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의도 또는 계획을 가지고 일을 해 나간다. 하지만, 그 의도와 계획대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당황하지 않는 것이다. 절대 조급하면 안 되고, 잠시 일을 멈춘 채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한다. 그 순간 대체할 만한 것이 있는지, 아니면 전면 재수정 또는 중단해야 하는지 선택의 순간에 마주칠 것이다. 조급하면 높은 확률로 일을 그르친다. 하지만, 집중하고 대안을 찾는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최근 안 좋은 일을 겪고 난 후 의기소침하고 바닥까지 내려앉았던 상황에서 발판 삼아 일어서고, 다시 한번 곱씹어 보고, 놓치고 있던 것들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을 해보니 핵심 가치가 틀린 것이 아니라 세부 실현 과정, 즉 실행 방법론에 오류가 있음을 인지하였고, 하나둘씩 수정해 나가며 많은 부분 개선이 되고, 오히려 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요즘 이 말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 짧은 시간에 감자 대신 고구마라는 임기응변을 발휘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별것 아닌 생각이지만, 결과적으로 별것으로 만들어 내었다.
'샨티 샨티 카레 카레야. 완전 좋아! 레알 좋아!'
아침에 일어난 아이에게 노라조의 '카레' 노래를 들려주니 재미있다며 몇 번을 돌려 본 것은 안 비밀.
[투자 공부의 끝은 심리]
어제 말한 대로 주식 시장이 시작을 하면 10분간은 오늘의 방향이 어떠한지 기다린다.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짧게 위아래로 요동치기만 한다. 일부러 자리를 떠 커피를 내려온다. 괜히 보고 있으면 마음만 흔들리기에 그냥 쳐다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방향을 잘 모를 땐 포트폴리오 내 종목들의 상승 개수와 하락 개수의 비율을 보기도 하고, 당일 투자 수익률을 보기도 한다. 15분 정도 지났을 때 상승 비율 65% 정도에 소폭이나 양의 수익률을 보인다. 수정된 보조 지표도 상승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때 마침 자동매도를 걸어둔 종목 1개의 매도 알림이 날아온다. 상승세에 매수 여력이 생기니 후보로 올려둔 종목 중 수익률 기대가 큰 종목 3개를 더 담는다.
오늘 종가 기준으로 1개 종목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 조금 더 나은 수익을 보였다. 전에는 이러한 상황에서 수익을 더 내지 못한 아쉬움에 다른 종목들의 매도를 하지 못해 더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 종목을 매수하면 분석 후 목표가에 매도되도록 자동매도 설정을 해둔다.
'수익을 내었으면 그만이다. 살 종목은 수없이 많다. 다만, 내 수중에 아직 그 종목들을 다 담을 만한 여력이 없을 뿐이다.'
그동안의 공부로 나만의 분석법을 만들고, 목표 지점을 계산해 내도록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지표대로 행할 뿐이다. 시장의 방향에 편승하고, 목표에 닿으면 수익을 실현시키기를 반복할 뿐이다.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움직인다.
아이 교육 관련 내용 중 부모의 언행에 관련되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라는 내용이 있다. 요즘 많은 작가들이 비슷한 제목으로 책을 출간하고 있던데, 이 내용은 투자에도 적용이 된다.
기분과 감정이 지배하는 심리가 나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 나에게 자주 하는 주문이 있다. '종목과 사랑을 나누지 마라. 종목에 정을 주지 말아라.'
육아의 목표는 '아이를 건강하게 독립시키는 것'이라 했던가? 투자의 목표는 '내가 매수한 회사가 건강하게 성장하여 나에게 수익을 안겨주고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나의 포트폴리오에서 독립을 시키는 것'이다.
[찌질한 OOO]
아침 일찍 뉴스에서 오늘 체포영장 집행 소식이 나왔다. 아침 일찍부터 생중계를 시작했지만, 오후 들어서까지 대치 소식만이 나올 뿐 이렇다 할 뉴스는 나오지 않는다. 경호처의 입장 불허, 지지자들의 방해 등의 소식, 그리고 영장의 만료일에 대한 이야기 등 집행과 반대되는 이야기만 계속되어 실시간 중계를 꺼버렸다.
1시 35분경 잘 오르고 있던 지수가 급락을 하고, 환율이 갑자기 치솟는다. 먼가 또 안 좋은 소식이 있는 것이다. 다시 유튜브를 켜고 실시간 뉴스를 본다. 수사관들의 안전 문제로 '영장 집행 중지'를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 대표가 입장 발표를 했다. '국민께서 윤석열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을 다시 확인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말 오늘의 상황에 찰떡으로 어울리는 말이다.
[속보] 박찬대 “윤석열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 재확인”
더불어민주당이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중지에 대해 “국민께서 윤석열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을 다시 확인했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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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시절 본인이 이런 식으로 해온 것인지 궁금하다. 본인의 말처럼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직접 조사 과정에서 밝히고 무죄를 입증하면 된다. 무엇이 두려워서 그러한가?
어제 한은 이창용 총재가 '국무 위원들, 고민 좀 하고 말했으면...'이라며 발언을 했다. 작금의 상황에서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게 되면 올 후폭풍이 크다. 쌓아 올리는 것은 어려운데, 무너뜨리는 것은 쉽다. IMF에서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출신인 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나라의 국운이 달린 일이니 제발 작금의 찌질하고 구질구질한 모습은 지양해 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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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위원들, 고민 좀 하고 말했으면”…이창용 작심발언
“최상목 권한대행의 결정을 적극 지지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결정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이 총재는 이날 시무식을 마친 뒤 한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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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새해 초 뉴스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그저 암울하고 나라가 두 동강 난 것처럼 대립되는 모습만 부각되고 있다.
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뛰어나도 통찰력 있는 지혜로 얼기설기 꼬아져 있는 실타래를 풀어내어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