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로 시골 내려갔다 온 것이 모두에게 피곤한 일이긴 했나 보다. 오늘 아침에 아이는 처음으로 1시간만 더 자고 싶다며 일어나질 못했고, 학교에 연락을 하고 1시간 더 재운 후 개별 등교를 했다. 그리고, 9시 정도가 되었는데 셋이 나란히 잠이 들었다. 9시 즈음 모두 잠이 든 것은 올해 처음 있는 일이다.
아이는 책임감이 강한 것 같다. 아기일 때부터 약속을 하면 싫든 좋든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킨다. 요즘 꾀가 늘긴 했지만, 그래도 약속을 하면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불편하거나 하기 싫은 것을 할 때 약속을 하여 하게 하기도 한다. 학교, 학원 모두 가야 하는 것이 있으면 졸려도 가고, 오히려 다녀오고 나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딱 1번 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 못 일어나거나 게으름을 피울 때, 안 가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말하라 하면 반드시 갈 거라며 오히려 성을 낸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렇게 꾸준함을 보이고, 귀찮고 싫어도 하는 인내심을 길러낸다면 나중에 못할 것이 없는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부모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매사 본인이 하고자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하는 기질을 타고난 것에 감사하다.
이른 시각에 자기도 했고, 오늘도 이래저래 일이 많아 독서와 운동을 빼먹었다. 음 빠진 것 2배는 해야 할 텐데, 내일도 오전부터 오후까지 일정이 많다. 그래도 빼먹은 건 채워야지. 중간중간 이동 중에 독서라도 채워 넣어야겠다는... 아이만도 못하다니...
장 막바지에 보니 코스피 코스닥이 하락세가 굳혀지는 듯하여 수익 중인 모든 종목을 매도하고, 손실 중인 종목들도 상쇄하여 매도를 한 후 최대한 인버스를 매수해 두었다. 장 시작과 동시에 지수가 빠져 매도 후 인버스를 사둘까 고민을 하였으나, 장 중 엎치락뒤치락하던 터라 장 종료 직전에 종가 기준으로 거래를 하였다. 룰을 정해두고 룰대로 하니 마음은 편하다. 주문이 조금 늦었던 터라 인버스를 충분히 사질 못했는데, 시간 외에서도 약간 분 오르고, 지금 깨서 확인을 해본 바 EWY(MSCI South Korea ETF)가 -3.5%가량 된다. 도대체 이유가 머냐? 환율은 1436원에서 변동이 별로 없다. 내일 FRB는 25 bps 금리 인하가 유력하다는데, 일단 현물 누르면서 선물과 갭 띄우고 위클리 옵션에 대한 변동성을 키우고자 하는 전략인가? 당분간은 방망이 짧게 잡고 손실 최소화 전략에 집중해야겠다. 그래도 탄핵 이후에 안정화가 생기는지 지수와 변동성 지표 간에 다이버전스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반등으로 가려고 하는 전초전의 모습이긴 하니, 당분간은 전처럼 예민하게 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내일 하루의 모습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장기 관점에서는 여전히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 하지만.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하자.
와이프는 항상 먹는 것이 걱정이다. 저녁에 일찍 마치고 돌아올 수 있으면 항상 '오늘은 뭐 먹지?' 하고 메시지를 보낸다. '집에서 밥해서 먹지?'하고 보내니 일탈이 필요하단다. '응? 점심이고 가끔 저녁까지도 나가서 밥 먹고 회식도 하고 잘 먹고 다니지 않나?'라고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햄버거가 먹고 싶어"
그렇다. 패스트푸드는 먹질 않지? 피자, 치킨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잘 먹지 않는 편이니, 와이프에게는 일탈이 맞겠다. 나도 최근에 그런류의 음식을 피하다 보니 며칠 전 블로그 글 써서 받은 빅맥 쿠폰을 사용했을 때 몇 달 만에 먹은 햄버거였으니, 그런 소소한 일탈에서 오는 쾌감이 필요했나 보다. 몸이 피곤하고, 머 먹는 것도 일이 될 때 햄버거는 꽤 좋은 대안이 되긴 하지. 오래간만에 먹은 쉐이크쉑 햄버거가 딱 본인이 찾던 그 맛이라며, 먹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와이프를 보니 괜히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와이프가 내년 여름 방학 때 LA를 놀러 가자고 한다. 친구네 가족이 안식년을 얼바인으로 떠나고, 친구 한 명은 지금 샌디에이고에서 유학 중이라 가기 딱 좋은 시기라고 한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를 뒤져본다. 마일은 충분히 있긴 한데, 이코노미석에만 사용 가능하다 보니, 별로 메리트가 있는 가격은 아니다. 아시아나 마일 소멸되는 것이 있어, 편도로 아시아나, 대한항공 끊어 보려 했더니, 복 편의 경우 유류할증료가 어마어마하다. 대한항공 왕복으로 3명이 약 26만 마일 + 89만 원인데, 편도로 각각 끊게 되면 19만 마일 + 180만 원이다. 여기에 대안인 에어프레미아 왕복 티켓을 알아보니 이코노미로는 이번 주 이벤트로 인해 320만 원, 프리미엄 이코노미로 480만 원이다. 아시아나건 대한항공이건 FSC를 이용할 때는 이코노미도 왕복 500만 원이 넘어가니, 머릿속 셈이 빨라진다. 일단 마일리지의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이코노미석을 더 넓은 좌석을 가지고 있는 대안이 있음에도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는 듯하여 일단은 에어프레미아로 굳혔고, 이런저런 옵션을 따져보고 티켓팅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최선이 무엇일 것인가? 갈 때는 프이코, 올 때는 이코로 380만 원? 다다다다다다다.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하다.
아무튼 내년 여름에 LA를 가게 된다면, 처음으로 West Coastal Cities의 방문이다. 미 유학 시절 버지니아를 출발하여 일리노이, 몬태나, 네바다, 미주리를 거치는 루트로 13일 동안 6,000마일 차량 여행을 했었다. 몬태나까지 갔는데 왜 조금 더 서쪽으로 가지 않고 그대로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을까 의아하겠지만, 그때 같이 갔던 동생 한 녀석이 여자친구가 안 돌아오면 헤어지겠다고 해서, 긴급하게 몬태나에서 캘리포니아로 넘어가려던 일정을 수정하여 네바다로 꺾었던 기억이 난다. 캘리포니아야 비행기 편이 많으니 나중에 가지 머 했지만, 결국은 가지 못 갔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지나서야 가보게 되는 LA라니. 그냥 떠나는 것보다 아이의 또래 친구가 있을 때 함께 가보는 것이 마음이 편할 듯하다. 여행을 가기 전에 이런저런 상상에 들뜨게 된다. 내가 유일하게 J처럼 계획을 세우는 때이니 만큼, 이번에도 알찬 시간을 보낼 계획을 야무지게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