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매우 바쁜 월요일을 보냈다.
지난주 탄핵으로 인해 아침부터 기대를 했던 주식 시장은 그저 그런 출발을 보였다. 사전에 세운 룰대로 하락세를 보이는 종목들은 하나 둘 정리하고, 가망이 없는 종목들을 상쇄시키며 포트를 좀 정리했다.
9시부터 시작한 정리는 11시가 되어서야 정리를 마칠 정도로 아침부터 오르락 내리락하는 종목들이 많아 필터를 정리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 나니 아는 동생이 딱 맞춰 도착을 했다. 알게 된 지 올해로 만 18년이 되었으니, 정말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낸 사이다. 어학연수 때 만났다가 다른 지역으로 떠나 오랫동안 온라인으로만 연락하고 지내다가 둘 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8년 즈음 재회를 하고 지금껏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을 주력으로 하다 문정부 때 부동산 정책에 철퇴를 맞고 거의 자포자기하듯이 있던 녀석을 불러다가 주식을 가르쳐 주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4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지금은 나보다 훨씬 잘하는 수준까지 오른 녀석이다. 회사에 있을 때 불러서 같이 일을 하다가 내가 그만두게 되자 뒤도 안 돌아보고 따라 나왔다. 다시 초야에 묻혀 투자를 하며 지내고 있는데, 꽤나 높은 수익을 내며 생활하는데 지장 없이 살 정도로 이제 자기만의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시간이 되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내 얼굴을 보겠다고 온다. 최근에는 매번 점심을 사겠다고 온다. 내 덕분에 주식시장을 알게 되어 꺼져가는 불씨를 살렸고, 회사 생활도 해봤다며 나를 잘 따라준다. 따라준다기보다는 말 벗이 되어주고, 1살 터울 아이를 키우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요즘은 특히 경제에 대한 지표 해석 등을 조언받기도 하는 등 일주일 또는 이 주일에 한 번 정도 보는데도 매번 3시간 이상 수다를 떨어야 할 정도로 둘 사이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나와 정치 성향을 좀 다르기 때문에 웬만하면 정치에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윤 대통령의 계엄령에 대하여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이번 탄핵이 필요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을 했다. 그리고 이번 계엄령을 통해 앞으로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더욱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서로 견제하고 존중하는 문화로서 자리 잡으며 건강한 재편을 바라는 마음에 공감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내가 한 편으로 치우치는 것을 바로잡아주고, 내가 바닥으로 추락하면 머리끄덩이를 잡아 채 올려주는 그런 동생이다. 최근 굉장히 바닥까지 내려앉은 기분을 다시금 정상화해주는데 있어 와이프와 이 동생의 도움이 컸다. 오늘은 정국에 대한 이야기, 아이들의 기질과 특정 분야에서 발현되는 차별화되는 부분을 어떻게 잘 키워낼지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최근 깨우친 기술적 분석의 방법론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니 평소 3시간 나누던 이야기보다도 1시간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에 동생이 돌아갔다.
오늘은 할아버지 제사가 있어, 동생이 간 후 집을 정리하고, 아이 하교를 맞이하러 나갔다. 주말에 학습지 숙제를 5페이지 정도 못하고 다 했다고 했었는데, 수학 파트는 하나도 안되어져 있어, 부랴부랴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시켰다. 피곤한 상태의 아이를 붙잡고 하지 못한 부분을 하는데, 그래도 오늘은 전보다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최대한 노력을 해본다. 주말에 외할머니를 뵙고 오고 난 후 먼가 조금 학구열이 생긴 듯하고, 보다 어른스러워진 면이 있다. 외할머니랑 보낸 시간 중에 무언가 자극이 되는 부분이 있었나 보다.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일부러 칭찬을 아꼈다. 칭찬을 해주면 자꾸 늘어지는 듯해서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와이프도 일찍 일을 정리하고 나와 6시가 채 되기 전에 채비를 마치고 시골로 내려갔다. 바쁘다는 핑계로 몇 년째 제사에 참여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내려가 보니 다 모이셨더라. 장손인데 매번 제사를 빠진 터라 부모님 면도 안 살았을 텐데, 아이가 전과 달리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본인을 드러내고 칭찬을 받고 하는 것이 도움이 되어 내려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아이에게도 좋고, 부모님 면도 살려드리고, 할아버지께 오랜만에 인사도 드리고, 와이프도 제사 때 가서 도움을 드리니 체력적으로는 불편하더라도 심적으로는 좀 나았을 것이다. 여러모로 당일치기로 시골에 왕복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기는 하나 잘 다녀왔다 생각이 든다.
올라오는 길에 와이프와 아이는 둘 다 피곤한지 서로 누가 먼저 자나 내기할까 하고 5초도 안되는 시간에 둘 다 잠들어 버렸다. 나도 졸린데 옆에서 둘 다 쿨쿨 잠을 자니 거의 영혼은 가출하기 일보 직전이다. 졸릴 거 같아 챙겨 온 빼빼로 2개를 순식간에 해치워 버리고는 또 졸리다. 자율주행 모드를 켜고 의지를 하며 졸릴 때마다 겨드랑이를 꼬집고, 볼도 쳐 봤다. 정말 소용이 없다. 휴게소에 들러 잠을 잠깐 자고 가볼까 생각이 들다가도 휴게소나 쉼터 지날 땐 또 정신이 말짱해진다. 이 판 사판이다. 그래 까짓것 한 번 가보자. 주말이 아닌 주 중이라 도로에는 트럭들이 주로 다니고 승용차나 승합차는 적다. 추월차선에 가끔 들어오는 트럭들만 조심하면 되는 상황이니 운전이 어렵지는 않았다. 저 멀리 동네의 마천루가 보이니 잠이 달아난다. 와이프도 귀신같이 동네 어귀에 닿으니 잠에서 깨며 '안 졸려?'하고 물어본다. 진즉 좀 물어봐 주지. 질문을 하고 답을 하니 잠이 깬다.
오늘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정말 하지 못할 거 같아, 자고 나서 쓰든지 해야겠다고 했더니, 짧게 한두 줄이라도 쓰고 자란다.
그래,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빠뜨리게 되면 그게 습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고 컴퓨터를 켜고 그냥 주저리주저리 끄적여 본다.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