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5년 2월 25일 - 100일차

시나브로상승 2025. 2. 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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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음 네 가지 - 운동, 독서, 삼시세끼, 블로그 글쓰기 - 를 매일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100일 동안 실천을 하고 난다면 무언가 바뀔 것이라는 와이프의 이야기에 시작을 했다.

 

100일 전의 상태와 지금의 상태를 비교해 보자면 심신 모두 많이 좋아졌다. 100일 전에는 특히 마음이 많이 피폐해져 있던 상태였다. 100일간의 일기에 몇 번 등장을 했던 주식 공부 같이 하던 동생은 매달 나를 만나러 오는데, 11월, 12월에 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고, 지난주에 방문을 했을 때의 상태는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회복된 상태라는 평을 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거나 우울한 감정이 들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작은 목표를 세워 실천을 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다시 자신감과 자존감을 끌어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한다. 1가지라도 정하고 실천을 하라고 하는데, 네 가지를 꾸준히 하겠다고 했으니, 보이기는 쉽고 작은 목표 같지만, 막상 해보니 매우 어려운 목표라는 사실을 깨우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0일 동안 매일 같이 한 것은 블로그 글쓰기 1가지이다. 운동, 독서, 삼시세끼는 중간중간 빼먹은 적도 있다. 하지만, 블로그 글쓰기만은 새벽에 다시 깨서라도 썼고, 못 쓰면 다음 날이라도 썼다. 주저리주저리 그냥 떠드는 글로 시작을 했지만, 어떤 날에는 나름 각색을 하며 이야기로 만들어도 보았고, 어떤 날은 나의 생각을 정리하여 쓰기도 했다. 어떤 날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흘러가는 대로 써보기도 했고, 어떤 때는 감사한 일들을 나열해 보기도 했다. 주로 그날 읽은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또는 읽었던 이야기를 몸소 실천을 해보며 느낀 것을 적어보기도 했다.

 

그냥 말을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정리되지 않고, 실수를 할 때가 많으며, 두서 없다보니 기억도 잘 나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은 일단 속도가 빠르지 않기에 실수를 하게 되면 바로 수정을 할 수 있고, 글을 쓸 때는 생각을 정리하고 난 후의 이야기를 풀어쓰기에 정제되기도 하고, 때로는 쓰다가 미사여구가 붙으며 더 화려해지는 경우도 있다.

 

글 재주도 없고, 책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니기에 글을 잘 쓰지 못한다. 하지만 100일 간 글을 쓰다보니 점점 글을 쓰는데 두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사색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점점 글을 쓰는 것에 신경을 써가며 맞춤법도 신경 쓰게 되고, 국어의 문법도 신경 쓰게 되었으며, 전처럼 구어체로 쓰기보다는 문어체에 신경을 써가며 읽기 유려한 글을 쓰고자 노력하게 되었다. 긴 글을 어떻게 써내려가야하지 막막할 때도 있었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면 어떤 날에는 2시간 넘게 글을 작성할 때도 있었다.

 

글은 그렇다치고, 운동과 독서, 그리고 삼시 세 끼는 다소 부족하지만, 전에는 아예 하지 않았던 것을 하다 보니 어렵긴 했지만, 점점 글쓰기처럼 익숙해졌다. 전보다 책을 쥐고 있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요가 외에 달려도 보고 자전거도 타 보았다. 그리고 식사도 그냥 거르는 일도 줄어들었고, 그러다 보니 주전부리 먹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어 뱃살도 많이 줄었다. 최근에 다시 밥 맛이 좋아져 많이 먹다 보니 살이 다시 불어나긴 했지만, 100일 전보다 4킬로 정도 감량된 상태다.

 

100일이라는 시간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곰의 이야기가 단군신화의 첫머리에 나온다. 나도 100일 동안 쑥과 마늘 대신 네 가지를 신경쓰고 해 가며 하다 보니 사람이 되어 가는 듯하다. 전에는 생각하는 것도 귀찮기도 했고, 조급했으며, 자신감 없이 불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하게 되었을 때 겁이 나지 않으며, 다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하다. 그리고 하게 된다면 분명 잘 해낼 것이다.

 

그리고 100일 간 나 자신도 성장하긴 했지만, 아이 또한 성장을 많이 했다는 점은 또 다른 성과다. 100일 간 나 자신에게 한 목표도 있지만, 아이 교육이 더 관심을 갖고자 했던 목표도 있었다. 아이 옆에서 책을 많이 읽어주고, 함께 놀아주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아이의 언어와 발화 부분에 신경을 더 쓰고, 뮤지컬을 하는 데 있어 옆에서 같이 해주며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그 결과 나보다도 아이가 성장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나와 아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니 와이프 잔소리도 줄었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 와이프도 매우 보람을 느끼는 듯 하다. 믿음이 현실이 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는 듯하다. 아이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조금은 나아졌으니 이쁨을 줄지 모르겠다. 일단 오늘 저녁으로 100일 기념 외식을 하기로 한 것을 보면 전보다는 조금 더 이뻐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연히 오늘 100일차를 달성하고 내일 아이와 단 둘이 여행을 또 다녀오게 된다. 100일까지는 초도 기획이고, 첫 경험이었다면 앞으로의 100일은 더 발전된 여정의 시작일 것이다. 100일 동안 일기 쓰듯이 했던 것이 아닌 매일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으로 바꾸고자 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아직 구체적인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가 선정된다면 그 내용에 대하여 자세하게 쓸 수도 있고, 그냥 간략하게 메모 정도 하는 식으로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매일 같이 그날의 고민과 사색의 내용, 그리고 경험들을 남기면서 나중에 나의 발자취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그것으로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6시까지 마지막 100일 차 글을 올려 줄 것을 주문한 나의 열열한 독자인 와이프의 요구에 맞춰 6시를 기해 올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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