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5년 2월 24일 - 99일차

시나브로상승 2025. 2. 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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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 3일차]

남도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식도락으로 시작을 연다.

 

이번 여행 전 ChatGTP와 Perplexity에게 질의했을 때 공통으로 추천을 한 식당이 '로타리식당'이기에 기대가 많았다. 원래 둘째 날 점심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일정이 여의치 않아 수정한 결과 아침식사로 낙점되었다. 숙소를 돌산에 했는데 다리만 건너면 바로 이순신광장으로 접어들기에 식당까지 이동은 10여 분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네이버 지도 등 지도 상으로 거리가 꽤 되어 보이지만, 그렇게 크지 않고, 차가 막히지 않아 이동하는데 수월한 것이 여수 여행의 장점인 듯하다. 주중에 식당 옆 여수중앙교회의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주차를 하고 걸어서 식당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꽃게탕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옆에 이미 식사를 하고 계신 분들은 보니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어릴 때 시골에 가면 동네잔치할 때 먹던 그런 식의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더욱 추억을 자극하여 기대가 된다. 따로 주문을 할 필요 없이 그냥 앉으면 머릿 수대로 음식을 가져다주신다. 아이는 따로 세지 않고 공깃밥만 추가로 하면 되니 편하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이것저것 반찬을 하나 둘 먹어본다. 첫날 먹은 진일 기사식당 보다 훨씬 집밥 같은 느낌이고, 간도 적당하여 모든 반찬이 맛있다. 혹시 리필이 안될까 조금씩 아껴 먹었는데, 주인 할아버지께서 옆 테이블에 가 더 필요한 거 있느냐 물어보시는 걸 보고 그제야 반찬을 우걱우걱 입안으로 집어넣는다. 갑각류 알레르기가 있기에 게장을 먹지 못하는데, 욕심은 있어 약간만 가져다 입안에 넣어본다. 반응이 없다. 조금 더 퍼다가 먹어본다. 또 반응이 없다. 너무 신선하고 비린 맛이 없다 보니 욕심이 나 하나 가져다가 와앙 깨물어 먹어본다. 그리고 몇 분을 기다려봐도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오지 않는다. 그렇게 먹어보고 싶던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이제서야 제대로 맛보았다. 너무 맛있다. 다음에도 또 한 번 가게 되면 그때는 게장에 올인해 볼 셈이다. 연수하면 갓김치가 유명하고, 겨울철 해풍 맞은 시금치는 매우 달기에 입안 가득 꿀맛이 가득하다. 그리고 말린 문어 무침과 홍어 무침 또한 밥도둑이다. 올해 먹은 음식 중에 가장 맛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이번 여행 식사 중에는 꼭 밥을 두 그릇씩 먹게 된다. 그냥 맛이 있는 걸 어쩌겠는가? 주체하지 못하고 먹으며, 많이 걸으니 두둑이 먹어둬야 한다는 논리로 애써 합리화를 해본다.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낭만 카페이다. 고소 벽화마을 입구에 위치한 3층짜리 카페로 거북선대교와 돌산대교를 바라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명당에 위치한 카페이다. 아침 일찍 가서 그런지 우리 외에 한 테이블 정도 밖에 사람이 없다. 루프탑에 올라가 보니 경관이 매우 좋다. 어젯밤에 흐리고 눈발이 잠시 날렸던 날씨가 맞는지 자문할 만큼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바닷물에 비친 햇볕이 출렁거리는 윤슬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가끔 지나가는 선박들이 만들어내는 출렁거림 조차 고즈넉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게 만든다. 커피 맛 자체는 어제 즐겼던 '이끌다 로스터스'에 비하면 좀 차이가 나지만, 뷰 맛집이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금세 테이블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금세 가득 찬다. 카페 바로 옆에 공영주차장이 있다 보니 편하게 주차를 하고 온전히 물멍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여행은 항상 아이를 초점으로 둔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테마 중 한 가지가 '놀이터 도장깨기'이다. 전국, 그리고 전 세계에 위치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찾아보는 것이 여행 테마 중 한 가지이다. 그렇기에 첫날 승주 초등학교의 놀이터에서라도 잠시나마 놀았던 것인데, 다소 부족하다. 아이는 전날부터 놀이터 타령이기에 와이프가 카페에서 검색을 해보니 여수해양공원 내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고 알려줬다. 위치도 가깝고 해적선을 테마로 한 놀이터인데다가 새로 만들었는지 깨끗하니 좋아 보였다. 막상 가보니 더 좋다. 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한 놀이터에는 그네, 미끄럼틀, 집라인, 그리고 그물망으로 단출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아이들에게 이 네 가지 보다 더 인기 있는 놀이 기구는 없기에 안성맞춤이다. 주 중이기에 아이들도 별로 없어 그네와 집라인을 번갈아 타도 많이 즐길 수 있다. 여행을 온 다른 가족들도 아이들과 지나가다 들러 놀다 간다. 식사하러 나왔거나 하멜등대 구경을 가다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아이들이 놀이터를 그냥 못 지나가 한참을 놀다 가게 되는 그런 곳이다. 우리 아이는 집라인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하여 20번은 탄 것 같다. 뒤로도 타보고 옆으로도 타보고 대각선으로 밀어줘 타보기도 하고 뱅그르르 돌려가며 타보기도 했다. 머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또, 또"만 연신 외쳐대는 통에 나의 오른팔이 뻐근하고 저려온다. 그리고 그네로 이동을 해서 또 밀어 달라고 하니 손목까지도 편치 않다. 놀이터에 오면 확실히 운동이 되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피날레는 '오동도'이다. 둘째 날 오전 산책지로 넣어둔 곳이었으나, 어제 돌풍이 불기도 하고 아침부터 구름이 끼어 추웠던 터라 마지막 날 오후로 일정을 바뀌었다. 부모님께서도 전일 향일암 등을 걸으며 힘드셨는지 오후 느지막하게 낮잠을 주무시고 나오신다고 하여 함께 오동도로 향했다. 오동도 공영 주차타워에서 만나 4시 동백열차를 타고 섬 안으로 들어갔다. 도보, 자전거, 동백열차 등 다양한 옵션으로 오동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동백열차를 타고 들어가는 것을 추천하는 이유는 오동도에서 산책을 하려면 체력이 좀 받쳐줘야 한다. 다소 가파르기에 갈 때는 체력을 비축하고 온전히 산책로를 걷는데 쓰는 편이 좋다. 그리고 나올 때에 천천히 방파제를 건너며 양쪽의 경치를 즐기며 나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올해 유독 남쪽 지역도 춥고 눈이 많이 온 터라 동백꽃 꽃망울이 대부분 펴지지 않았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몇 군데 가면 펴져 있다고 여수시 공식 블로그에 올라와, 발그레한 얼굴을 내민 동백꽃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4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해풍이 강하게 불어들어 산책을 즐기기엔 다소 춥다. 동백나무도 수령이 꽤 되는지 크고 군락을 이뤄 산책로 대부분은 그늘이 지어져 있고, 나무 사이로 바람이 더 강하게 불어와 많이 춥다. 입술이고 손이고 다 바닷바람에 마르고 갈라지고 터지기 일쑤다. 지금도 입술 가장자리가 말라 따끔거리고 침을 발라 미세한 상처까지 난 거 같다. 립밤을 꼭 바르거나 마스크를 하고 가야 할 듯하다. 한 바퀴를 도는데 45분 정도 소요된다고 했지만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니다 보니 약 1시간 반 정도 시간이 걸려 산책을 마쳤다.

 

부모님께서 저녁을 함께 먹기를 제안 주셨지만, 비행기 출발시간 전 차량을 반납하기로 되어 있어 시간이 빠듯하여 그냥 공항으로 향했다.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선택을 한 여수 여행이었고, 큰 소비를 하지 않고 가성비를 고려한 여행으로 계획을 짠 터라 아주 큰돈을 쓰지 않고 여행을 즐겼다. 확실히 전라남도 여행을 할 때 만족도가 높다. 이는 음식 맛과 주차 등 차량으로 이동할 때 부담이 적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멋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에 가능할 것 같다. 요즘 일본이나 베트남 여행을 많이 간다. 우리도 그랬다. 그런데, 여수는 일본이나 베트남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을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부산 같지만, 부산보다도 쉬운 여행이다. '어디를 놀러 가는 것이 좋지?' 하고 고민을 한다면, 여수, 순천, 광양을 한 번 고민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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