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5년 2월 2일 - 77일차

시나브로상승 2025. 2. 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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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수업하는 학교를 가고 싶어요]

아이가 이제 우리말로 이야기하며 노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듯하다. 사촌 언니 오빠들하고 놀 때도 그렇고, 부모인 우리와 놀 때도 그렇고, 친구들과 놀 때도 이제 겁내지 않고 만나면 반가워서 동동 거리고, 한참을 수다 떨며 놀기도 한다.

 

한글을 익히고 난 후에 책도 읽게 되고, 책을 읽고 글자의 조합에 따라 소리가 어떤지 구분해 내거나 만들어 소리를 낼 수 있기에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사실 이렇게 한글 소리를 익히게 된 것은 학교에서 파닉스 수업을 들으며 단어는 일정한 조합에 의해 만들어 짐을 하나 둘 깨우쳐 가며 익힌 것을 한글에 같은 방식을 적용시켜 깨우친 결과이다. 마침 '한글이 아이야' 프로그램에서도 통 글자 대신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소리를 만들어 내는 표음문자로서의 한글 익힘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병행했기에 쉬이 짧은 시간에 한글을 익힌 것 같다.

 

이제 학년이 올라가 학교에서 교육의 질이 올라가다 보니 어렵나 보다. 친구들은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이 하나 둘 생기니 본인도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드나 보다. 그런데 파닉스에서 배운 소리의 규칙대로 발음되지 않을 경우를 맞닥뜨리게 되는 경우 해당 소리를 교정해 주면 불같이 화내며 속상해한다. 같은 스펠링이라도 명사일 때, 동사일 때 발음이 다르고, 강세의 위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아직은 명확하게 깨우치지 못하다 보니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한글을 깨친 것에 비해 오랜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 완벽하게 읽고 이해하지 못함에 많이 속상한 것 같다.

 

오늘같이 학교에서 빌려온 영어책을 읽다가 기어코 단어 발음 지적을 하다가 자지러 졌다. 그러다가 '한국어로 하는 학교 다니고 싶어.'라고 말을 하는데, 가슴이 철렁했다. 작년 12월 초 한글이 많이 익숙해졌던 시기에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었고, 당시에 지금은 학교에서 수영, 펜싱, 드라마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것들을 당장 할 수 없게 되더라도 상관없느냐는 질문에 본인이 한 말을 철회했었던 적이 있다. 오늘 같은 경우에는 같은 질문을 했을 때 같은 대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말로 하는 학교를 가고 싶다는 대답이 나왔다.

 

12월의 아이 영어 수준과 지금의 영어 수준은 천지 차이다. 당시에는 단어를 겨우 읽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문장을 어느 정도 짜임새 있게 만들어 가면서 말을 할 수 있고, 다양한 표현을 적절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정말 바닥, 기초의 경우 하나만 이해해도 큰 성취감이 드는 시기이지만, 이제 어느 정도 문장을 이야기하고, 대화를 짧게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자, 점점 문법에 맞는 올바른 표현에 대한 지적이 생기니 재미가 많이 반감되는 듯하다.

 

나도 와이프도 영어를 조금 더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매우 많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아이가 말한 대로 잘 안되어 속이 상하고, 지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거꾸로 이 시기만 잘 이겨낸다면 분명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 아이를 달래고 설득을 했다. 아이는 부모 둘 모두 초등학교로의 전환에 대한 생각이 당장은 없음을 느꼈는지 더 이상 크게 보채지 않는다. 나도 와이프도 아이가 지금까지도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문장을 어느 정도 말할 수 있고, 영어책을 혼자서 읽을 수 있는 수준에 닿음을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지난번 콘서트에서 보았듯이 2학년, 3학년 정도가 되었을 때 지금과는 또 다른 수준에 도달했음을 봤던 기억을 이야기해 주며, 아빠 엄마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고, 옆에서 같이 도움을 줄 거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책을 읽을 때 발음이 틀리는 부분을 지적해 주는 건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기가 될 거라고도 이야기해 주었다. 불과 몇 개월이 지나면 오히려 아빠와 엄마인 우리가 아이에게 교정을 받을 시기가 올 것이다.

 

전에는 오늘 학교가? 하고 묻던 아이였던 지라 학교생활을 즐겁게 잘 하는가 보다 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해 보니 '학교가?'라는 질문보다 '태권도가?'라는 질문이 10배 이상 빈도수가 많다. 오늘도 놀이터에 나가 태권도 친구들과 1시간여 놀았기에 최근 부쩍 일반 초등학교 다니는 것을 원할 수 있겠다 싶다.

 

분명 영어 발음도 정말 많이 좋아졌고, 점점 책 읽는 속도와 문장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이제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나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어눌하고, 말투가 너무 아기 같은 듯하여 우리말에 집중을 하다 보니 2달간 영어에 대해서는 조금 놓은 경향이 있다.

 

당연 우리말의 중요성이 훨씬 높은 것은 사실이다. 모든 사고를 우리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연상을 떠올릴 때 우리말 기준으로 진행될 것이다. 아직 언어 중추가 하나의 모국어보다는 병행하는 다른 언어가 있을 경우 중첩될 수 있다는 예전의 연구 내용을 토대로 절대적인 인풋의 양은 적을 수 있겠으나, 현재의 교육 방법을 그대로 가져가려고 한다.

 

최근 우리말에 집중했던 부분을 조금은 영어 학습으로 돌리도록 시간을 잘 조율하여 아이가 학교에서 하는 것도 어려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해보겠다. 나부터 영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라든지,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서 다양한 표현을 들려주고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아이가 미국 여행을 짧게라도 다녀오고 난 후에 자신감을 붙여 돌아오기를 바라본다. 미국에서 아이가 현지 미국 친구들과 부딪혀 보면서 본인의 지금까지 한 부분에 대해 성장을 했음을 스스로 느끼고 자신감이 솟기를 바라본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겠다고 했지만, 영어와 관련된 부분은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설득을 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긴 시간이 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금세 진정하고 부모의 요청사항을 이해해 준 아이에게 고맙다. 영어 하나만은 부모로서 욕심을 내고 이끌어 가길 바라는 심정을 계속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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