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언어교육]
아이는 말로 아직 본인의 생각을 100%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오늘도 학교 이야기가 나왔을 때, 내심 우리말로 수업하는 학교를 다니고 싶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결론적으로 아직 이번 주 선생님과의 상담이 예정되어 있고, 미국에 여행을 다녀오고 난 후에 조금 더 고민을 해보겠지만, 아직은 진행형인 상황이고, 계속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시기에 환경을 변경하는 것은 시의적절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단순히 학습의 내용이 어려워지고 있어 그런 것인지 등등, 아이 스스로가 전반적인 판단을 하는데 아직은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모가 판단을 해주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금요일에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서 조금 더 판단을 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학교 환경을 변경하고 말고의 문제가 중요하다기보다는 일단 아이가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말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 것 같다. 우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말이든 영어든 둘 다 잘 안 되는 것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언어는 생각을 그대로 상대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도구인데, 우리말이든 영어든 둘 다 아직 도구로서 그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어떤 말로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말이든 영어든 아이가 나에게 요구를 할 때, 내가 느끼는 수준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말은 최근 많이 늘고 있어 다양한 표현이 수월해져 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책을 통해서, 영상을 통해서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표현을 많이 접하며 활용하는 양이 상당히 늘고 있다. 이는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고, 습득력 또한 좋아 잘 활용하고 응용하고 있다. 영어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생활할 때 본인이 하고픈 말을 100% 못하고 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나에게 영어로 말할 때 비문인 경우가 많고, 몇 가지 단어를 활용하여 말을 할 뿐이다. 다만, 학기 초, 1달, 그리고 당장 지지난 주 등과 비교해 보면 영어로 이야기할 때 점점 정확해지고, 표현이 다양해져 가는 초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이 스스로도 이 부분이 신경이 쓰였는지, 영상을 볼 때 쉬운 영어 콘텐츠를 찾아보며 따라서 말해보기도 하고 써보기도 한다. 와이프와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면 그 부분을 혼자서 많이 메꾸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해, 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요령껏 잘 가르쳐 줘야 한다.
오늘 아이에게 말을 했다.
"아빠는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만약에 네가 영어로 말을 하고 싶으면 영어로 말을 해도 좋아. 아빠는 네가 쓰는 언어로 대답해 주려고 할 거야. 그러니 영어로 하고 싶으면 영어로 하고, 우리말로 하고 싶으면 우리말로 해. 대신, 네가 하고 싶은 말 아무것이든 다 해. 혼자서 생각하다가, 뭐지? 뭐지? 하다가 그냥 말 안 하지 말고. 알았지?"
그랬더니 쉬운 표현이지만 영어로 몇 가지 말을 했다. 가령,
"Daddy, I want to eat ice cream. Can I get ice cream?"
"Sure, why not? I'm gonna let you get an ice cream."
"Daddy, can you 여기 뜯어줘요."
"You mean tear off here? or do you want me to open it?"
"Yes, you can! you can give me and I can get it."
"I see. You are very good at speaking in English."
"Am I good? 아빠 나 잘하지?"
아직 온전한 문장으로 정확한 전달은 하지 못하지만, 본인이 필요로 하고 생각하는 것을 영어로 말하려 했을 때 겁을 내지 않고 내뱉는 것이 중요하여, 직접적으로 지적하기보다는 그 표현을 돼 받아칠 때 교정해 줄 수 있는 말로 대체해 주거나, 다양한 표현을 전달해 주는 것으로 해주려 한다. 이는 신효원 님의 「아이의 말하기 연습」에서 나왔던 언어교육 방법이기에 우리말뿐만 아니라 영어로 할 때도 최대한 적용하여 아이의 표현이 확장될 수 있도록 많이 들려주고 많이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겠다.
사실 옆에서 아이와 다양한 언어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계속하는 것만큼 언어발달에 주효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만날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 혼자 놀게 놔두는 것이 가장 큰 언어 발달의 지연 요인일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가 돌아오는 시간 전에 해야 할 일을 다 해두거나, 반대로 아이가 있을 때 아이에게만 집중하고 다른 못한 일들은 아이가 자고 나서 해야겠다고 다시금 다짐을 하고 계속 옆에 앉아 뭐라도 떠들었다.
놀 때도 계속 뭐 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학교생활은 어땠는지 물어보고(이거 물어보다가 우리말 학교 이야기로..). 학습지 할 때도 본인이 하고픈 만큼 정하고 설명하면서 해보게 시키고.
아이가 오늘 잠깐 정리 중에 혼자 TV를 보며 무얼 하나 지켜보니, 3~4살 정도의 아이들이 보는 핑크퐁 영어 콘텐츠를 보고 있더라. 그걸 인형에게 설명하면서 종이에 뭐라고 끄적대면서 하고 있기에 그 순간은 그대로 두었다.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임을 경험해 보았기에, 아이 스스로 설명을 하며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정한 30분이 되어 아이에게 일러주니 바로 정리하고 학습지를 같이 했다.
아이가 가진 장점을 잘 이용하면서 한다면 금세 잘할 것이다.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알고 있고, 지적을 하지 않고 다른 표현으로 되받아 쳐 주면 경청하고 나중에 잘 활용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본인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책임감을 가진 아이이기에, 아이가 스스로 준비가 되고 할 만큼의 양을 꾸역꾸역 해 내감으로서 스스로 할 수 있는 힘과 인내심을 길러주기만 하면 될 것이다.
오늘 와이프가 아이를 교육할 때 본인이 공부할 때 느꼈던 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신념 등이 투영된다고 하는데, 내가 제대로 공부를 처음 하고 싶었던 때의 생각과 소신이 그대로 아이의 교육에 투영되고 있음을 말해줬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옆에서 함께해 준다면 아이는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도전을 하고, 어려운 것을 깨우쳤을 때의 희열을 맛 보여 주고, 타협하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이도 스스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 반대로 하면 아이도 그렇게 반대로 할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 앞에서 무언가를 행할 때는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 그대로 행동하면 된다. 오늘 다시 한번 이 간단한 것을 제대로 하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말을 잘한다는 것]
유튜브를 켜니 오늘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 차장의 심문이 주를 이룬다. 30여 분 진행되는 내용을 보며 극명하게 대비되는 2명의 인물을 보며, 말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말을 잘한다기보다는 대화의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한 것인가?
시청을 한 유튜브 영상은 이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흥분 vs 차분이다.
변호사는 본인의 뜻대로 진행이 잘 되어가지 않자 점점 흥분을 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말을 끊기도 하고, 점점 무례해져만 갔다.
반면, 증인은 계속 짜증이 나면서 같이 화가 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하~' 하고 심호흡을 하고 대답을 한다거나, 거꾸로 본인이 느끼는 불쾌한 감정에 대해 먼저 언급을 한다거나, 질의하고 있는 내용에 허점을 거꾸로 역질문을 해 대화의 우위를 지속적으로 가져간다.
이 영상을 보며 나는 계엄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을 하기보다는 대화의 기술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흥분을 하기 시작한 변호사는 본인 스스로 궤멸하는 듯한 모습이다. 반면, 차분함을 잃지 않고 소신껏 이야기하는 증인은 흔들림이 없다.
둘의 대화의 내용은 이미 들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 쪽에 쏠리게 된다. 물론, 철저하게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이겠지만, 지금 하고픈 이야기는 대화를 하는 방법이다.
증인석의 홍 차장은 본인의 이야기만 한다. 소신에 근저를 둔 정직한 내용만 말한다. 본인이 한 이야기만 한다. 사실에 기반을 둔 이야기만 할 뿐이니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게 되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되고, 종국엔 걷잡을 수 없이 흩트려져 가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당당한 것이다.
와이프와 대화를 할 때, 가끔 와이프가 본인은 팩트에 기반한 말만 한다며 나에게 팩트냐?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당황하는 경우는 보통 나의 판단으로 내려진 결론을 이야기할 때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도 여러 가지 내가 경험한 사실과 그 외의 정보들이 결합되어 나의 논리적인 판단의 결과물이기는 하나, 팩트냐는 질문에는 '아니다'이기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가끔은 확증편향적인 대답을 내놓을 때가 있는데, 보통 이 경우에는 호되게 당한다. 보통 와이프는 10만 원, 더 확실한 사실을 알고 있을 때는 100만 원 내기를 하자고 득달같이 달려드니, 바로 꼬리를 내리고 깨갱할 수밖에 없다.
오늘 저 영상을 시청하면서 느낀 점은 몇 개 본 대화 관련 스피치 훈련 영상보다 훨씬 도움이 많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소신을 갖고, 나의 이야기를 하면 전혀 흔들릴 이유가 없다. 내가 대화에서 우위를 갖고자 각종 기술을 써봤자 내 이야기가 아니라 우위를 위한 거짓부렁이가 되는 순간에는 결국 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에 나를 살살 긁는다고 그대로 말려들면 손해 보는 쪽은 분명 나이다. 상대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나의 멘탈을 흔들라고 할 때, 심호흡을 하며 도발에 말려들지 않도록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도 연습해야겠다.
그나저나, 정말 변론 기일에 나오는 변호사들은 어쩜 저런 사람들만 모아다가 놓는지 참으로 대단하다. 마지막 대통령의 궤변도 혀를 끌끌 차게 만들고.
정말 저런 영상이 해외에도 공개될 텐데, 참으로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