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의 중요성]
와이프가 지난 주말에 설날 부모님께 용돈을 뽑아 드리겠다고 미리 돈을 뽑아둔다고 하는 걸 굳이 미리 뽑을 이유가 있겠냐고 미뤄두었다.
그리고 오늘 당일이 되어서 현금을 뽑고자 갔는데, 돈을 뽑는데만 1시간 반이 걸렸다.
같은 은행이 아니어서 출금 표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거래 은행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송금으로 인한 30분 출금 제한이 걸려 기다렸다.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이 ATM을 방문하여 출금을 하였고, 현금이 소진되어 버렸다. 가까운 ATM을 찾아가 보니 네이버 지도에서 알려준 곳에 ATM 기계가 없다. 경비 아저씨께 여쭤보니 원래 없단다. 허탕을 치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 은행 건물이 있는 쪽은 문이 닫혀 있는 듯하다. 그래서 주위 ATM 기계 위치로 가보니 이번에도 없다. 네이버 지도의 위치와 안내는 정말 하나도 맞지 않는다. 그냥 주소를 보고 건물을 찾아 한참을 뛰어가서 나머지를 뽑을 수 있었다.
집에서 시골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시간 40여 분 걸린다. 부모님께서 시골집에 계신 것도 아니고, 바로 걸어서 5분인 맞은편 아파트에 계시는데, 출발한다 말씀드리고 난 후 1시간 반 이상이 걸리니 이해가 되겠는가?
현금을 들고 다니는 것이 싫기에 미리 뽑지 말고 오늘 뽑으라 했던 것인데, 정말 이런 이벤트를 맞닥뜨릴 줄이야.
미리미리 준비하고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사례이다.
[이모님 방문]
아이가 만 1세가 되기 전부터 이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 부부 모두 일을 하고, 당시 나는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대안이 없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분을 뵈었고, 마지막으로 아파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모님을 마지막으로 뵈었었다. 그런데, 한 번도 아이를 봐 본 적은 없다 말씀하셨지만, 그전에 뵌 다른 분들과 달리 여유가 있고, 차분했기에 무언가 믿음이 가는 분이셨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 전까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을 봐주셨다. 짧은 인연일 수 있겠지만, 가까이 살고 계셨고, 반찬을 잔뜩 만들어다 주시기도 하는 등 그 이후에도 좋은 인연으로 지냈다.
급히 부탁할 일이 생기면 부모님이나 장모님보다도 먼저 연락을 드릴 수 있는 분이 옆 단지에 살고 계신 이모님이다. 언제든지 흔쾌히 요청을 받아주시고 아이를 사랑으로 봐주셨다.
아이에게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서 먹여주셨고, 우리 반찬까지 신경 써주셨으며, 집 정리도 해주시는 등 다양한 일을 맡아서 해주시다 보니 너무 편했다. 그러나 어린이집을 무료로 다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모님께 수고비를 드리는 것이 아쉽게 느껴져 당시에 어린이집 대기가 풀리자마자 그렇게 도움을 끝내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자주 연락을 하며 지냈고, 이모님은 아이의 성장을 궁금해하셨다. 명절이 되면 이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찾아뵈곤 했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이모님의 두 따님들도 이제 시집을 가 아이를 낳게 되어, 내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직장을 나가게 되었을 때는 이모님의 동생분께서 아이를 봐주시기도 했다.
이렇게 가깝게 동네에서 살고 계신 두 분의 자매 이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실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올해는 설을 쇠러 가지 않기에 올라오는 길에 와이프가 연락을 드려봤고, 설 당일인 오늘 찾아뵈었다. 이제는 두 따님도 출가를 하여 시댁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 하여, 우리 아이가 그토록 오매불망하던 동생은 만나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이모님을 보고 "할머니~" 하면서 반갑게 인사하며 달려 들어가는 걸 보니 어린 시절 본인을 사랑으로 돌봐주신 이모할머니를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구나 싶다.
손수 밥을 해서 주시고, 아이가 그동안 큰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셨다. 아이에게 요즘 배우고 있는 뮤지컬과 태권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라고 하여 보여드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모님은 쉬지 않고 일하시느라 정작 제대로 보질 못하셨기에 다소 아쉽다.
부모님과 장모님께서 멀리 사셨기에 의지할 곳이 없는 상황에서 큰 도움을 주시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지내게 된 것은 이모님 식구들의 도움이 컸다. 놀러 갈 때마다 성질 피우고 제멋대로인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것에 너무나 감사하다.
청약으로 분양을 받은 다른 곳으로 이사를 목전에 두고 계신다. 아직 지금 살고 계신 집이 팔리지 않고, 전세를 내놓아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계속 이사가 미뤄진다고 하셨다. 와이프와 나는 이모님이 근처에 살고 계신 게 좋기에 안 가시는 것을 고려 대상이 아닌지 여쭙기도 했다.
옵션까지 선택해서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을 받으신 곳에 다른 사람이 먼저 사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아쉽다. 아주 먼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걸어서 갈 거리에 사는 것과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에 사는 것은 좀 다르다.
와이프의 말처럼 두 분은 그대로이시다. 항상 긍정적인 마음과 밝은 미소로 생활을 하시고 계시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한다.
다시 한번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