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4년 12월 1일 - 14일차

시나브로상승 2024. 12. 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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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을 아버지께서 해주셨다. 어제 사촌 동생들과 술 한 잔을 하고 잠들었다가 새벽에 깨서 블로그에 못 쓴 일기를 마저 올리고 잠이 들었을 때가 대략 6시 경이였기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다소 버겁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제 아버지께서 10시~11시 사이에 와서 아침 겸 점심 먹어라 하셨기에 아침 준비에 대한 부담감은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목요일부터 어제까지 아이의 학교 과제를 못 봐준 터라, 아이 과제 거리 일부와 노트북을 챙겨 나가긴 했지만, 역시나 욕심이었다.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계시면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깨우쳐 버린 아이에게 오후에 놀러 가기 전 과제를 좀 하자고 말한다고 도통 들어먹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버지도 와이프도 그냥 두라고 하니, 옆에서 아이는 신이 나 있다. 꾀가 많아졌다.

 

오늘 오후에는 아이 어린이집 친구들이 키즈 카페에서 모여 놀기로 하여 와이프와 아이는 나갔고, 오랜만에 나만의 자유시간을 갖게 되었다.

 

우선 다음 달 베트남이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하신 아버지의 항공편을 알아봐 드렸고, 마일리지를 잘 사용한다면 좋을 것 같아, 항공편만 우선 알아보고, 내일 어머니 오시면 가족 결합을 통해서 한 번 티켓을 다시 알아보고 마무리해 드리기로 했다. 그 정도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무얼 할까 떠 올려봤다. 요가를 할까? 레쥬메를 정리할까? 그냥 낮잠을 잘까? 그러던 찰나 커뮤니티 센터를 지날 때 즈음, 오랜만에 골프 연습장아 가봐야겠다 생각이 들어 집에 짐을 내려놓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만석이다. 그래도 연습하기로 마음먹은 거 기다려 보겠다 마음을 먹고 로커에 넣어둔 골프채를 꺼내왔는데, 마침 동시에 2자리가 비어 다른 분과 함께 바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괜히 운이 좋은 듯하여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채를 잡으니 여간 어색한 게 아니다. 여전히 공을 맞힐 때 채를 살짝 놓치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공이 자꾸만 우측으로 휘어져 나간다. 마지막으로 연습을 할 때 깨우쳤던 것들이 무엇인지 곱씹어 봤다. 채를 쥘 때 빨래 짜듯이 안쪽으로 조여서 잡아주면 팔이 굽는 것을 줄일 수 있고, 릴리스할 때 팔을 쭉 펴고 채가 흔들리지 않도록 막아준다. 채를 들어 올릴 때 팔을 쭉 펴고 어깨 즈음 올라올 때 팔을 90도로 꺾는다. 최정점에 올라왔을 때 몸이 완전히 비틀어 지 듯 조여지고 허리와 엉덩이가 먼저 스윙을 시작하며 팔은 자연스레 같이 돌 듯이 따라온다. 공을 칠 때 공을 보고 치며, 왼발로의 중심이동을 확실히 하고 굽혔던 활시위가 펴지듯이 몸을 잘 지탱하며 뒤에서 오는 힘을 잘 이동시키고 공의 타점에 집중한다. 등등 많은 것을 다시 떠올리며 하나하나 다시금 자세를 잡혀간다. 그러니 방향과 거리가 점점 잡혀갔다.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요가를 해서 그런지 몸이 조금 더 유연하고 관절 등이 조금 덜 아픈 듯하다. 확실히 운동을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운동을 하고 사우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집 안이 어수선하다. 거실은 아이가 널 부려 뜨려 놓은 장난감과 종이들, 그리고 갖은 옷가지들이 널려있다. 와이프와 아이가 나갔다 들어왔는데 같은 모습이면 실망할 듯싶어,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고, 아이의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정리하다 보니 빨래통에 수건과 속옷들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봤다. 와이프는 분명 집에 돌아오면 빨래통부터 갈 것 같아 내가 빨래를 돌렸다. 아이 데리고 나갔다 와서 또 집안일을 하려고 하면 힘들 거 같아 그냥 잘 하진 못해도 하고 싶었다. 빨래를 돌리고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나니 시간이 또 훌쩍 지났다. 몽롱 해지기도 하고 낮잠의 유혹이 있었지만, 어제도 책을 못 읽고 해서 책을 읽고자 했다. 그런데 와이프가 가져간 가방에 책을 넣어둔 것이 생각났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다른 책을 골라봤다. 신효원 작가의 「언어능력 키우는 아이의 말 하기 연습」이다. 외국인 학생들을 비롯한 다양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작가의 아이에게 가르치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담은 책이기에 신뢰도가 높고 내 아이에게서 보이는 모습들이 예시로 나와 어떻게 아이와 대화를 하고 발화의 범위를 늘려주며, 종국에는 어휘와 맥락의 이해도를 높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고, 좋은 본보기를 통해 아이에게 바로 써먹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아이에게는 다양한 표현을 들려주다 보면 자연스레 익힐 것 같다. 그렇지만, 미리 생각하고 있거나 고민이 없다면 만날 쓰는 단어만 사용할 것이고, 아이의 언어 확장이 어느 순간 정체될 것 같다. 그렇기에 최근 말수가 많아지고 다양한 표현을 습득하고 스스로 사용하고 있는 지금 단계에서 계속 아이의 말하기 능력 증진과 관련된 콘텐츠를 찾아보게 된다.

 

그렇게 재미를 붙이고 책 읽기에 탄력이 붙은지 얼마 되지 않아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와 집에 가는데 배가 고프니 얼른 저녁을 준비해 달란다. 그냥 해둔 반찬과 재워둔 불고기를 해주려 했는데, 고등어를 구어 달란다. 고등어만 구워서 놓기는 그런 듯하여 냉동실에 넣어둔 돼지 앞다리살을 꺼내고 오랫동안 묵혀있던 김치를 꺼내 김치찌개를 부랴부랴 준비했다. 하도 오래된 김치인지라 쉰 내가 진동을 한다. 며칠 전에 그 김치로 김치볶음밥을 해 먹어봤는데 아직까지 배탈이 안 난 거 보면 썩은 건 아닌 거 같다. 김치를 들기름과 마늘 넣고 볶는데 냄새가 이상하다. 시큼하다 못해 씁쓸하다. 돼지고기와 물을 넣고 끓기 시작할 때 즈음 양파와 국간장, 된장을 넣고 드디어 쉰내를 잡기 위한 설탕이 투척된다. 한소끔 끓고 난 뒤 간을 본다. 맛은 이상하진 않은데, 여전히 시큼하고 쓴맛이 충분히 가시지 않았다. 신맛은 설탕으로 잡는다는 나름의 공식을 적용하여 조금 더 설탕을 넣어보고, 감칠맛을 더해 씁쓸한 맛을 달래보고자 참치 액젓을 넣었다. 그리고 간은 새우젓을 이용해 잡아본다. 설탕을 더 넣어가며 시큼한 냄새가 잦아든다. 그리고 두 가지 젓갈이 들어가니 냄새가 좀 더 조화로워진다. 국물 맛을 보니 이제 되었다. 아이는 집에 오는 길에 차에서 잠이 들었단다. 목요일부터 숙제를 하지 못해 해야 하는데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머릿속엔 '숙제, 숙제, 숙제... 다 못하고 가면 안 되는데...' 생각만 반복된다. 아이를 침대에 눕혀 놓고, 와이프에게 "8시에는 깨워야 할 거 같다. 그래야 겨우 숙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니 와이프가 너무 스스로 푸시하지 말란다. 일단은 아이가 깊게 잠들었으니 빨리 밥을 먹고 8시 즈음이 되면 깨어보고자 했다. 식사를 마치고 8시가 되었지만, 아이는 인기척에도 반응이 없고, 숙제를 해야 내일 학교를 갈 수 있다는 말에도 미동조차 없다. 너무 깊게 잠들었다. 와이프는 내일 새벽에 일어나서 하는 데까지 하고 못하면 어쩔 수 없으니 일찍 잠을 자란다.

 

이번 숙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본인이 읽은 책에 대한 'Book Review' 발표 준비를 위한 outline 및 간단한 script를 작성하는 게 있고, 단어 10개를 외워야 하며, 수학 숙제 및 독서 과제 최소 15권이 남아있는 아주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나의 욕심이고, 미리 해두지 못한 과오인걸. 도서 15권을 읽지 못하더라도 이미 40권을 읽었기에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55권을 채우지 못하면 아쉽지만 상장과 과자 쿠폰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다른 것보다도 혹여 다른 친구들은 해당 상을 받는데 아이는 받지 못해 소외감과 상실감을 느낄까 걱정하는 마음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내일 아침 일어나게 되면 제일 먼저 'Book Reivew' 과제를 하고, 책 15권을 함께 읽고, 단어 숙제를 할 것이다. 과연 제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숙제를 하기로 했으나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고, 앞으로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제시간에 할 수 있는 연습의 기회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아이에게 다소 무리이긴 하지만 책임감이 강한 아이로서 한 번 시도해 보고 노력해 보겠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와이프가 김미경 대표의 「중년 이후가 더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은 '이것'이 다릅니다.」를 보니 내 생각이 났다며 링크를 보내뒀다. 앞으로 100세 시대로서 50대는 인생의 절반을 보낸 시간인데, 어떤 이유든지 간에 무기력하고 쳐져 있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선을 긋는다. 그리고, 매일 같이 감사일기를 써 보라고 추천을 한다. 처음에는 유치하고 감사할 일인가 싶을 단편적인 것으로 시작하겠지만, 감사일기를 써 내려가면서 단편적인 시선이 점차 입체적인 시선으로 탈바꿈 될 것이고, 이미 벌어진 것에 대한 감사에서 앞으로 벌어질 것에 대한 예상되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2주 전만 하더라도 말씀처럼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것에만 감사했다면, 지금은 겉뿐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까지 감사하는 마음이 점차 생겨나고 있다. 스스로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생겼고, 하루에 감사한 일의 양이 늘었다. 그전보다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마음이 늘자, 정신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을 바탕으로 아이와의 대화를 늘려가고 다양한 어휘에 대한 확장성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할 것이고, 긍정적인 에너지 또한 아이에게 자연스레 전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사색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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