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온전히 아이의 뮤지컬 공연에 집중을 한 하루다.
학교 가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오늘 학교에 가지 않는다는 말에 기분이 다소 다운되었다. 이어서 학교를 안 가는 이유는 오늘 뮤지컬 공연이 있어, 공연을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말에 자리를 박차고 기상을 하게 되었다.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현재 따로 하고 싶다고 해서 하고 있는 피아노, 태권도, 뮤지컬 또한 같은 반응이다.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하다 보니 재미있게 다니는 듯하다.
불과 3개월 전만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쭈뼛대고, 말수가 적어 자신 있게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어려워하였는데, 뮤지컬과 태권도를 다니고 난 후 수다스러워지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인사도 잘하고, 이야기도 잘 건다.
우리는 경험해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어려워하거나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해보지 않아서 무섭고 두려운 것이지, 막상 해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종종 깨닫고 산다. 놀이터에 가 또래의 아이들에게 같이 놀자고 말해보라 등 떠미는 것은 마치 우리가 새로 들어간 직장 또는 모임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인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도 어려워하는 일을 아이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거야. 가서 한 번 해봐'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거짓말로 아이를 꼬드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뮤지컬은 여러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기에, 책임감이 강한 아이의 성향을 이해하고, 책임감에 빠지지 않고 뮤지컬 수업을 다닐 것이라는 생각이 있어 선택을 하였다. 마침 아이는 뮤지컬 영상을 보며 몇 가지 넘버를 따라 하기도 했고, 지속적으로 아이가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을 보러 함께 다니며 관심을 끌어올린 터라 아이는 하고 싶다고 하였고, 이미 다른 친구가 다니는 반에 자연스레 들어가 함께할 수 있었다. 처음에 낯선 환경과 다른 아이들은 이미 수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합류를 한 터라, 본인만 잘하지 못하는 것 등 두 가지 이유로 어려워했다.
여기서 또 다른 난관에 봉착하긴 했으나, 아이에게 노력을 하고 연습을 하게 된다면 점점 실력이 늘어 어려움의 강도가 점차 약화되어 종국에는 잘할 수 있게 되어 성취감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었다. 처음 아이와 뮤지컬 연습을 했던 2개월 전의 그날이 떠오른다. 먼저 노래를 듣고, 따라 불러보며, 어떤 박자에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불러야 하는지를 표시해가며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준비한 방법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고, 2개월 전만 해도 발화와 지금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이는 연습할 때 많이 울었다. 그때 나의 욕심에 많은 연습을 하였고, 여러 차례 반복을 해서 그런지, 아이가 누구 앞에서든 뮤지컬을 보여달라는 주문에 자연스럽게 해당 넘버를 부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 경험을 토대로 다른 7개의 넘버와 대사들도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발음이 쉽지 않은 것은 어떻게 쉬어가며 발화해야 하고, 노래는 음정과 박자가 틀리면 다시 연습을 반복하는 등 졸음과의 사투까지 벌여가며 연습을 한 나날이 많았다.
어제 김종원 작가의 「부모의 어휘력」에서 읽은 대로 아이에게 공연장 가는 길에 물었다. 책에서 짚어 주지 않았더라면, 흔히 부모들이 아이에게 하는 말 하는 것처럼,
"뮤지컬 연습 이 정도 했으면 됐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으니 됐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김종원 작가는 그런 식의 말이 아이에게 계속된다면, 아이는 최선을 다하는 습관이 점점 결여되고, 어느 정도 하면 괜찮다는 식의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밴다고 했다. 그래서 책에서 읽은 대로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우리 뮤지컬 연습을 많이 했잖아. 열심히 연습했다. 그렇지? OO 이는 무대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해? OO 이가 생각할 때 본인의 준비된 정도가 만족스러워? 잘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있어?"
다소 길긴 했지만, 아이 스스로가 본인의 준비 수준을 생각해 보고,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감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질문을 해 본 것이다. 확실히 아이는 곧바로 대답을 하지 않고 뜸을 들이고는,
"응, 잘할 수 있어. 연습했잖아."라고 대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자기 전 연습에서 잘 안되던 부분이 있어,
"아빠는 OO 부분을 조금 더 연습하고 간다면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되지 않을 거 같은데, 대본 한 번만 더 보고 연습할 수 있을까?"
아이도 내심 걱정이 되긴 했는지, 곧장 대본집을 펼치고는 처음부터 한 번 쓰윽 읽고 노래 부르며 연습을 해 보았다. 한 번 다 해보고는
"아빠! 나 잘 하지? 거봐. 잘하잖아."
스스로 판단해 보도록 기회를 주고, 내 생각을 전달하며 아이에게 결정의 기회를 주는 방법으로 연습을 유도했고, 한 번 더 해봄으로써 본인 스스로의 판단이 맞았다는 확신과 연습을 한 번 더 해 조금 더 자신감이 붙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공연장에 모이라는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을 하였는데, 이미 몇몇 친구들이 도착해 있었다. 다들 공연장에서 만나니 더 기분이 좋은지 손에 깎지를 껴고 뱅글뱅글 돌기 바쁘다. 그러고는 서로의 얼굴만 봐도 뭐가 그리 좋은지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하나 둘 다른 친구들이 도착을 할 때마다 웃음소리는 더 커지고, 자기들끼리 뭐가 그리 신나는지 방언 터진 듯이 수다 삼매경이다.
분장실로 들어가기 전 잠깐의 시간을 빌려 준비를 해온 고구마를 한 개 입에 물려주며 오늘 공연 전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그동안 연습을 해온 것을 십분 발휘하며 틀려도 좋으니 긴장하지 말고 친구들과 무대를 즐기라고 마지막 당부를 해 주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선생님의 분장 코올이 떨어졌고,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손을 잡고 분장 및 무대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들어갔고, 이어서 리허설을 진행했다.
드디어 공연 시간! 선생님께서는 시작 전 아이들의 리허설을 보니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을 건네셨다. 전문 배우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취미로 배우는 것이며, 이미 연습을 통해 어느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공연을 완벽하게 마치는 기대보다는 떨지 않고, 본인이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작은 소망 하나만 마음에 두고 있었기에, 선생님의 말씀에 실망을 하지 않았다.
조명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아이들 하나하나 예쁜 요정이 되어 무대로 들어오는데, 다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특히, 우리 아이의 예쁜 모습을 보고는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는데 정신없었다.
가장 연습을 많이 한 첫 번째 넘버로 공연은 시작했고, 긴장을 하긴 했지만, 선생님과 친구들과 연습한 대로 무대를 잘 마쳤다. 항상 집안의 막내로서 아기 같았던 아이인데, 한 살 어린 동생의 동선과 대사 등을 알려줘 가면서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본인의 자리와 동선은 우왕좌왕하면서 그 동생의 동선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웃기기도 했다. 항상 사촌 언니 오빠들이 본인을 잘 챙겨주니, 본인도 동생을 잘 챙기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준 것 같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의 방법인지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오늘 친구 한 명이 빠지는 바람에 리허설에서 그 친구의 파트를 다른 친구들이 나눠 가지면서 약간의 혼선이 있긴 했지만, 오늘의 공연은 너무 재미있고,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자리였다. 아이가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다른 친구들의 부모님들도 하나같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들의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전문성을 가지고 공연을 하는 것보다 이렇게 취미로 배우고 공연을 하는 것이 부담도 없고, 즐거운 공연 관람의 기회까지 주는 것 같아 좋았다.
무대를 마치고 나온 아이는 긴장이 풀려 다소 경직되어 있었던 표정이 많이 풀어졌고, 홀가분 한지 다시 시작 전 모여 까르르 웃고 떠들던 수다스러운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좋아하는 시나몬롤 인형 꽃다발을 받아 들며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의 시간을 가지면서 무대가 끝나고 난 후의 후련한 마음과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아이의 연습 과정을 알기에 오늘의 이 무대를 마치고 난 후 아이가 느끼게 된 달콤함은 값진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계획한 바를 100% 달성하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이다. 하나, 미리 안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노력을 등한시하여, 8~90점짜리 결과물이 아닌 0점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 냈던 때가 떠올랐다. 이 세상에 100점을 잘 없다. 100점을 얻기도 어렵다. 하지만, 노력을 하면 할수록 100점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간혹 100점을 맞기도 한다. 그렇기에 준비 과정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이번 아이의 뮤지컬 공연을 계기로 함께 즐기면서 하는 방법을 지속해 나갈 것이고, 뮤지컬 외 다른 공부나 놀이 또한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나가고 아이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지속해서 제공토록 할 것이다.
나 또한 매사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고 난 후 결과를 겸허히 기다리고 받아들일 것이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