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5년 2월 23일 - 98일차

시나브로상승 2025. 2. 2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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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여행 2일차]

아침을 깨우는 소리, 문뜩 잠에서 깨어~♪ 창 밖을 보라, 창 밖을 보라~♬

 

호텔 창문 밖으로 펼쳐진 모습이 금세 잠을 달아나게 만든다. 이번 여행 숙소를 정할 때 30여 개의 호텔 리뷰를 다 읽고 난 후에 정한 곳인데, 가격도 거의 제일 저렴한 데다가 평가도 좋고, 접근성과 여수 여행을 하기 위한 캠프 하우스로 제격이다.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은 점을 공략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패밀리룸도 가지고 있는 등 꽤 만족스럽다.

 

2일차의 일정은 오동도, 아쿠아플래넷, 이순신광장, 이순신 시립도서관, 그리고 여수해상케이블카의 일정이었으나, 여수해상케이블카는 1일차에 했기에 뺐고, 오동도는 너무 추워 3일차로 미루었기에 나머지를 행하고자 했다. 역시나 계획은 계획이고 수정된 일정은 아쿠아플래넷, 향일암, 그리고 순천만 천문대이다.

 

호텔 조식도 깔끔하고 먹을만하다고 하지만, 여기는 남도다. 남도에서 호텔 조식이 웬 말이냐? 여수 지역 노포 음식점만 해도 수백 개는 나온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은 남도 음식의 강한 맛과 매운맛으로 인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이 제한되다 보니 여러 가지 필터를 통해 선정된 곳을 아침 식사 장소로 선택하였다. 이순신 광장 근처에 위치한 '유정해장국'이다. 와이프가 좋아하는 계란 프라이를 무제한으로 제공해 주며, 소머리국밥, 뼈다귀 해장국, 콩나물국밥, 순두부찌개 등 선택지도 많다. 주차할 곳을 사전에 알아보고 가지 않았더니 골목을 가득 메운 차들로 인해 주차 공간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공영 주차장이 있어 들어갔고, 바로 경차 주차 공간이 비어있어 주차는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경차를 렌트 해본 것은 좋은 경험이다.

 

와이프 먼저 들여보내 주문을 시켜두고 간 터라 이미 음식은 나와 있었고, 사진을 찍지도 않은 채 허겁지겁 밥을 입안으로 욱여넣었다. 소머리국밥의 국물은 깔끔하고 고기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아이에게도 덜어주어 먹여보니 아이도 곧잘 받아먹는다. 와이프는 뼈다귀 해장국을 시켰는데, 이 또한 강하지 않고 담백하며 우거지가 많이 들어가 깊은 맛을 낸다. 반찬으로 나온 것들까지 싹싹 비워 모든 것을 해치웠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해 아쉽다.

 

밥을 먼저 다 먹은 와이프는 근처 커피숍을 검색했다. '이끌다 로스터스'. 이순신광장 근처의 카페를 검색하여 리스트에는 두고 있었으나, 커피를 보통 들고 다니기에 이번 여행에서 카페 리스트는 반영해두지 않았는데, 와이프도 같은 카페를 찾았다. 식사 후 카페까지 걸어가는 길에 보니 갈치조림 맛집 '순이네 식당'과 사전에는 몰랐는데 딸기 찹쌀떡으로 유명한 '3대 여수딸기모찌'앞에 사람들의 대기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 딸기 찹쌀떡을 한 번 사볼까 하다가 줄도 길고, 해야 할 여정이 있으니 혹여 다시 오면 사보기로 하고 카페로 향했다.

 

'이끌다 로스터스'는 부부가 하는 것 같다. 다양한 커피콩을 직접 로스팅 하는 공장에서 받아오는데, 이 공장도 함께 운영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카페 문을 여니 커피 내리는 냄새와 스콘 굽는 냄새가 구미를 확 당긴다. 맛을 보지 않았음에도 이미 만족스럽다. 작은 카페이고, 2층 구조로 되어있다. 이미 사람들로 카페 안은 가득 차 있다. 스콘이 똑떨어져 맛을 보진 못했지만, 커피 맛은 좋다. 대 부분 직접 콩을 볶고 내려주는 집들의 맛은 비슷하다. 손재주가 좋은 민족이라 그런지, 기술과 관련된 부분은 빠르게 발전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꽤나 만족스럽다.

 

커피를 마시고 아쿠아플래넷으로 향했다. 아쿠아플래넷이 크기에 주차장이 있을 줄 알았지만, 주차장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다. 입장권을 구매할 때 보니 근처 엑스포 주차장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우리는 플래넷 옆 공영주차장에 차가 한대 빠져나가 얼른 그 자리에 대어 매우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게 되는 행운이 따랐다. 사전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저렴하나, 대/소의 구분이 없어 하지 않았다. 대신 사전에 예약하지는 않았지만, 신한카드 제휴로 20% 할인을 받아 이용할 수 있기에 현장에서 구매를 하였다. 3D 영상 관람까지 포함해서 티케팅을 할 때 가격은 별반 차이가 없다.

 

와이프가 아이에게 이번 여행에 오면 인형을 사준다고 약속을 하여 아이는 들어서자마자 인형 타령이다. 관람 내내 인형 이야기로 보챌 것 같아 우선 기념품 파는 공간부터 방문을 했다. 여수 아쿠아플래넷의 자랑인 벨루가 인형부터 수달, 펭귄, 물개 등 다양한 인형을 포함한 다양한 굿즈가 마련되어 있다. 아이는 여러 인형 중 분홍색 펭귄을 집어 들었고, 이름은 유키란다. 이유는 모르겠다. 인형을 쥐여주자 만족스러운 표정이고, 애지 중지하며 다닌다. 아 기념품 샵에서 캐리커쳐를 그려주고 있는데, 옆에 광고하는 판넬에 예전 미국에서 유학할 때 아는 동생네 식구의 캐리커쳐가 광고되고 있었고, 반신반의 했지만 아이의 이름까지 같아 오랜만에 해당 사진을 메세지로 보내봤더니 정말 그 동생이 맞았다. 신기한 경험이다.

 

3D 영상관에서는 곤충을 주제로 한 10여 분의 만화가 진행 중이고, 반대편 전시공간에서는 '헬가 스텐첼'의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사전 정보 없이 기대를 별로 하지 않고 들어간 특별전이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되었다. 러시아 출신의 예술가로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정 초현실주의' 작가라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여 작품 활동을 하는데, 매우 인상적이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는 나도 쉽게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니 일반적인 사람들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 '개배추' 등이 유명한 작품인 듯하다. 여러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삶이 당신에게 레몬을 줄 때'라는 작품이다. 곰팡이가 핀 레몬을 바라보고 해수욕장을 떠올린 것을 보며, 부정적인 상황을 오히려 긍정적인 작품으로 전환을 시킨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코로나19 시절 이탈리아 어느 마을에 가 빨래가 걸린 모습에 다양한 것을 놓고 함께 찍어 익살스러운 표정을 담은 사진들, 빨래를 널어 동물들을 표현한 작품 등 다양한 것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직접 옷가지를 이용해 옷을 널어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어 참여를 해보았다. 나의 작품은 공룡이다.

 

아쿠아플래넷의 다양한 수중 동물들을 만나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이제 막 시작을 하려 했으나, 아이가 배가 고프다 하여 다시 내려와 푸드코트에서 잠시 식사를 하였다. 일단 음식 퀄리티가 좋고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아이가 시킨 돈가스 외에도 다른 음식들도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에서 운영을 하고 있고, 여행지임에도 불구하고 바가지 없는 상황이 매우 좋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쿠아플래넷의 다양한 동물들을 맞이할 시간이다. 여느 아쿠아리움과 비슷한 환경이다. 다만 여수 아쿠아플래넷에는 벨루가와 다양한 거북이들이 많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는 다른 아쿠아리움과 비슷하니 이 점은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매번 보는 상어, 가오리, 다양한 바다 물고기, 물개, 수달, 그리고 다양한 열대어 및 해파리 등을 보면서 아이는 연신 신이 나 있다. 무엇보다 벨루가가 숨을 쉬기 위해 물 밖으로 몸을 낼 때 머리 위로 나 있는 숨구멍으로 숨을 내쉴 때 물이 튀는 것을 매우 좋아했고, 바다거북이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는데 본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며 행복해하였다. 그리고 메인 수조에서 펼쳐진 인어공주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이처럼 기대하지 않았던 특별 전시전과 3D 애니메이션 관람, 그리고 아쿠아리움의 다양한 수생동물을 만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4시간이라는 시간을 한 공간에서 보낼 수 있었다.

 

저녁에 따로 내려오신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하기로 되어있어 저녁을 먹기 전 저녁 식사 장소 근처인 향일암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서야 당도할 수 있었다. 내려서 향일암으로 올라가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르다. 그래서 돌계단으로 된 길과 차가 다닐 수 있도록 포장을 해 놓은 도로 두 군데로 갈 수 있다. 올라갈 때는 계단을 이용해서, 내려올 때는 도로를 이용해서 이동을 하였다. 꽤나 가파른 길이고, 향일암 근처에 가서는 좀 더 가파른 돌계단 길을 연거푸 올라갔어야 함에도 아이는 앞장서서 잘 올라갔다. 다음 여행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가파른 길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잘 걸어 올라가는 걸 보니 안심이 된다.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모습은 꽤 멋있다. 이 땅 끝자락의 험준한 높은 바위 산 위에 암자를 지어 놓고 불공을 드렸던 과거의 어느 승려들의 공덕이 대단했음을 느낄 수 있다. 좁디좁은 바위 사잇길을 지나 바위산을 올라 암자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바다는 고난의 수행길의 끝에 마주하는 개안(開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계단을 올라가는 길에 서 있는 부처상은 제주도의 돌하르방의 코를 만지듯이 만져 까맣게 손때가 묻고, 반들반들 해져있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3가지 부처상을 보면 입을 가리고, 귀를 가리고, 눈을 가리고 있다. 각각 남을 흉보지 않고, 좋지 않은 소리를 듣지 않으며, 나쁜 것을 보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 짧은 시간이지만 중요한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등용문 한가운데 떡하니 여의주가 놓여있다. 이 여의주를 둘러 안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 너도 나도 따뜻한 표정으로 안아준다. 나도 우리 가족의 안녕을 바라며 아름드리로 안았다. 그리 길지 않은 코스이나 워낙 가파른 곳이다 보니 많이 힘들기는 하다. 하지만 오르고 내리는 가운데 무념무상이 자연스럽게 되니 내려오고 나면 머리가 개운하다. 그리고 뱃속에 허기가 진다.

 

자연스레 내려오면 양옆을 채우고 있는 갓김치 집들과 조청에 유과를 파는 집들이 줄지어 있는데 유혹을 이겨내고 저녁 예약 장소로 향했다. 유명한 집이라 하여 들어갔는데, 우리 밖에 없어 살짝 당황하긴 했으나 이어 여러 그룹이 줄지어 들어왔다. 차라리 그냥 우리만 먹었으면 했다. 아이가 젓가락질을 터득 중인데, 생각보다 안되어 짜증을 내다보니 다른 테이블 식사 분위기를 망쳤다.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다. 맛이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달래는데 민망하고 짜증도 나는 등 여러 가지 감정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벌어진 일이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입안에 남는 텁텁함 없이 깔끔한 상태인 걸 보면 맛집이긴 한 듯하다.

 

저녁을 먹고 미리 예약을 해둔 순천만천문대로 향했다. 9시 관람을 예약해 두었는데, 눈발이 날리고 있어 8시 타임에 와주기를 바라는 연락을 받았던 터라, 얼추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식사 후 바로 순천만습지로 향했다. 출발하고 서쪽 하늘에 구름에 별로 없이 별이 잘 보였기 때문에, 천문대에 도착을 하게 되면 별을 많이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달렸다. 그런데 습지 도착 5분 전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천문대 안으로 들어가니 오늘은 돔을 열 수 없다고 하신다. 관람을 할지 말지 여쭤보시는데, 이미 1시간여 달려온 걸 그냥 돌아갈 수 없어 관람을 하겠다고 했다. 겨울철 별자리에 대한 영상을 관람하고, 밖으로 나가 맨눈으로 겨울철 별자리에 대한 복습을 했고, 마지막으로 순천만천문대의 망원경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겨울철의 대표 별자리로 알려진 북두칠성을 포함한 큰 곰자리,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오리온자리와 카시오페아 자리 등을 배우고, 겨울철 눈에 잘 보이는 별들을 연결한 원까지 배우는 등 학창 시절 배웠던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 말씀처럼 정말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알차게 보낸 이틀째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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