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나는 문화생활에 그다지 관심을 많이 갖지 않았던 사람이다. 나에게 문화생활이라고 해봐야 가끔 영화 보러 가거나 볼링 치러 가거나 하는 정도가 다였던 것 같다.
2020년 4월 뮤지컬 오디션 「더블캐스팅」을 보며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당시 앙상블로서 출연을 해오던 배우들이 경연을 통해 베르테르 작품의 더블캐스팅 자리를 놓고 펼치는 오디션이었는데, 매우 재미있고, 다양한 작품 속 넘버를 즐기며 뮤지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검색을 해보니 우승을 차지했던 나현우 배우는 '베르테르' 작품을 끝으로 이후 어떠한 작품에 대한 기록이 없는 것을 보니 매우 안타깝다. 다른 출연진 중 지금은 많이 알려진 임규형, 심수호 배우도 있고, 당시 임팩트 있던 역할을 했던 이무현, 정원철 배우도 다행히 꾸준히 크든 작든 작품을 계속하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와이프는 그전부터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겨왔기 때문에 당시 더블캐스팅을 보자고 할 때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이후 부담 없이 다양한 공연 작품들을 끊임없이 검색하며 이것저것 예매를 해오고 있다. 아이가 좀 더 어릴 때는 아이가 볼 수 있는 어린이 뮤지컬 위주로 찾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해왔고, 작년부터는 아이도 조금 더 길고 수준이 있는 작품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판단에 「애니」와 「산타와 빈양말」 등의 작품을 함께 감상했다.
꼭 뮤지컬 공연이 아니더라도, 영화와 클래식 공연 등 다양한 기회에 계속 노출시켜 주며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계속 경험 시켜주고 있다. 덕분에 수혜는 내가 입고 있다.
결혼 전에는 뮤지컬을 본 것이라고는 미국에 유학 갔을 때 외숙모 손에 이끌려 강제로 끌려가 보았던 「라이언킹」, 그리고 어머니랑 작은 엄마 미국 오셨을 때 모시고 갔던 「맘마미아」와 「저지 보이스」가 다였는데, 결혼 후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며 공간에서 뮤지컬을 즐기고 있다.
이번에는 아이와는 함께 관람을 할 수 없어 아쉽지만, 처음으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하는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보고 왔다.
창작 뮤지컬로서, 이번 공연이 팔연째인만큼 내공이 탄탄한 작품이다. 작품을 감상하러 가기 전 이렇다 할 정보 없이 갔다. 소극장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처음인지라 분위기도 모르고, 작품의 개요조차 모르고 가니 처음 작은 공간에 앉았을 때, 최근 관람을 했던 큰 작품들에 비해 설렘은 덜 했다.
와이프 말로는 이 작품이 매번 올라올 때마다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마니아들이 있고, 그들은 작품을 줄여서 '여. 보. 셔.'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간단한 정보를 주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재미있게 봤고, 넘버 「그대가 보시기에」는 계속해서 귓가에 맴돌 만큼 좋다. 7명의 배우가 약 두 시간을 끌고 가는데, 정말 무대를 꽉 채웠다는 표현을 온전히 느끼고 왔다.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인물 하나하나의 서사가 담겨있고, 그 서사의 중심에 있는 여인이 여신으로서 투영되어 결국 처음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여겼던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내용은 매우 자연스럽고, 훈훈한 결말을 너도 나도 바라게 된다.
잘 만들어진 작품을 보게 되면 항상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무한한 감동을 느끼게 되고, 그런 작가에게 존경의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뮤지컬 작품의 경우 노래까지 중요하기 때문에 음악감독과 넘버를 작곡한 작곡가까지도 포함이 된다.
내가 본 공연 중 TV에서 나온 배우들이 나오지 않은 부분을 다소 아쉽다. 이왕이면 나가 TV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봤던 배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이번 공연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해 또 알게 되었으니,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특히 눈여겨봤던 한영범 대위 역의 김지철 배우는 신소율 배우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조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앞으로 다른 큰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미 큰 무대에 서고 있는 배우라는 사실도 더 알게 되었다.
모든 배우들이 노래를 어쩜 그렇게 맛깔나게 하고, 노래를 하면서 연기까지 능청스럽고, 때로는 진지하며,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호흡을 끌어내는지 감탄을 하면서 무대를 즐겼다.
대형 극장에서 하는 뮤지컬과 달리 소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은 관객들과 호흡을 함께 하며 즐길 수 있다는 말을 체감하고 나니 다른 공연들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히 샘솟는다.
참고로 어제 공연은 스페셜 커튼콜 시간을 갖었고, 그 영상을 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