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5년 1월 14일 - 58일차

시나브로상승 2025. 1. 1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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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부모하기 나름이에요]

고 최진실은 데뷔 CF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TV 광고 하나로 스타가 된 것이다. 배우 최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고, 오늘 본 부모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자 한다.

 

5남매의 아버지의 교육관의 변화에 대한 짧은 영상이다. 매일 퇴근을 하면 저녁을 먹고 맥주 한 잔을 하며 TV를 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아이들도 매일 같이 저녁을 먹은 후 함께 TV를 보면서 자연스레 TV를 보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5남매 모두가 그런 모습을 보이자 어느 날 TV를 보는 것이 아닌 독서를 하게 되었고, 거실에서 독서를 하게 되니 아이들이 TV를 쉽게 보지 못하였다고 한다. 하나 둘, 거실에서 아빠의 책 읽는 모습을 따라 책을 가져와 읽기 시작을 하였다고 한다. 그러자 이제는 매월 독서 한 내용을 가지고 가족끼리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등 독서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생겼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영상은 요즘 아이들의 최종으로 귀결되는 선물은 '스마트폰'이라고 한다. 여기저기 너도 나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다 보니 초등학생들이 선물을 사준다고 했을 때,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많이 조른다고 한다. 절대로 초등학생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양방향이 아닌 단방향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너무 빠른 정보의 전달로 인해 뇌에 기억으로 새기거나 스스로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기 때문에 한참 뇌가 발달해야 할 시기에 방해요소로서 작용한다는 말씀이었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이미 수차례 보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내용이고, 많은 부분에 대해서 공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워낙 일찍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TV 등을 통해 미디어에 노출된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옆에서 장, 단점을 모두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시간의 여유가 부족하단 이유로 아이 혼자 놀 때는 손에 스마트폰 또는 리모컨을 쥐여 주고 시간을 정해두고 시청을 하도록 놔두기도 하였다. 아예 단절시킬 수 없다면, 절제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하고 보는 것으로 한 것이다. 각종 교육 영상을 통해 스스로 한글을 어느 정도 떼고 숫자 세는 법, 덧셈, 뺄셈 등 간단한 연산, 행성들, 신들의 이름 등을 이해하기 시작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적으로 단점만을 부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러한 이유로 어느 정도의 시청은 허락을 하고 있다. 다만, 나와 와이프가 모두 피곤하거나 다른 일이 있어 각자의 일에 집중을 할 때는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여 시청을 할 때가 종종 발생한다.

 

아직 아이 스스로 정해진 시간의 시청 이후에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에 보통은 노는 시간 이후에 무엇을 할지 일러주고, 약속된 시간을 일러주고 다음 일과를 함께 하는 쪽으로 하고 있다. 스스로 학교와 학습지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 하루 일과 중 스스로 시간을 할애하고 해야 하는 것은 아직 미숙하다.

 

지난 학기 초반에 아이에게 하루 일과표를 스스로 그릴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 보았고, 벽에 만들어진 일과표를 그리고 습관을 하나 둘 만들어 가보도록 노력을 했다. 하지만, 지난번 한 번 언급한 바와 같이 11월 말 뮤지컬 공연과 독서 챌린지를 마치고 난 후 아이와 나 모두 번 아웃이 와 12월을 그대로 날려 먹으면서 쌓여가던 습관이 흐지부지되었다. 항상 와이프가 나에게 지적하는 사항 중 한 가지가 '무언가를 꾸준히 하질 못한다.'는 것이다.

 

이번 주는 다시 심기일전하여 아이와 놀아주는 시간, 함께 숙제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나가며, 아이와 함께 대화하고 옆에서 스스로 습관과 자기 주도적인 모습을 만들어 가는 부분에 집중하고자 마음을 먹었기에, 어제 오늘 정해진 시간만큼 놀고 난 후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미리 알려준 대로 자기 전에 끝맺음을 하고 자도록 하였다. 어제는 월요일이라 그런지 많이 피곤해했고, 욕조에 물을 받아 놀다 보니 일찍 잠이 들어 많이 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늘은 태권도를 다녀오며,

"아빠, 잘 봐봐." 하고는 (뮤지컬 애니의 넘버 '너무 힘들어'를 부른다.)

"아빠, 나 엄청 또박또박 말하지? 나 조금 똑똑해진 거 같아."

"어? 무슨 일이지? 갑자기 눈빛도 초롱초롱하고, 말도 또박또박 정확하게 하고.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방법을 가르쳐 주셨나? 아니면 태권도 사범님이 씩씩하고 또박또박 말하는 법을 알려 주신 거야?"

"아니,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어."

 

'어제 공부를 좀 하면서 다시 공부하는 재미를 붙이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와 정리를 할 것이 있어 30분만 TV를 보고 놀고 있으라 했다.

 

30분이 지나고 나서 아이에게,

"자, 이제 TV는 끄고. 아까 말해준 대로 우리 학습지 숙제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숙제 얼른 마치고 책도 조금 읽고 자야지?"

 

평소 같으면 5분만을 외치거나, 어떻게든 끄기 싫어 뭉그적거리는데, 바로 끄고는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학습지를 본인이 해보겠다며 앞장서서 해본다. 과목당 4장 정도만 하면 되지만, 아이에게 스스로 얼마나 하고 싶은지를 정해보도록 했다.

 

"네가 직접 몇 페이지씩 하고 싶은지 훑어본 후에 표시를 하고 거기까지 하고 들어가는 거야. 알겠지?"

 

'하나, 둘, 셋 ... 아홉, 열, 열하나." 하고는 마킹을 한다.

 

"11장? 하루에 4장만 하면 되는데, 11장을 하겠다고?"

"응, 나 11장 금방 할 수 있어."

 

눈에 힘이 가득하고 눈에서 빛이 난다. 아이의 학습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학습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아니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이가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니 평소 4장을 하는데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어 달래가면서 할 때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본인이 하겠다고 하니 11장을 하는데 4장을 할 때 보다 더 적은 시간이 걸리고, 심지어 깔깔대고 웃어가며 숙제를 했다. 다른 과목도 스스로 정하고, 옆에서 추임새만 넣어주며 독려를 해주기만 하였다. 연산의 실수가 하나도 발생하지 않았고, 문장도 천천히 또박또박 읽어가는 등 전부터 강조한 내용들에 대해 잔소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알아서 잘 해냈다.

 

그냥 막연하게 숙제를 지금 해야 해 하고 옆에서 봐주지 않는다거나, 사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다짜고짜 너 이거 지금 해야 해 하고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아이에게 미리 일러주고, 아이도 스스로 해야 한다고 인식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학습 전 먼저 놀기부터 했으니, 이미 놀만큼 놀았다 생각이 들어 이제는 아쉬움 없이 학습의 자세로 쉽게 전환이 된 것 같다.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바로 자세를 스스로 만들어 내느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결과를 낳는 것 같다.

 

숙제를 마치고 침대로 올라와 책을 함께 읽는데, 조금 읽다가,

"나, 이제 정말 졸려서 못 읽겠어요." 하고는 책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5초도 안되는 시간에 금세 잠이 들어 버렸다. 본인의 에너지를 하얗게 불태운 것이다.

 

아이는 정말 부모 하기 나름이다. 아이가 주도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고, 아직 시간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스스로 정함에 있어 미숙할 때는 부모가 약속과 습관 형성이라는 방법으로 개입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러한 경험이 몇 차례 반복되면 의례적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구나 하고 깨우치고, 그다음에 그 내용을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 같다. 만날 안 듣고 있고, 딴청을 피우는 것 같았지만, 본인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고, 놀이 이후에 학습 전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난 후 하다 보니 기존에 강조했던 내용을 알아서 해주는 것이 고맙게 느껴졌다.

 

억지로 할 때는 아이가 먼저 짜증을 내고, 그게 바로 전염되어 나 역시 화를 내게 되는 등 악순환의 반복이었다면, 오늘은 기분 좋게 함께 학습을 마치고 책까지 재미있게 읽다가 잠이 들었다. 큰 소리 한 번을 안 내고 마치는 게 쉽지 않은데, 웃음 가득한 상황 하에 학습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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