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5년 1월 11일 - 55일차

시나브로상승 2025. 1. 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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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숲그림책도서관]

2024년 마지막 날 와이프와 카톡을 통해 대화를 하던 중 와이프의 2025년 목표 중 한 가지를 듣게 된다. 전국의 특이한 콘셉트를 가졌거나,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도서관들을 방문해 보는 것이다. 도서관을 자주 방문을 함으로써 아이가 책에 대한 노출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으며 책 읽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나와 와이프도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이나 태블릿PC 등 디지털 장비에서 벗어나 아날로그 환경 하 사고를 병행하며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함도 또 다른 목적이다. 제1의 목적은 아이에게 초점을 두고 있기에 우선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도서관들을 검색해 본 듯하다.

 

"오빠, 여기 한 번 봐봐. 처음 방문하는 곳으로 좋을 것 같아. 그림책 위주이고 밖에 놀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좋을 것 같아."

 

와이프가 건네준 곳은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다. 오랜 시간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그림책 전문 도서관을 꿈꿔온 최지혜 관장은 2024년 2월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개관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그림책 전문 도서관으로서 현재 약 13,000권의 그림책을 보유하고 있다. 도서관을 통해 아이들이 책과 자연 속에서 놀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는 관장의 의도대로 강화도 야트막한 산자락에 위치한 도서관은 소박한 모습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환경을 제공한다.

이 도서관은 오전 10시 30분 ~ 오후 1시 30분까지 1차, 오후 2시 ~ 5시까지 2차로 운영되고 있다.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기에 도서관에 방문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고자 부랴부랴 달력을 열었었고, 토요일에 스케줄이 없는 가장 빠른 날짜인 오늘을 선택해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아침 일찍 방문을 하고자 1차를 예약했었지만, 와이프는 아침 일찍부터 부산스레 준비하는 것을 할 수 있겠냐며 2차로 변경을 유도했다. 이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도서관은 3개의 큰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서관 본관, 도서관 옆 카페, 그리고 작은 놀이 공간이다. 앞서 보인 사진에서 두 번째 사진은 카페, 세 번째 사진은 도서관 본관, 네 번째, 다섯 번째 사진이 놀이 공간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작지만 공간 활용을 알차게 했음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손쉽게 책을 꺼내 볼 수 있도록 작은 키의 책장에 수많은 책들이 꼽혀 있고, 일정 기간마다 관장이 직접 책을 선별하여 표지가 보일 수 있도록 책을 놓아둔다고 한다. 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적은 인원으로 제한된 인원만이 사용을 할 수 있다 보니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마지막에 보이는 장소는 복도 끝자락을 돌아 자리 잡은 소리 내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계단식으로 자리 잡은 아이들의 독서 공간 아래에 자리 잡고 있고, 따로 미닫이문이 있어 안에서 소리를 내어도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와 방해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공간 활용을 잘하여 13,000여 권의 책을 소장하고, 아이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오롯이 책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 옆 카페에도 책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예약을 할 때 사전에 옵션으로 제공되는 식사를 미리 신청할 수 있고, 또는 현장에서 간단한 빵과 음료를 주문하여 먹을 수 있다. 식사의 경우에는 재료 준비를 위해 사전에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한 정보이다. 주말에는 보통 아점을 먹고, 점저를 먹는 경우가 보통이기에 사전에 피자, 파스타, 샐러드, 커피 2잔 세트를 주문을 해두었다.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가장 추운 날씨이기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 도서관 사진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도서관 소개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오늘 도서관 방문이 뜻깊은 이유를 말해보고자 한다.

 

아는 동생에게 새해 인사를 하고자 핸드폰을 뒤적거리고 있는데, 때 마침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나도 그 친구에게 인사를 하려고 연락처를 검색하고 이름을 입력하고 있는데 연락이 온 것이라 매우 놀랐다. 동생은 새해에 아이들을 소개해 주고자 가족끼리 시간을 맞춰 함께 보자고 했다. 보통 1달 전까지는 주말 스케줄을 아이에게 맞춰 예약을 해두고 있는 터라 당장은 어렵다 말하며,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방문하고자 하고 있는데, 여기를 다녀온 후 괜찮으면 함께 여기에서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물었다. 동생네 집에서 멀지 않고, 책과 놀이를 병행할 수 있는 데다,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 아닌가? 그렇게 다음번 스케줄을 잡을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오늘 도서관을 방문했는데, 주차를 하고 보니 맞은편에 보이는 차가 굉장히 낯이 익다. 차 번호판에 적힌 끝 네 자리 숫자가 지난번 동생이 우리 집으로 나를 데리러 와 방문차량으로 등록했던 차 번호 같다. 도서관에 들어서며 전경을 찍고 있는데 남자아이 둘이 엄마와 왁자지껄 떠들고 놀고 있다. 그 동생도 우리 아이 또래의 연년생 남자 형제를 키우고 있다. 도서관 안에 들어서 사서 분에게 예약된 이름을 말씀드리고, 카페의 사용 규칙에 대해서 들은 후 다시 차로 돌아오는데, 카톡으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형, 혹시 바람숲 오셨어요? 방금 형 나가시는 거 같아서요.'

'헐, 맞아. ㅋㅋ'

'ㅋㅋㅋ, 맞네.'

 

지난번 새해 인사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만지작 할 때도 그렇고, 오늘 도서관 방문 건도 그렇고 우연이지만 시간의 일치됨이 소름을 돋게 한다. 지난번 가족끼리 봤으면 한다는 동생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사전에 스케줄을 맞춰 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것은 인연인가 싶다. 도서관으로 가는 내내 차에서 잠이 들었던 아이는 두 친구들을 따라가 통성명도 없이 놀이 공간에서 어울려 논다. 얼른 따라가 서로의 이름을 묻고 나이를 물어보며 간단한 통성명을 하였고, 동갑내기인 친구 1명과 동생 1명임을 알게 된 아이는 더욱더 친밀하게 다가간다. 자다 깨서 시골 분위기인 곳에 휑하니 놓인 건물만 있고, 안에 들어서 책 읽고 있는 모르는 아이들만 있는 모습을 보였다면 낯을 가렸을 수 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삼촌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아이들까지와 인사를 하니 어리둥절하지만 아빠가 아는 체를 하니 거부감 없이 낯을 가리지 않는다. 또래의 남자아이들이라 장난스레 인사를 건네고 다시 놀이 공간으로 달려가는 것에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따라가는 모습에서 흐뭇한 미소를 드리우게 된다.

 

다시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짐을 내려놓고 예약을 해둔 음식을 먹을 시간을 사서 분께 전달하고 아이를 지켜보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온다. 영하 9도의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은 잘 논다. 부랴부랴 나오는 터라 장갑도 챙기지 못해 그대로 손이 노출되었지만 그네도 타고, 트램펄린 위에서 뛰기도 하고, 짚라인도 탄다. 동장군은 아이들에게는 무섭지 않은 것 같다.

 

동생네 식구는 2시 반에 음식을 먹겠다고 전달한 터라 시간 맞춰 내려간다고 하였고, 우리도 덩달아 3시로 예약했지만 함께 내려갔다. 아이들은 배고픈 것은 생각도 나지 않는지 다시 밖으로 나가 자기들끼리 놀이를 한다. 밖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었는데 사람을 별로 경계하지 않고 따라다니니, 그 고양이에게 집을 지어 주겠다며 얼마 전 내린 눈이 쌓여 얼어 있는 것을 쪼개가며 논다. 아이들에게는 흙, 돌멩이, 눈, 얼음이 장난감이다. 자기들끼리 머라고 떠들며 시끌벅적하다. 얼굴을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패딩에서 노출된 유일한 공간인 목덜미부터 머리 정수리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동장군의 매서움이 나는 옷깃을 여미고 다시 카페로 들어왔다.

 

카페의 피자, 파스타, 샐러드 모두 맛있다. 한 공간에 와 식사와 놀이까지 병행할 수 있으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아이들은 밖에서 뛰어놀고 어른들은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 와이프와 제수씨도 편하게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이야기를 나누며 쉽게 친해졌다. 동생과 제수씨도 인상이 좋고 편한 말투, 편한 보이스를 갖고 있으며, 인상이 너무 좋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그리고 최근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소개했었지만, 오지 않게 된 연유에 대해서 들었다. 동생과 나 사이를 이어준 동생이 있는 곳에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요즘 가지고 있는 관심사, 아이를 키우는 나름의 철학 등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대로 수다 떨다가는 오늘의 목적인 도서관에서 책과 친해지는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후 4시가 되어 부랴부랴 도서관에 돌아가 아이들이 책과 친숙해질 시간을 가져볼 수 있도록 하였다.

 

오후 4시가 되니 다른 친구들은 이미 집에 가고 우리들만 남았다. 전체 공간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어도 좋다는 관장님의 말씀에 아이들도 신이 났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편한 소파에 벌러덩 누워 읽기도 하고, 계산에 몸을 기대고 엄마와 책을 읽기도 한다. 자세가 불편한지 또 내려와 복도에 놓인 의자에 몸을 기대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계단 아래 공간으로 와 소리 내어 책을 읽어보기도 한다. 짧은 시간에 도서관의 모든 공간을 제집인 양 헤집고 다닌다.

 

아이가 학수고대하던 하얀색 고양이가 드디어 나타났다.

"아빠, 일로 와봐요. 슈슈야. 슈슈. 슈슈가 왔어."

"응? 슈슈? 친구야?"

"아니, 하얀색 고양이. 엄마가 하얀색 고양이가 있다고 했잖아. 고양이가 왔어."

"어, 그래? 가보자"

 

바깥의 고양이가 그랬던 것처럼 집 안의 고양이도 '여긴 내 구역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꼬리를 바짝 세우고는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아이들이 빤히 쳐다보자 가까이 다가오며 '야옹'하고 한 번 울어준다.

"아빠, 슈슈가 야옹이라고 했어! 이쁘다!"

 

관장님께 고양이 이름을 물어보니 '슈가'라고 한다. 하얀색이 마치 설탕가루처럼 하얀색이라 슈가라고 하셨다고 한다.

"슈슈가 아니라 슈가라고 하시는데? 고양이 이름이 슈가야. 한 번 슈가야 하고 불러봐."

"슈가야, 일로 와봐"

 

고양이가 어린 친구들이 불러주니 귀찮지만 '네가 불러주니 내가 가준다냥'이라 말을 하며 마지못해 다가온다. 그러고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털퍼덕 앉아 바라본다. 새침한 듯하지만,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아이들과 놀아준다. 아이들이 책을 보러 자리를 뜨면 일부러 탁자 위에 올라가 나무 장식품을 발로 건드려 떨어뜨려 아이들의 환기를 집중시켜 보기도 하는 등 아이들과 내심 놀고 싶은 마음을 내비치기도 하는 영리한 녀석이다.

 

아이들은 제각각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기도 하고, 제수씨 옆에 붙어 제수씨가 읽어주는 책을 함께 보기도 한다. 사서 분께서 아이들을 모아 책을 읽어 주시기도 했다. 덕분에 나 역시 여러 가지 그림책 중 하나를 골라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림책이기에 한 권을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양한 주제로 쓰인 그림책을 보며, 아이들이 읽을 만한 수준의 책을 쓰는 작가들은 어떤 생각으로 책을 썼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줄 동화, 학습적인 내용과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의 책 등 다양한 관점에서 쓰인 책들이 즐비하다. 아이들은 이처럼 다양한 주제의 책들에 자연스레 노출이 되고, 이를 쉽게 접함으로써 점차 성인이 되어가면서 더 다양하고 많은 주제를 책으로 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쉽게 깨우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회가 된다면 우리 아이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보았다.

 

학습지 선생님께서 나한테도 말씀해 주시기는 했지만, 와이프에게도 어느 날,

'우리 OO이는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라고 말씀하셨단다. 이 말을 듣은 와이프는 아이와 함께 주말에 시간이 되는대로 도서관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진 적극적 실행력으로 방문을 하게 된 첫 번째 목적지인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의 방문 일기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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