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주말과 공휴일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고, 특히 이 시간을 활용하여 야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체력 소모가 월등히 많은 편이다.
아이도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집에 오기도 하고, 와이프도 일찍 퇴근을 하게 된 터라 미리 부모님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자 말씀을 드렸었고, 예약도 해뒀다.
평소에 자주 드시지 못하는 음식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 히츠마부시를 선택했다. 부산에서 근무를 할 때 처음 맛보았던 음식이고, 와이프와 처형에게 소개를 했을 때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 생각이 나 부모님께서도 좋아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에 와이프에게 의향을 물었고, 흔쾌히 좋다는 이야기를 해주어 무리 없이 메뉴 선택을 마쳤다.
음식점을 다니다가 어떤 음식을 먹다가 와이프가 '이 음식은 아버님이 좋아하실 거 같아.', '이 음식은 어머님도 드실 수 있을 거 같은데?'라고 말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뒤따라오는 말은 '아, 우리 엄마는 또 이야기 안 하는데 시부모님이랑 같이 올 생각만 했네.'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맙다는 말과 그냥 멋쩍은 웃음을 짓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장모님도 모시고 오면 좋아하실 거 같은데?' 또는 '여기는 장모님 좋아하실 거 같아.' 등 장모님을 모시고 식사하는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와이프는 '엄마는 외식 안 좋아하셔.' 또는 '오빠가 외식하자고 말할 때 엄마가 흔쾌히 오케이 하신 적 있어?'라고 되 받아쳐 생긴 반응이다.
그래서 와이프가 위와 같은 말을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은 고마움보다 미안함이 먼저 드는 것이 생각의 수순이다. 남편의 체면치레를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말로는 가끔 그렇기는 한데, 와이프는 내가 챙기지 못하는 많은 것을 챙긴다.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정이 없는 것 같이 칼로 무만 썰어대는 사람 같지만, 정말 세심하고, 지나가는 이야기도 잘 놓치지 않는다. 기억을 해뒀다가 챙기는 편이다 보니 어머니도 며느리가 말수가 적어 싹싹하고 살갑게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에도 칭찬을 많이 하신다. 나는 반대로 앞에서는 잘하려고 노력하지만 뒤에서는 게으른 천성에 잘 챙기지 못하는 것이 부지기수인데, 그런 면에서는 참 많은 보완이 되고 도움을 받는다. 매우 고마운 사람이다.
아무튼, 항상 부모님을 모시고 외식을 하면 어머니의 입 짧음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 편인데, 어머니께서 거의 다 드시는 것을 보고 안도를 하였다. 반면, 아이가 쓰러져 자는 것을 깨워 데리고 나왔더니 잠투정 겸 할아버지, 할머니 앞이라 말을 참 안 듣는 모습을 보며 그 부분이 불편한 감정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요즘 말 수가 늘면서 자기주장도 강해지고 좋은 면도 있지만, 먼가 욕 비슷하게 말하는 것도 생긴 것 같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못해 생떼를 쓸 때도 있으니 양날의 검이다. 잘못한 행동과 언행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하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보면 괜스레 마음이 또 짠해진다. 그게 표정에서 드러나면 안 되는데, 쉽지 않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올 초에 비해서 말도 많아지고,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도 많이 생겼고, 무엇보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노래도 부르고 자기를 드러나는 행동도 하고, 장난이 심한 것도 사교성이나 사회성이 많이 생긴 결과라고 생각이 든다.
전에 보여준 산타클로스 영상 덕에 산타 할아버지가 자고 있는 사이에 올 것이라며 들떠 있었기에, 처음에 언급한 바와 같이 자다가 놀래 깨서 부랴부랴 선물을 포장하고 머리맡에 두었다.
미루다가 쓴 내용이라, 25일에 해당하는 내용은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