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4년 12월 22일 - 35일차

시나브로상승 2024. 12. 2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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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뮤지컬 수업이 있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집으로 돌아왔다. 내려갈 때도 그랬지만, 올라올 때도 차가 많지 않아 편히 올라왔다. 기사를 보니 공항에서는 보안검색에만 200m가 넘는 줄에 비행기를 놓친다며 고성이 오갔다는 둥 혼잡하기 그지없었나 보다. 다들 힘들다 힘들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나 보다. 최근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져 좋았었는데, 그놈의 계엄 탓에 관광 유의 국가로 전락해 버렸으니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오늘은 와이프가 아이를 전담하고 데리고 다녔다. 뮤지컬 수업 후 이어 친구들과 함께 키즈카페까지 다녀오는 덕에 자유시간을 갖게 되었다. 자유 시간이라고 해봐야 밀린 빨래하고, 널브러진 잡동사니 정리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집이 고요한 가운데 오롯이 집중할 수 있으니 그마저도 좋다. 주중에 늦게까지 일하고 바쁜데,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나가 주는 덕에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 시간 여유가 되면 영화를 본다. TV 쇼를 하나만 보기에 짧고, 드라마를 보면 계속 이어 보게 되고, 그래서 두 시간 남짓의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이 가장 알맞다.

 

어제는 웡카, 탈주를 봤고, 오늘은 파일럿과 고스트바스터즈를 봤다. 주말 사이에 4편을 봤으니 많이도 봤다.

 

웡카는 기대를 많이 했지만, 기대만큼의 만족감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뮤지컬 노래이나 잔잔함에 머물렀다. 휴 잭맨이 연기한 움파룸파도 배철수의 음악캠프 중 김세윤의 영화음악에 소개되었던 내용으로 기대를 했었지만, 다소 아쉽다. CG도 다소 부족하고. 무언가 2% 부족한 듯 느끼며 끝까지 흘러간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는 좋은 편이긴 하나, 왜 매력적이라 하는지는 다소 의문이 들기도 했다. 다만, 아이랑 같이 보이게는 가볍고, 어렵지는 않은 듯하여 보기 좋을 듯하다. 그런데 위키드나 모아나처럼 강렬하게 잡아 끄는 음악적인 요소가 다소 부족하여 끝까지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살짝 든다.

 

탈주는 이제훈 배우가 주연이기에 봤다. 이제훈 배우가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재미있게 봤다. 연기가 비슷하긴 해도 이제훈 배우가 선택한 작품은 스토리가 쫀쫀한 맛이 있다. 임규남을 연기한 이제훈 배우의 딕션이나 연기에 구멍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북한 군인 역이기에 살도 많이 뺀 듯하다. 작품을 위해 많은 노력이 보인다. 그런데, 다소 아쉬운 점은 이제훈은 이제훈이라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반면, 구교환 배우의 연기력을 제대로 본 것 같다. 구교환 배우의 연기를 처음 보게 된 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이고, 이후 길복순에서 보게 되었다. 특이한 발성과 엉뚱하면서도 묘하게 끌고 들어가는 눈빛이 인상 깊었는데, 연기 호평을 받은 D.P.를 보지 않아 아주 깊게 빠지진 못했었다. 이번 탈주에서 리현상 소좌 역을 100% 소화했다고 본다. 번잡한 것을 싫어하고, 단도직입적이며 딱 부러지는 판단력과 처세술을 모두 겸비한 캐릭터이다. 장난을 치는 듯하다가도, 그 장난 속에 숨겨져 있는 칼날 같은 날카로움과 냉혹함.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나오는 광기. 대사가 없더라도 표정과 눈빛으로 말할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에 자유를 갈망하며 실패를 하더라도 또 실패를 하는 선택을 하겠다는 임규남에게 "가라" 한 마디를 던지고 홀연히 뒤돌아가는 모습에 무언가 놓지 못했던, 그리고 계속된 기회에 100% 사살하지 못했던 무언가를 끊어내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어지는 탈주범의 증거자료인 아문센 책자를 넘기며 본인이 어린 시절 형으로서 임규남에게 선물하며 남겼던 글로 그 답을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두 배우의 연기도 연기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탈주를 위해 내 달리는 긴장감, 그리고 계속되는 위기 속 긴장감을 조였다가 풀었다가 하는 스토리가 정말 2시간의 시간을 굉장히 짧게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 최근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 조연급 배우들이 매우 많이 등장을 하며 짧게나마 얼굴을 비추는데, 그 또한 보는 재미를 줬다.

 

파일럿은 인사이드 아웃 2 보러 갔다가 예고편을 보고 와이프와 함께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조정석 배우의 여장을 한 파일럿을 연기하는 내용이 코메디물일 것 같았고, 타임 킬링용 영화로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조정석은 조정석이고, 영화 내용 중 유퀴즈에 출연한 한정우 기장(조정석 배우분) 장면이 나오는데, 왼쪽 상단에 '슬기로운 비행생활'이라고 나온다. 그 부분이 이 영화를 다 표현하는 슬로건이 될 듯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이익준 교수가 그대로 파일럿의 한정우 기장이고, 그 캐릭터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듯하다. 내용은 예고편의 내용이 전부이다. 정말 타임 킬링용으로 좋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두 번 맺혔다. 첫 번째는 한정우 기장의 실직 이후의 상황에서 그랬고, 두 번째는 영화 막바지 즈음 엄마와 통화하는 장면에서 그랬다.

 

경제력이 없어짐을 직면하고 항상 탑티어 엘리트로 살아온 사람이 재취업이 되지 않자 여기 저기 부탁을 해보기도 하지만,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빚 독촉 내용, 그리고 이혼까지 하는 장면에서 한 번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영화 막바지 즈음 죄책감을 느끼고 난 후 엄마에게 전화를 할 때, 엄마는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했던 이야기와 결국은 본인이 선택한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며 스스로 일어나 선택하고 결정하도록 한 마디만 툭 던지는 장면에서 또 한 번 눈물이 맺혔다.

 

코미디 영화를 보고 눈물이 맺힐 줄은 몰랐지만, 하여튼... 재미로 보려고 틀었던 영화가 괜스레 밉다. 아직 더 마음을 다잡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는 고스터바스터즈. 1980년 대 고스터바스터즈 1편이 나왔었고, 초등학생인지 중학생인지 모르겠지만, 비디오를 빌려서 봤던 기억이 있다. 너무 재미있게 봤었고, 이어진 속편도 봤었다. 사실 2편을 더 재미있게 봤던 것 같기도 하고. 유령을 잡는다는 설정이 매우 재미있는 상상이었고, 당시 그런 영상을 보는 게 너무 신기했다. 할리우드 영화는 뭔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뭐 볼까 검색하다가 넷플릭스 영화 10위에 올라온 고스터바스터즈라는 제목에 그대로 재생을 누르게 되었다. 어릴 때 재미있게 본 추억, 그리고 여전히 재미있는 스토리일까 하는 기대감에 그대로 끌린 듯하다. 스토리는 많이 지루하고, 많이 어설프다. CG 기술력은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졌기에 할리우드 영화임에도 이 정도밖에 못해? 하면서 보게 되었다. 보면서 B급 영화 같다는 생각을 몇 번 하게 되었다. 예전 1, 2편의 고스터바스터즈의 OB들이 나와 반가웠으나, YB들은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피비로 나오는 멕케나 그레이스라는 배우는 Nerdy한 모습을 꽤나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Nerdy한 모습으로 분했지만, 나름 매력이 있을 것 같다. 소셜 네트워크와 나우 유씨미에서 Nerdy한 역을 매우 자연스레 연기했던 제시 아이젠버그와 같이 다른 영화에서 Nerdy한 여성 캐릭터 또는 여성 과학자 역을 맡는다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딱 배우 하나 기억에 남네.

 

어제오늘 4편의 영화를 보면서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한 것 같다. 전보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수는 대폭 줄어들긴 했으나, OTT를 통해 영화를 뒤늦게 찾아보게 된다. 올해는 영화관에서 본 영화보다는 OTT를 통해서 본 수가 좀 더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를 찾아보고, 시간 되는대로 즐겨봐야겠다. 영화는 영화로서 주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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