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를 칭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정리해야겠다.
어제 친구들과 키즈카페에서 오랜 시간을 놀고 집에 오는 길에 그대로 뻗어 잠이 든 아이는 저녁도 먹지 못한 채 내리 잠을 잤다.
당연히 숙제는 하나도 하지 못했기에, 와이프가 새벽에 일어나는 대로 깨워주겠다 하여 일단 머릿속으로 아이가 일어나면 어떻게 준비를 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할 수 있는 만큼은 최대한 해서 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머릿속에 얼마나 생각을 하고 잤으면 새벽 4시 20분경 잠결에 아이를 깨운 기억이 난다. 결국은 5시 20분경 와이프의 기상을 알리는 소리에 가까스로 침대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아이와 나 모두 잠이 덜 깨어 멍하니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 분이 지나서야 잠이 조금씩 깨었고, 아이와 숙제를 시작했다. 평소의 스케줄은 금요일 또는 토요일에 1번 하고 난 후 일요일에 월요일 오전에 있을 단어 퀴즈 준비를 하는 루틴으로 해오고 있었으나, 뮤지컬 공연과 토요일에 신나게 노느라 하지 못했고, 새벽에 일어나 부랴부랴 하니 퀴즈 준비까지는 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잠은 덜 깼고, 배는 고픈 상태에서 하다 보니 아이도 쉽게 짜증을 내었다. 하지만, 와이프가 도중에 밥을 차려주었고, 잘 안되어 기분이 상하기도 했고 배도 고파 기분이 좋지 않았던 아이에게 기분 전환을 시키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배가 따뜻해지니 조금 낫다. 좀 전의 짜증 섞인 반응은 많이 수그러들었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숙제를 마쳤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30여 분이 더 걸린 터라, Book Review 숙제는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어제 자기 전 준비를 해두었던 자료를 한 번 보여주고, 책과 함께 비교해 가며 읽어주는 것으로 일단락시켰고, 학교에 가서 수업 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Script를 만들어 보라고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대망의 독서의 시간. 55권을 읽어야 하는데 아직 40권을 읽은 상태이기에 남은 시간 동안 최소 15권의 책을 읽어야 했다. 아이 혼자 읽는다고 했을 때 1권을 읽고 퀴즈까지 푸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15분, 느리면 20분이다. 15권을 읽으려면 1권 당 퀴즈까지 푸는데 5분의 시간 안에 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이가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먼저 1번 읽어주고 따라 읽는 방법을 택했다. 다행히 집중력을 발휘해 주어 퀴즈도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집중력은 길어야 30분이다. 30분 정도 지나가니 아니나 다를까 몸이 배배 꼬이고 시선이 자꾸 다른 곳을 향한다. 아이에게 집중을 하라고 큰 소리를 내었다.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엄마에게로 가 안겼다. 집중이 잘되지 않고, 졸린 가운데 기댈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엄마에게로 가 안겨 잠시 울기는 했으나, 엄마 역시 어제 친구들과 노느라 숙제를 하지 못해 지금 일찍 일어나서 하는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니, 위로에서 오는 안정감을 기대했던 아이는 실망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다시 내 옆에 와 앉는다. 하지만 한 번 울어서 그런지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 듯하다.
많은 책을 읽으니 자연스레 집중력은 떨어져 갔지만, 퀴즈를 풀 때 내용을 잘 기억하고, 질문에 답을 잘 하는 것이 대견했다. 9월 마지막째 주 처음 책을 읽을 때만 해도 음절 하나하나 겨우겨우 읽었는데, 지금은 단어 및 구 별로 한 번에 쑥 읽는 문장도 제법 나오고, 발음도 많이 정확해졌다. 그리고 내용을 잘 이해하여 기억을 하고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주 수요일 MAP Test를 치렀는데, 학교를 다녀온 아이에게,
"오늘 테스트는 어땠어? 어렵지 않았어?" 하고 물으니,
"I did good job!"이라고 대답해 줄 정도로 이제는 질문에 대한 의도를 파악하고 대답을 곧잘 하기도 할 정도로 3개월 사이에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선생님들께서도 아이가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이 발전을 했다는 말씀도 많이 해주셨고, 최근 학교 외 피아노 및 뮤지컬 선생님, 태권도 사범님까지 모두 칭찬 일색이라 부모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은 요즘이다.
힘이 많이 부칠만도 한데 요즘에는 눈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아기 때부터 약속을 잘 지키는 책임감이 강한 아이인지라, 졸다가도 수업을 들으러 가고 다녀오면 다시 눈이 똘망 똘망 해져 돌아온다.
오늘 부모님과 식사를 하면서 최근 3개월 사이의 급격한 발전한 아이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주저 없이 9월에 봤던 SR Test 후 나온 Test 결과의 내용을 아이에게 하나하나 짚어 주며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어려워하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난 후, 아이가 스스로,
"나 이제 100점 맞고 싶어요. 공부할래요."라고 말하고, 그때부터 열심히 한 마음가짐과 노력의 결과라고 답했다.
어머니는 9월부터 아빠와 할머니가 옆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고, 안정감이 부쩍 늘면서 밝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진 결과라고 말씀하셨다.
단지 하나의 이유만으로 아이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아이의 내적 요인과 주위 환경의 외적 요인이 시너지를 내며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와이프와 나는 아이에게 절대로 100점을 강요하지 않는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틀렸으면 다음에 다시 복습을 하여 본인의 것을 만들면 된다고 말해준다. 다만 이번처럼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해 준비가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고 만족스러울 때의 Test 결과와 준비가 충분치 않은 채 적당한 가운에 불안함을 느낄 때의 Test 결과의 차이를 스스로가 깨우치길 바란다. 점점 새롭게 배우는 것의 양은 증가할 것이고, 내용의 깊이가 깊어지면서 이해를 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증가할 것이다. 그럴 때에도 지치거나 쓰러져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최선을 다하는 노력하는 자세를 지금의 시기에 체득할 수 있도록 옆에서 용기를 북돋아 주고 응원해 주며 함께 하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
아이가 9월 SR Test 결과지를 받고 스스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난 후의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집중력을 끌어올린 것도 본인의 의지이고,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더 배우러 다니고 있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니 책임감을 가지고 결석하지 않은 채 즐겁게 배우고 온다.
본인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고, 열심히 해서 공부하거나 배울 때 재미있으면 된다. 그리고 꾸준히 하면 더 큰 성과를 자연스레 얻게 될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인 지적 호기심은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될 것이고, 인내하고 노력하여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의 보람과 성취감은 아이의 무게를 무겁게 해 주며 겸손한 아이로 성장하게 해 줄 것이다.
나와 와이프는 아이의 부모로서 아이를 믿고 함께 옆에서 걸어주면 된다. 나의 잣대로 아이가 부족한 모습이 나올 때 질책을 하기보다는 아이의 수준의 눈높이에 맞추어 힌트를 제공하며 아이가 넘어지더라도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내어주고, 스스로 넘어지기 전에 준비를 잘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잘 이끌어 주고 함께해 주면 될 것이다.
오늘 새롭게 큰 수의 덧셈과 뺄셈이 나오니, 신이나 시키지도 않았는데 풀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부모님 댁에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해당 학습지를 들고 가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자랑을 한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힘들어하기보다 이렇게 즐겁고 기분 좋은 것을 계속 느낀다면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요즘 아이의 모습은 정말 칭찬이 절로 나오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놀고 싶은 거 참아가며 묵묵히 해주는 모습도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