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운 계획을 모두 다 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제 마무리 짓지 못한 것부터 시작이다. 다행히 두 가지 모두 오늘 연락이 닿았고, 그중 하나는 온전히 마무리되었고, 하나는 내일 확인이 필요한 상태로 남게 되었다.
우선 이번 주 토요일 아이의 뮤지컬 수업 일정과 펜싱대회 일정이 겹치게 되어 부득이하게 펜싱대회 참가를 취소하게 되었고, 사전 연락을 주고받은 터라 다행히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주 뮤지컬 공연이 없다면, 아마 뮤지컬 공연을 빠지고 펜싱대회를 나가보는 것을 택했을 것이다. 승패에 상관없이 대회에 나가본다는 것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것이고, 스포츠를 통해 경쟁을 해본다는 것을 맛보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신청을 했던 것인데, 다음 주 공연 전 마지막으로 점검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다른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되는 이유로 이번에 아쉽지만 펜싱대회 참가를 포기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상훈이가 집으로 놀러 왔다. 지난주에 놀러 오겠다고 하였지만, 지난주 주식시장 폭락으로 기분이 좋지 않아 감기 옮길 수 있으니 오겠다는 것을 만류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 주 재차 오겠다고 하여 오라고 했다.
오늘은 상훈이의 과거 이야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참으로 독특한 친구이고, 평범하지 않은 동생이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와이프에게 들었던 내용과 굉장히 많은 부분이 오버랩되면서 나 자신의 과거와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 와이프, 상훈 등 내 주위의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실패를 하더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하는 믿음이 있으며, 그 믿음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도록 노력한다.
반면, 나는 아직 그럴 준비는 안 되어 있고, 일단 현실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전하였다. 한 단계, 한 단계 미션을 성공시켜 나가는 훈련이 필요한 상황이고, 작금의 상황은 이제 막 첫걸음마를 뗀 어린아이인 것처럼 모든 것이 두렵고 익숙지 않은 상태임을 알렸다. 할 말은 많겠지만, 더 이상의 대꾸는 없다. 그저 고개만 끄덕인다. 마치 얼마 전 쇼츠에서 봤던 장동민의 유재석에 대한 일화의 내용처럼, 상훈이는 그저 내 말을 듣고,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마지막에 현관을 나가며 "형, 운동은 꼭 하세요. 그리고 머리에 잡생각 들면 산책하세요. 그냥 걸어요, 형" 하고는 웃으며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현실에 충실하고, 계획을 하나씩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부터가 첫걸음의 시작이기에 온전히 다 하는 것에 집중을 했다.
예정에 없었던 어머니의 도움 요청에 병원을 모시고 다녀왔고, 어제 워낙 늦게 자기도 했고, 코가 막히고 콧물이 계속 나 먹었던 약기운에 그냥 어머니 집에서 쓰러져서 1시간여 낮잠을 자기도 했다.
운동도, 독서도 못했던 상태였던 터라, 아이가 태권도를 간 사이에 요가를 했다. 오늘의 요가는 '숨 쉬는 고래' 선생님의 「나 자신을 믿어주는 마음 회복 요가」이다.
☞ 요가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숨 쉬는 고래 선생님은 요가도 요가지만 명상도 유명하다. 이 영상은 4년 전 코로나 때 올라왔던 영상인데,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관련하여 이야기하며 요가를 진행하는데 마음이 많이 편해지고, 어려운 동작들이지만, 최대한 제대로 된 자세로 잘하고자 자연스레 노력하게 되었다. 어떤 동작에서는 부들부들 떨리기도 했지만, 어제보다는 오늘 자세가 조금 더 낫게 느껴졌고, 짧은 근육들이 늘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뿌듯함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오늘의 목표는 독서와 뮤지컬 연습이다. 학교에서 1달여간 독서 챌린지를 시행 중이다. 1달여간 최소 55권의 책을 읽게 되면 상장을 수여한다. 반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오늘로 딱 10권을 읽었다. 책을 읽지도 않았는데 계속 빌려올 수 있으니 집에 9권의 책을 빌려다 두었다. 계속 쌓이기만 하는 책을 그냥 놔둘 수도 없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냥 넘어가 신경 써 주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분을 맛보게 해 줄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기에, 오늘은 기필코 할 수 있는 만큼은 같이 읽어주겠노라 다짐을 했던 터라, 9권 중 5권을 함께 읽었다. 아이도 나를 닮아 집중을 잘 못하는 듯하다. 몸을 이리저리 배배 꼬고, 조금 읽다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자꾸만 그런 모습에 내가 떠올라 목소리 피치가 점점 올라가는데, 마음 다스려가면서 어르고 달래서 지난번 읽었던 5권에 이어 5권을 채워 10권(1장)에 대한 Reading Log를 작성해 보낼 수 있게 되었다.
10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지켜본 바, 함께 읽은 것과, 아이가 혼자 읽고 잘못 발음하는 것에 대해서 지적만 해주는 것을 비교해 봤을 때, 확실히 후자의 경우 아이가 책의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발음하는 법을 몰랐더라면, 이제 그런 어려움은 많은 부분 해소가 되었기에 앞으로는 아이가 혼자 읽으면서 물어볼 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이끌어 주어야겠다. 학기 초의 아이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월등히 좋아진 태도와 읽기 능력을 보이고 있기에 또래보다 다소 느린 수준이긴 하지만, 이번 중간 테스트에서는 전보다 더 나아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조금 더 도움을 주며 정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이 공연 전 마지막 연습이기에, 지난주 선생님께서 언지 주신 대로 본인 파트를 잘 기억하고, 정확한 대사와 노래를 할 수 있도록 남은 3일간 연습을 잘해야 한다. 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연습을 하려고 했지만, 그 양이 많고, 집중을 하기 어려운 터라 오늘은 전체의 40% 정도까지만 연습을 했다. 앞부분은 확실히 초기에 연습을 많이 했던 내용이어서 그런지 많은 부분 잘 기억하고 있고, 노래를 부를 때 음정도 많이 정확한 편이다. 오늘은 책 5권을 읽고 나서 연습을 시작한 터라 아이도 힘들 것 같고 해서 짤막하게 하고 마무리 지었다.
잠자리에 누워 아이 잠을 재우려고 하는데, 잠에 도통 들지 못하고는 다시 거실로 나가잔다. 그러고는 아까 뜯지 못한 박스를 뜯어달라는 거다. 엄마가 아이 요가 매트를 하나 사주어 배송이 왔는데 엄마와 같이 뜯기로 했지만, 책 읽고 뮤지컬 연습하는 사이 엄마는 잠에 들어버려 같이 뜯지 못했던 것이 내심 걸렸나 보다. 박스를 뜯어주고 요가 매트를 꺼내주니 곧장 거실에 매트를 깔고 요가 운동을 하고 자야겠단다. 참으로 귀여운 녀석이 아닐 수 없다. 20여 분짜리 짧은 쉬운 요가 영상을 틀어주니 나보다도 훨씬 유연한 몸으로 잘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조금만 하고 졸리니 잘 줄 알았는데 20여 분짜리 요가를 다 하고 나서야 그제야 잠을 자겠다고 들어간다. 엄마의 유전자를 받아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있나 보다. 네가 나보다 낫다!
그렇게 아이를 재우고 2가지가 아직 남아있다. 50페이지 이상의 독서와 하루의 마무리 포스팅.
책을 꺼내들고 형광펜을 집어 들었다. 하루가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어제 3시간이 넘게 걸렸던 50 페이지 이상의 독서는 1시간 남짓의 시간이 걸렸다. 어제에 이어 책의 내용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은 갖지 못하였지만, 이틀 만에 책의 1/3 가량을 읽게 되었다. 김종원 작가의 글 자체가 그리 어렵게 쓰인 것이 아니고, 비슷한 내용의 반복이 되고 있어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읽는데 수월했던 것 아닌가 싶다. 내일은 반드시 책의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고 블로그에 올릴 수 있도록 해보련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다시 마일리지 항공권 현황도 올려야 할 것이고, 조금 더 여유가 된다면 그동안 했던 여행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들을 정리함으로써 다른 분들이 참고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올려 보고자 한다. 오늘 독서 내용 중 중요한 '누구를 위해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고, 그에 맞는 쉽고 따라 하기 좋은 여행이야기를 올려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