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롭게 시작을 하는 날이다.
결혼 7주년 기념일로서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자세, 새로운 모습으로서 작은 습관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며 말랑말랑하고 우유부단했던 나의 모습을 걷어내고 내면이 단단한 모습으로 재편하기 위한 첫 번째 걸음마를 내디딘 날이다.
매일 운동을 하고, 50페이지 이상의 독서를 하며, 끼니를 거르지 않는 습관을 반드시 포함하여 하루의 일과를 계획하고, 계획한 바를 이뤄내는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첫 100일간의 과제이다.
별것 아닌 과제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매일매일 위 3가지를 포함한 무언가를 하는 것은 그동안 살아온 습관과는 꽤나 거리가 있기에 노력이 필요하다.
역시나 첫날부터 쉽지 않다. 80% 이상은 달성한 듯 하나 아직은 어리숙하다.
오늘의 운동은 요가다. 와이프가 구독 중인 '숨 쉬는 고래 부진 선생님'의 「나를 기다려주는 연습, 마음 힐링 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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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가 오래전부터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일어나 30분에서 1시간 요가를 하고 몸이 굉장히 가벼워지고 좋아졌다며 추천을 오랫동안 해왔다. 나는 그동안 몇 번 따라 했을 뿐 지속적으로 하지는 못했는데, 와이프는 마음이 힘들 때마다 숨 쉬는 고래 선생님의 요가를 보며 명상과 요가를 해왔다.
그래서 나도 숨 쉬는 고래 선생님의 요가를 하기로 생각했고, 유튜브 시청 기록과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 순으로 나온 여러 요가 내용 중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손이 갔다. 아직 초보자로서 50여 분이라는 긴 시간을 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 역시나 여간 어려운 동작들이 나오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첫날이라 그런지 다르긴 하다. 첫날부터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일까? 바들바들 떨면서도 최대한 정확한 동작과 호흡으로 따라 해보려고 노력했고, 마지막 매트 위에 大 자로 눕는 자세(아직 요가 동작 이름을 잘 못 외우겠다. --;;)를 했을 때 긴장이 쫙 풀리면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이 맛에 요가를 하는가 보다.
두 번째 과제는 독서 50페이지. 읽기 시작을 한 책의 제목은 김종원 작가의 「글은 어떻게 삶이 되는가 -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글쓰기의 쓸모」다.
이 책도 3개월 전 즈음 와이프가 이 책을 읽고 매일 글을 하나씩 써 나갔으면 좋겠다며 건네주었던 책이다. 1장 정도 읽어두고 항상 열심히 가지고만 다녔던 책이다.
오늘은 프롤로그와 1장을 읽었다. 약 50페이지 가량을 읽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중간중간 딴 생각이 들고, 컴퓨터를 쳐다보게 되고, 역시나 집중력이 매우 떨어지는 상태다. 원래 산만한데다 영상과 게임 등 빠른 것에 익숙해져 버린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일까? 아니면 학창 시절부터 책 읽는 게 어려웠던 탓일까? 그럴 때마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형광펜을 손에 쥐고 나중에 다시 블로그에 정리를 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된 부분을 하이라이트 하며 최대한 집중하며 천천히 읽어보려 노력했다.
계획 상 1시간 정도를 잡았는데, 다 읽고 나니 대략 3시간은 걸린 것 같다. 중간에 점심도 먹고, 정리도 하고, 주식시장도 간간이 체크하느라 정신이 많이 분산된 듯하다. 내일부터는 좀 더 집중하며 시간을 줄여 나가볼 생각이다.
따로 정리를 해서 올리겠지만, 제1장 내에도 변화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가 있다. 관찰의 대상, 그 관찰의 대상에 대한 질문, 그리고 마음의 진정성을 담은 나의 생각을 온전히 담은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 그것이다.
김종원 작가는 이러한 과제를 하나하나 하다 보면 점점 나아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남의 말을 의심의 눈초리와 부정 또는 말대꾸 식의 태도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글쓰기만으로 그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거 10년 이상을 그렇게 해왔고 지금까지 몇십 년을 그렇게 하다 보니 작가가 되어 있는 분이 한 이야기이니 믿고 해보고자 한다. 지금 나의 이러한 작은 의심이 하나 둘 걷히기를 바라며.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을 메모하고 챙겨가면서 하나 둘 지워나갔다. 상대방의 이유로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2개 있지만, 이건 내일 다시 확인하면 되는 상황들이니 나의 의지로 해야 할 것들은 모두 다 했다.
그리고, 오늘 결혼기념일로서 밖에 나가서 먹진 못했지만, 장을 봐와서 이것저것 준비해 보고, 식사 준비 전 오랜만에 손 편지도 쓰고, 케이크에 불 붙여 세 가족이 조촐하게 축하도 했다. 와이프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좋기를 바랐다.
와이프는 새벽에 또 회사를 나가야 하는 터라 그렇게 조촐한 축하 케이크의 초를 불고 난 후 아이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도 해야 할 일이 남았는데, 주말 내내 열심히 놀기도 했고, 코도 막히는 등 컨디션이 별로인지 오늘은 졸리다며 엄마 옆에서 바로 잠이 들더라.
바로 설거지를 하고 오늘 하루를 정리하고자 했는데, 싱크대에 쌓인 수많은 설거짓거리를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와 잠시 소파에 앉았다. 그렇게 소파에 앉아 친구에게 카톡 몇 개 보내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에 나도 모르게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와이프가 깨워달라고 한 시간 5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져 깨우려는 찰나 알아서 일어나 나오더라. 참으로 계획적인 사람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가 싱크대를 보니 다시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현실에 충실하자. 오늘 1일 차다. 오늘부터 미루기 시작하면 나 스스로에게 실망스럽기 그지없을 것 같다. 하나둘씩 그릇을 닦아 식기세척기에 넣으니 금세 가득 찼다. 우선 돌리고 난 후 나머지를 또 닦고 또 닦았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시계를 보니 거의 1시간을 정리했다. 처음에 언제 다 하지? 하고 계속 마음속의 나비가 날갯짓을 하며 방해를 했지만, 하나 둘 닦다 보니 점점 바닥이 보이고, 깔끔해진 싱크대를 보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고 작은 성취감마저 들더라.
설거지를 하면서도 깨닫는 게 생겼다. 큰 목표, 큰 계획만 생각하고 중간 과정에 대해서 하다가 쉬이 그만두곤 했던 과거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갔다. 마지막까지 꾸준하게 하는 것이 많지 않고, 쉬이 실증을 내 그만두는 적이 많았던 모습들 말이다. 어릴 때 아이들이 스스로 작은 성취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본 적이 있다.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보면 우선 나에게 써봐야 할 것 같다. 내가 경험해 보고 느껴봐야 아이에게도 그 기분과 감정, 그리고 스스로 그 교훈을 느낄 수 있도록 기다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착 나에게 필요하기도 하고.
오늘은 하루가 길다. 매일 반복적인 삶을 살고 새로운 것이 없다면 하루가 짧다. 사실 표면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하지만, 내 마음가짐이 변했다.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어떤 의식을 가지고 행하는지가 바뀌니 많은 것이 다른 하루다. 그러니 새롭고 새로운 것이 많으니 하루가 길게 느껴졌나 보다.
계획으로는 12시 전 취침인데 한참을 지나 1시 55분이라니. 내일 비워진 시간에 낮잠이라도 자야겠다. 오늘 하루 고생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