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소진]
아이가 태권도를 가고 싶다고 한다. 연휴 기간 중 학교도 안가, 피아노도 안가, 태권도도 안가, 뮤지컬도 안가.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어서 그런지 무척 심심해 보인다. 그래서 전날 아이와 키즈카페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일어나 보니 와이프가 이미 퍼대리(Perplexity)에게 질의를 해 놓아, 집 근처의 키즈카페를 검색해 두었다. 인천공룡월드. 집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곳인데 불구하고 여태까지 있는지도 몰랐다. 입장할 때 여쭤보니 작년 5월에 생겼다고 한다.
아이가 마구 뛰어 놓고 놀 키즈카페를 원했을지 모르겠지만, 검색되어 나온 사진 몇 장을 보여주니 가보고 싶다고 한다. 다른 카페와 달리 입장료는 25개월 아이부터는 성인과 소아 상관없이 같은 금액으로 입장료를 지불해야 들어갈 수 있다. 키즈 카페인데 왜 성인도 같은 금액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지 의아했으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응당 받아도 무방하다.
어린이 친구들이라면 공룡은 누구나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도 입장과 동시에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진다. 옆에 있는 커다란 공룡 탈 것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공룡들의 전시품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도 꽤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1시간마다 공룡쇼, 마술쇼, 풍선쇼 등 다양한 쇼가 펼쳐지니 뛰어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식사를 하거나, 탈것을 즐기다가도 공연장에 삼삼오오 모여 쇼를 관람할 수 있다. 약 30분 정도 펼쳐지는 쇼가 재미있다. 이 쇼 때문에 성인도 같은 입장료를 받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어른들은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거나, 여기저기 놓여있는 안마의자에 몸을 맡겨 쉴 수 있다. 또한 추억의 오락실 게임기가 놓여있어 아이와 함께 오락을 즐길 수도 있다.
오픈런의 경우 선착순 15명(이는 수시로 변경되는 듯하다) 안에 입장을 했다면 만 7세까지 무료이기에 혜택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오픈 후 1시간 남짓이 흐른 시간에 도착을 한 터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하여 선착순 혜택을 받지 못했다.
12시 공룡쇼 공연을 시작으로 1시 마술쇼, 3시 풍선쇼를 즐겼다. 매 회 100명~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연을 관람을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입장을 했고,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방문을 하는 것을 보니 이미 많이 알려진 듯하다.
아이도 공룡과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고, 꼬마 아이들 무리에 끼어 조금 놀다가, 공룡 탈것에 올라가 한참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공룡쇼를 관람할 때 나오는 노랫소리에 몸을 두둠칫 움직이는데 매우 신이 나 보인다. 무선으로 조종되어 움직이는 공룡들이 먼저 나와 아이들에게 소개가 될 때 아는 공룡이 나오면 소리를 질러대며 공룡의 이름을 되뇌고, 나중에 2명의 배우가 벨로시랩터와 티라노사우루스 인형탈을 쓰고 나와 보여주는 격투쇼가 진행되는데, 이때는 숨죽이며 둘의 혈투를 지켜보느라 집중을 하는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공연은 약 30분 정도 진행되는데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지는 재미있는 시간이다.
아이는 마술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일까? 마술쇼를 할 때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나와 손뼉을 마주치며 신나했고, 너무 신기하다며 탄성을 내었다. 이렇게까지 리액션이 클 줄은 몰랐다. 그리고 풍선쇼를 관람할 때는 제일 앞자리에서 누구보다 큰 소리로 고래고래 소리 질러대며 풍선을 얻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강아지와 비행기 2개의 풍선을 받아올 수 있었다. 처음에 풍선을 받지 못해 엄마 품에 고개를 푹 숙여 토라졌다가도 다음 풍선이 만들어질 때 또다시 결연한 의지를 눈빛으로 발사하며 소리를 질러대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4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와 와이프가 그림을 그리는 사이 안마의자에 15분간 누워있었는데, 10분간 파워 슬립을 한 것이 가장 좋았다. ^o^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나와 아웃렛으로 향했다. 아이가 구두를 사고 싶다고 하여, 용돈을 받아 모아 놓은 것으로 직접 고르고 사보라고 했다.
여기저기 매장을 둘러봤지만, 오늘 사고자 하는 빨간색 구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매장 저 매장을 돌던 찰나 'I love J'에서 짙은 분홍색 구두를 발견했다. 아이는 그 앞에 서서 구두를 집어 들며,
"아빠, 이거 빨간 건 아닌데, 비슷한 색깔이잖아? 나 이 구두 신어보고 싶어."
먼저 앞장을 서서 여기저기 뒤져 보고 이미 봐뒀던 터라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 흔쾌히 신어보자고 했다.
아이는 매니저님께서 가져다주는 신발을 보며 설렜고, 신어보고 근처를 조금 걸어보며 신이나 발을 동동 거린다. 아이에게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보게 시켜보았다.
"이 구두 얼마예요?"
"응. 구두가 오늘 할인을 해서 38,300원이에요."
"아빠, 3만 어... 3만..."
"3만 8천3백 원"
"아! 3만 8천3백 원이래요."
"그러면 얼마가 필요하지? 3만 8천 원을 초과했으니, 4만 원이 필요하겠다. 여기 하나, 둘, 셋, 넷. 4만 원. 이걸 매니저님께 드리면서 '여기 4만 원이요.' 하고 말씀드려 봐."
"여기 4만 원 있어요."
"응. 4만 원 받았습니다. 38,300원이니 거스름돈 1,700원 여기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젯밤에도 아이가 필요로 하는 머리핀을 직접 골라 사보게 시켰고, 오늘도 본인의 용돈으로 구두를 직접 고르고 사보라고 했다. 이렇게 하나 둘 본인이 받은 용돈을 가지고 사보는 경험을 통해 점차 경제 시스템을 익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돈의 합산과 거스름돈의 계산으로 큰 수의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평소에 그냥 사는 것보다 할인을 해서 사게 되면 더 적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도 언젠가 깨닫게 될 것이다.
마냥 이거 사줘 하면 사주긴 했었지만, 앞으로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게 하기 위해 본인이 받은 용돈과 향후 노동을 통해 받게 될 용돈으로 직접 물건을 사도록 지속적으로 이끌어 준다면 자연스레 앞에 언급한 것들을 익히게 될 것이다.
다음 달 미국에 가서도 스스로 친구들에게 선물할 것들을 함께 리스트로 만들고, 마트에 가서 리스트에 적은 물건들을 직접 구입해 보고, 한국으로 돌아와 포장을 함께 하며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것까지 해보려고 한다. 계속 이렇게 하나 둘 경험함으로써 사회성이 더욱더 계발되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아이를 위하여 시간을 할애하고 아이에게 집중하는 하루를 보냈다. 어제 아빠, 엄마 모두 각자 할 일을 하니 심심했던 아이가 오늘은 아침부터 함께 시간을 충분히 보내서 그런지 기분이 너무 좋고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이제 제법 커서 아이가 물리적인 위험에 처할 상황이 적어지고, 스스로 커버할 수 있는 행동들이 많아졌기에 혼자 두는 경우가 전보다 많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뿐이지, 아직은 어리기에 마음으로는 부모의 관심을 많이 필요로 하는 듯하다. 오늘 하루 아이와 많은 것을 즐기며 함께 소리치고 쇼를 감상하고 재미있는 동심의 세계에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한 것 같다.
아이와 와이프 모두가 즐겁게 하루를 보내니 나 또한 하루가 너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