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학교는 방학이기에 근처 겨울방학 캠프를 보낸다. 오늘 마치고 오는 길에 물었다.
"학교 가는 게 더 재미있어, 아니면 캠프 가는 게 더 재미있어?"
2번 갔을 때까지만 해도 "몰라"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런데, 오늘은 영어로 대답을 한다. "It's ooo ooooo because it's fun"
정확한 문장이 아니어도 일단 대답을 영어로 하려 하고, 지금 가는 캠프가 재미있어서 더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학교 선생님이 들으시면 좀 슬프겠는걸?" 하고 물었지만, 그래도 답은 캠프가 더 재미있단다.
학교에서는 수업 진도가 다소 느린 편이다. 애초부터 학습적인 분위기를 강요하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천천히 하는 것을 바랐기 때문에 보냈다. 그런데 캠프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활동을 하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는 것 같다. 학교보다는 적은 인원의 학생들이 선생님과의 교류가 더 있는 듯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을 듣고 있는데, 그것이 오히려 자극이 되는가 보다.
학교와 캠프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의 질문에 대한 답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질문을 했을 때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하는 의향이 중요한 것이고, 왜 그런 지까지 묻지 않았지만 스스로 말을 한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제 봤던 뮤지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뮤지컬에 나온 언니가 노래도 잘하고, 입도 크게 벌리면서 발음도 또박또박하게 잘하는 게 너무 멋있지 않았냐 물으니, 본인도 이제 입을 크게 벌리고, 발음도 또박또박 천천히 말하겠다고 대답한다.
아이도 본인이 말이 늦은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다. 이제는 8~90% 정도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길이가 긴 문장이나 어려운 발음을 쉽게 소리 내지는 못한다. 조음 부분에 어려움을 느껴 언어 치료도 받고 했지만, 결국은 집에서 소리 내고 말을 많이 하고, 책을 보면서 같이 읽고, 다른 친구들과 보내는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기 전에는 그다지 진척이 많이 이뤄지진 않았다. 다행히 개별 음절을 하나하나 읽을 때, 그리고 몇 가지 연음이 생기는 발음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소리를 낸다. 하지만 문장으로 들어가 있을 때에 긴 문장 중 받침이 어려운 경우는 어김없이 발음이 꼬일 때가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ㄹ' 발음이 만 6세 전에 되지 않으면 고치기 어렵다는 말씀을 들었을 정도로 'ㄹ' 발음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잘 발음을 하는 상황이다.
성인들도 말연습을 많이 하지 않으면 발음이 꼬이기 마찬가지다. 일단 나도 그다지 발음이 좋지 않은 편인데,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니 아이도 덩달아 영향을 받은 게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와 아이 모두 천천히 또박또박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큰 소리로 힘 있게 내뱉으려고 연습을 하고 있다. 좀 늦기는 하지만 이제는 질문도 곧잘 한다. 왜? 이게 뭐야?를 이제야 하는 게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부터 부지런히 꾸준하게 질문하고 하나하나 일깨운다면 문제는 없다.
내일 아침에는 와이프와 함께 병원을 다녀와야 해서 아이를 부모님 댁에 맡겼다. 내일은 할머니가 셔틀버스 타는 데까지 데려다준다고 하니 좋아한다. 오늘 저녁에는 숙제도 없고 그냥 신나게 놀다가 자면 된다는 생각에 붕 떠 있는지 온갖 호들갑은 다 떤다. 눈치는 빨라가지고는...
억지로 아이를 붙잡아두고 공부를 해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옆에 지나가는 또래 친구들이 학원을 가고, 친구들끼리 대화를 하는데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하는 친구를 보게 된다면 괜스레 주눅이 들기도 하고, 아이를 붙잡아 두고 무엇이라고 해야 하는 건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내 아이를 보면 그런 마음이 사라지고, 와이프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아이가 잘하는 것을 빨리 찾아주고 지원해 주는 것에 집중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 위주로 하고 있고, 만족을 하고 한 번을 안 간다는 소리를 안 하고, 오히려 어떤 이유로 안 간다고 했을 때 꼭 가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이 아이이다. 그런 점이 참 고맙다. 오늘 저녁 먹고 집에 아이가 없으니 조용하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와 이야기 나누고, 아이에 요즘에 대해서 한 번 정리해 봤다. 하루하루 본인의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 모습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