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4년 12월 21일 - 34일차

시나브로상승 2024. 12. 2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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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를 들어오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오늘은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입니다.'이다.

 

아침에 해가 늦게 뜨고, 가장 빨리 저물어 하루가 가장 짧은 날이고, 내일부터는 해가 1분 일찍 뜨고 1분 늦게 저물며 하루에 2분 정도의 낮의 길이가 길어지게 된다. 낮이 의미하는 양의 개념은 긍정을 뜻하기도 한다. 양음의 개념에 굳이 끼워 맞춰 보자면 음의 기운이 강해지며 같이 힘든 시기를 겪었던 것이고, 이제 다시 양의 기운이 강해지며 좋은 시기를 맞이할 거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해 본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하루 변하는 감정 속에 불안하기도 했고, 쉽게 들뜨기도 하며 양은 냄비 마냥 빨리 끓고 빨리 식어 버리는 식의 일희일비로 대변되는 삶을 지냈다. 계속된 부정적인 생각에 우울감을 느끼며 불면증을 겪기도 했고, 가슴 한 켠이 저려오는 듯하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라도 운동을 하고, 적게라도 책을 읽고, 틈나는 대로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하며 공부를 하기도 했다. 한 달 전과 비료를 해본다면 확실히 몸은 가벼워졌고, 전보다 잠을 잘 자며, 전에는 불안했다면 자신감이 조금씩 다시 살아나고 있다.

 

여전히 뭉그적 거리며 우왕좌왕하기도 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좋은 기회를 잃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게으르게 살다 보니 쉽게 습관을 바꾸는 게 어렵긴 하다. 그래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과는 달리 하루에 미루지 않는 습관은 몇 가지 생기기도 해서, 그렇게 습관을 하나 둘 늘려 나가다 보면 확실히 변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몽롱해도 의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행동으로 옮겨본다.

 

어떠한 물체를 옮기기 위해서는 마찰력이라는 것을 이겨낼 힘이 필요하다. 정지 마찰력은 운동 마찰력보다 높기 때문에 처음 시작을 하려면 쏟아야 할 힘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그만큼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힘이 필요한 것이고, 그다음에도 운동 마찰력과 같은 자신과의 타협의 시점에 힘이 또 필요하게 된다. 그마저도 이겨낸다고 하면, 거꾸로 관성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멈추려 할 때 오히려 관성을 이겨내기 위한 반대의 힘이 필요하게 된다. 물리에서 배운 이론을 삶의 자세에 빗대어 설명을 해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이해가 잘 된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요가를 처음 시작하고, 책을 펼쳤을 때 막막했다. 손에 잘 잡히지 않았고, 운동 후 여기저기 쑤셨으며, 블로그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정리하여 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핸드폰 대신 책을 펼쳐 읽기도 하고, 점점 더 어려운 동작의 요가를 마주하게 되더라도 최대한 자세를 잘 잡고 해 보려 노력을 하고, 요가를 하고 난 후의 근육이 당기는 느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블로그에는 하루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사색한 내용을 옮겨 적게 된다.

 

와이프, 숨쉬는 고래와 에일린 선생님, 김종원 작가 등의 말이 하나 둘 삶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처음에는 확실히 어려웠다. 지금도 쉽냐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아니다.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전과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어려워도 해본다는 것이고, 하다 보니 잘 되는 부분도 생기고, 이제 제법 익숙해진 것도 생기니 자신감이 하나 둘 붙는 것 같다.

 

한동안 주위를 둘러보기 어려웠다. 나 하나만 생각해도 버겁기도 하고, 작은 제스처 하나에도 크게 반응을 하며 나를 지키는 반응이 무의식적으로 반사되어 나오기도 했다. 1달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그러한 방어적 기질이 많이 사그라들었고, 겁부터 났던 상황들에 대하여 하나둘씩 대응해야 할 방법들을 고민하고 준비하며 덜 겁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25년에는 하나하나 성취를 해 나가는 것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그렇게 만들어 낼 자신도 있다.

 

1달여라는 시간에 이렇게 다시 긍정적인 삶의 태도에 대한 불씨가 하나둘씩 불꽃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아 아직도 와이프에게 하나 둘 잔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질책이라 느끼기보다는 나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이끎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고쳐보려고 노력한다.

 

2025년에 지금 이 시점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보다 많이 성장하고 긍정적으로 변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나하나 나의 발자취를 남겨두고, 나중에 되돌아볼 때 지금의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장모님 생신으로 인해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전과 달리 시원스레 말하는 것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했을 때 나 자신이 많이 작아졌으니 말을 아끼기도 했다. 누구와 비교 우위를 가늠하고자 함은 아니고, 그저 나 자신의 깜냥을 이해하고, 건방지고 가벼운 느낌을 보이는 것을 자제하고자 했다.

 

오랜만에 일본에서 형님도 오셨고, 이제 조카도 제법 말수가 늘어 재잘거리고, 아이도 함께 시끌벅적 하니 처가도 이제는 사람들이 모이면 제법 시끄럽다. 장모님께서는 정신을 쏙 빼앗길 정도로 혼미스럽다 말씀하셨지만, 본가 가족들 모여 내 정신줄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는 것과 비교하자면, 절간에 있는 듯하다. 장모님께서도 정신이 없겠지만, 그만큼 가족들이 늘어나 기분이 좋으실 것이다. 다 같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떠들 가족이 있다는 것만큼 가슴 따뜻하고, 행복한 기운을 느끼는 일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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