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2024년 11월 23일 - 6일차

시나브로상승 2024. 11. 2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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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의 이야기 보다 와이프, 아이,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나의 와이프는 솔직히 대단하다. 굉장히 규칙적이고 계획적이며, 사실 기반의 사고를 하는 나와는 매우 정반대의 개성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가 갖지 못하였고, 동경을 했던 겉과 속을 모두 가진 사람이기에 첫 만남에서부터 끌렸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본인과 나와의 다른 점 등 다양한 이야기 주제로 지난 주말 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나는 앞으로 100일간 계획적인 삶 + 꼭 지켜야 할 루틴 등을 스스로 정하고 지켜보도록 약속을 했다. 그리고, 이번 주 중에 스스로 세운 약속을 지키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매일 같이 운동을 하고, 책을 50페이지 이상 읽고,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매일 하루의 일과를 정리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일 네 가지는 꼭 지켜야 할 루틴이었고, 그 외에 아이가 이번 주에 해야 할 것을 잘 챙기고, 함께 공부하는 것을 부가적으로 신경 쓰며 함께 즐거움을 찾고자 했다.

 

매일 12시에 취침을 하고자 하였으나, 위의 일을 다 하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잠자리에 누우면 어김없이 1시간 넘은 시간이었기에, 이번 주 주중의 취침 시간은 좀 부족하긴 했다.

 

어제도 새벽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고, 오늘 아침에 소변이 마려워 깨보니 이미 8시 30분이 넘어간 시간이었다. 그런데 밖에서 와이프는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의 인기척에도 아무런 소리를 하지 않았다. 아침 준비를 어느 정도 마쳤는지 방으로 들어오며 나에게,

"어제 몇 시에 잤어?" 하고 묻는다.

"1시 좀 넘어 잔 거 같은데?"

"응, 그래." 하고는 자리를 뜬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1시간여 좀 더 잠이 든 것 같다. 무언가 모를 달콤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 와이프는 생각보다 할 말만 하는 스타일이고, 사족을 다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 그녀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말 헤아리기 어렵기 그지없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위의 말처럼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마음 편히 기분 좋게 잠을 잔 것 같다. 정말 오래간만의 꿀잠이다.

 

그렇게 일어나 와이프가 차려 놓은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아이는 나에게 주문을 한다.

"아빠, 아빠 머 먹을 거야?"

"왜? 오늘도 아빠 먹는 대로 똑같이 먹으려고?"

"응, 같이 먹자."

 

며칠 전 아이가 밥을 어떻게 하면 골고루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놀이처럼 아이랑 같은 순서로 밥 먹기를 해보았는데, 그것이 재미있었나 보다. 그제 할머니 댁에서도 그렇게 하고, 오늘도 엄마랑 같이 셋이 한자리서 밥을 먹는데 잘 먹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아이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계란 프라이가 있었기에 물어봤다.

"아빠가 계란프라이 먹으면 너도 먹을 거야?"

한참을 망설이다 마지못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응, 먹을 거야."

그렇다면 쇠뿔도 당김에 빼라고 계란 프라이부터 잘라 입에 넣었다. 아이도 계란 프라이를 먹는다. 버섯볶음, 숙주나물볶음, 감자채 볶음 등 일부러 햄은 건드리지 않고 채소 위주로만 식사를 이어갔다. 그러자 아이가,

"아빠, 햄은 언제 먹어?"

"햄 먹고 싶어?"

"응!"

그래 선심이다. 햄을 두 개 집어 입안에 넣었다. 그러자, 아이도 웃으며 햄 두 개를 집어 입에 넣고는 씩 웃는다.

 

행복이 머 별것인가? 이게 행복이지. 아침에 와이프가 차려준 따뜻한 밥을 셋이서 웃으며 맛있게 먹으면 그게 행복이지.

 

밥을 먹고 아이에게 뮤지컬 수업 전 연습을 하고 가야 한다고 말해줬고, 아이와 연습을 해보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음이 틀리거나 대사를 언제 해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다른 것들은 하지 않고, 틀리는 부분, 그리고 아이가 맡은 부분만 집중하며 반복하고 평가를 해주었다. 사실 칭찬을 해주거나 평가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정 욕구를 끌어올리는 단순한 방법이자, 자칫 잘못하면 부작용이 심한 방법이라 최대한 지양하고자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고, 이를 거꾸로 놀이처럼 느끼게 웃음을 유발하며 써먹어 보았다. 본인이 맡은 파트 들려주고, 불러보게 하고, 끝나면 바로 점수를 불러준다.

"80점!" "오, 92점" "97점! 점점 올라가는데요?" "99점"

"아~ 다시 다시!"

"100점"

"오, 예스!"

잘하는 파트를 할 때는 이 방법이 잘 먹힌다. 하지만, 잘 못하는 부분 또는 이미 잘못된 방향으로 굳어진 곳을 지적해 주고 바꾸려 할 때는 잘 안 먹힌다. 계속된 지적에 아이도 짜증이 계속되고, 결국은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나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해버렸다.

"아빠가 지난번에 약속을 했듯이, 짜증을 내고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스트레스받는 것이라면, 안 하는 게 맞다고 했잖아. 그냥 선생님께 우리 뮤지컬을 안 하는 것으로 결론 내었어요라고 말하는 게 좋겠어."

교육 관련 영상에서 이런 식의 말을 계속하는 것은 아이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말을 내뱉고 그 생각이 나 아차 싶었다.

당연히 아이는,

"아니야. 할 거예요. 연습할 거예요."

당장은 진정이 우선 필요할 거 같아, 눈을 지그시 감고 심호흡을 하며 따라 해 보라 하고 진정을 시키고 꼬옥 안아준 후,

"아빠가 미안해. 아빠가 그렇게 말하지 않기로 하고 아빠도 약속 못 지켰다. 좀 쉬고 연습 다시 해보고 잘 해서 우리 선생님께 좋은 모습 보여주고 다음 주에 공연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도록 해볼까?"

그제야 아이는 눈물을 멈추고 진정되어 간다.

엄마까지 가세를 해서 장난을 치며 연습을 하니 다행히 틀리는 부분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었다.

 

오늘 뮤지컬 수업 후 아이는 나를 보자마자,

"아빠, 나 오늘 진짜 잘 했어"

옆에 계신 선생님께서도 피드백을 주셨다.

"오늘 연습을 많이 한 티가 나요. 본인 파트의 대사와 노래를 거의 다 잘했어요. 다만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인데, 총 7개의 씬이 나누어져 있고, 그럴 때 본인의 자리를 잘 찾아서 서고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정리가 안되어져 있네요. 다음 주 공연에서는 그 부분을 잘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니, 연습하실 때 그 점을 상기시켜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매일매일이 숙제이고, 하나를 해결하면 또 다른 해결이 필요한 것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게 없다면 성장은 없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니, 즐겁게 새로운 숙제를 받아 들고 왔다.

 

그런데 집에 오자마자 쌓여 있는 책을 보며, 또 다른 숙제거리가 생각이 났다. 바로 다음 주까지 학교에서 진행되는 'Reading Challenge'. 한 달여 동안 최소 책 55권을 읽을 경우 상장과 간식 쿠폰을 제공하는 도전 과제이다. 여태까지 3주간 13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더 많은 책을 읽긴 했지만, 인정되는 AR 퀴즈를 볼 수 있는 도서는 13권 밖에 안 읽었기 때문에 여전히 터무니없이 적은 수의 책을 읽은 수준이다.

55권의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아직 42권, 그리고 약 7일간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하루 평균 6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6권의 책이라고 하면 무척 많아 보이긴 하지만, 1시간이면 약 3권의 책을 읽고 AR 퀴즈를 볼 수 있으므로, 2시간 정도를 할애한다면 55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결론에 닿는다. 하루에 2시간이라고 한다면 적은 시간이다. 그래서 주말인 오늘과 내일 조금 더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내일은 일단 최소 15권을 읽을 수 있도록 해보려 한다. 아침에 시키지 않아도 밥을 먹고 먼저 책을 집어 들고 읽고 있는 모습을 보인 아이를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해 본다. 아니 나에게 체면을 걸고 할 수 있다고 믿고, 내일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각인시킨다. 전제는 철저히 아이가 하고자 한다면이다. 억지로 시킬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요즘 부쩍 책 읽기를 즐기는 모습이 생기기 시작하기에 한 번 기대해 본다.

 

마지막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좀 많이 죄송하고, 속이 좀 많이 아린다. 주중에 어머니와 이모네 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이모네는 부부 교사로 정년까지 교편을 잡으셨고, 버는 족족 저축, 부동산, 사슴농장을 하면서 부를 일구어 지금 재산이 좀 많은 편인 듯하다(난 모르지만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그런 듯하다). 내일 어머니와 이모님은 함께 크로아티아 여행을 다녀오실 예정이라 오늘 이모님께서 올라오셨고, 함께 저녁을 먹기 위해 모시고 갔다. 이모님께서 몽*** 경량 패딩과 르** 울 소재 슈즈를 신고 올라오셨는데, 어머니는 이모를 바라보는 눈빛이 약간 동경의 모습을 내비치셨다. 며칠 전 집에 처음 보는 예쁜 신발이 있어 여쭤보니 여행 가기 전에 가벼운 소재 신발을 하나 샀는데, 르**과 같은 신발인데 몇 만 원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샀다고 좋아하셨다. 그리고 오늘도 처음 보는 경량 또는 중량 패딩을 보고 이건 뭐냐 물으니 몇 년 전에 나온 것인데, 여행 가이드가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으니 가벼운 패딩 소재를 하나 가지고 왔으면 한다는 말에 어젯밤에 부랴부랴 하나 샀다고 하면서, 이것도 원래 얼마 짜리인데 80% 가격인 몇 만 원에 샀다고 신나 말씀하셨다. 난 사실 부모님께서 얼마의 재산을 가지고 계신지 하나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몽*** 경량 패딩이고 르** 울 소재 신발도 사실 수 있는 충분한 재산은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있어도 절대로 사지 않으실 거다. 그러면서 이모를 보면서 부러움의 눈빛을 보이는 게 나의 마음을 아리게 한 것이다. 돈이 있어도 하지 못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왜 내비치는데? 항상 동생과 나는 부모님께 재산 하나도 안 물려주셔도 좋으니 제발 좀 본인들을 위해서 흥청망청 쓰셔도 좋으니깐 좋은 거 입고 좋은 거 타고, 좋은 거 쓰면서 살라고 말씀을 드린다. 하지만, 어릴 때 없이 지냈을 때의 습관이 오랜 시간 동안 굳어진 결과인지 엄마는 잘 행하지 못하신다. 나도 매일 뭐 하나 할 때 엄청 잰다. 자그마한 것은 엄청 아끼고 나에게 잘 못 쓰지만, 항상 자산을 모으기는커녕 그 반대의 짓을 하는 바보이다. 엄마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도 들고 많이 죄송한 마음이다.

 

한 해 한 해 나이 들어가면서 주름살과 흰 머리카락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데 돌아가시면 아무 소용도 없는걸 왜 그렇게 아끼고 본인이 하고픈 대로 다 못하는지 보고 있으니 1차로 마음이 속상하다. 그리고 오늘은 이모를 보고 부러운 듯한 모습을 내비치는 걸 보고 있자니 2차로 억장이 무너진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고서 내가 해드리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 3차로 죽을 듯이 마음이 아프다.

 

언젠가 엄마와 대화를 할 때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

"난 말이에요, 언젠가 시간이 지나 두 분이 돌아가시는 날이 오게 되면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 일어날 것 같아요. 그런데, 아빠랑 엄마 중에 엄마가 돌아가시면 나는 정말 며칠을 앓아누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엄마는 이 세상에 와서 고생만 하고 누리는 것 하나 없이 남을 걱정하고, 남을 위해서 살다가만 가는 것 같아 그게 너무 속상해서 울다가 지쳐 쓰러져서 못 일어날 거 같아요. 그러니, 제발 엄마가 하고 싶은 것, 엄마가 쓰고 싶은 것, 엄마가 사고 싶은 것 등 뭐든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모아둔 거 다 써서 하나 남겨주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요."

 

그날 그 말씀을 드리면서도 눈이 벌게지고 팅팅 부어오를 정도로 눈물을 많이 흘렸던 기억이 나고, 지금도 눈물이 계속 흐른다. 내일 여행 가시는데 말씀은 못 드리겠고, 여행 다녀오시면 다시 한번 말씀을 드려야겠다. 제발 좀 그렇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새로운 질문 거리가 하나 생겼다.

'자본금 없이 새로운 경제적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 검색을 하다 보니 '쇼츠'라는 것이 하나의 가능성이 있는 소재거리인 듯하다.

다음 주 '쇼츠'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내가 잘할 수 있고, 잘해서 즐거울 수 있는 콘텐츠를 접목시켜 한 번 해보고자 한다.

블로깅과 쇼츠로 요즘 젊은 친구들이 많이 추구한다는 '디지털노마드'까지 도전을 해보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

아이 교육, 아이놀이, 먹을거리, 여행, 마일리지 항공권, 호텔 티어 관리, 구글 어스를 이용한 콘텐츠 등 다양한 소재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콘텐츠를 시도해 보고 점차 집중을 할 소재를 찾아가 보도록 하려 한다.

 

내일 아침 일찍 어머니와 이모님을 공항에 모셔다드려야 하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자야겠다.

 

(잠을 자려고 하다가 커피를 오랜만에 마신 탓인지 잠이 오질 않아 올리려고 했다가 까먹고 못 올린 내용이 생각나 다시 켰다.)

 

아이와 장을 보는데,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젤리보다는 채소를 더 많이 먹어야 해요."

"무슨 의미야?"

"젤리를 먹으면 이가 썩어요. 그런데 채소를 먹으면 건강해져요."

앞니가 흔들거리고, 양쪽 어금니에 진행형 충치가 보여 치과를 예약했더니, 요즘 이에 부쩍 신경이 쓰이는가 보다.

 

장을 거의 다 보고 계산대로 향할 때 나는 어묵조림을 해줄 생각에 잠깐 어묵을 가지러 간 사이 아이는 계산대 앞에 걸려있는 스티커를 보고 쪼그려 앉아있고, 아이 엄마는 먼가 설득이 잘 안 되는지 날 보고는

"오빠, 쟤 또 스티커 사달라고 하는데 안된다고 설득 좀 해줘 봐요."

"스티커 사고 싶어? 그런데 집에 이미 엄마가 지난번 출장 때 사다 준 몬스터 가족 스티커 오늘 뜯었지? 그리고 지난번 뮤지컬 학원에서 받아온 브래드 이발소 스티커북도 있잖아? 그런데 스티커가 또 필요할까?"

사실 오늘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아이에게는 차라리 허세를 부려라'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피드에 나온 내용이다. '돈 없어서 못 사', '우리는 형편이 그렇게 되지 못해' 등 부정적인 말이나 아이의 자존감을 장기적으로 무너뜨리는 말보다는 '우리는 이걸 다 살 수 있지만 안 사는 거야!'라는 허세를 부리는 편이 낫다며, 아이가 스스로 물건을 살 때 꼭 사야 하는 것인지? 안 사도 되는데 사고 싶은지 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보았다. 아이에게는 가격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거 산다 vs 안 산다(또는 못 산다)라는 두 가지 명제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한 첫 번째 경제적 행위에 대한 선택을 하려고 할 때, 한 가지를 더 생각할 기회를 주고, 본인 스스로가 판단을 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경제적 관념을 키우기 위한 첫 번째 시작점이라고 판단했기에, 해당 내용에서 본 내용을 토대로 아이에게 이야기를 하니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더라.

 

아이가 어릴 때 말이 늦어 누가 아이에게 질문을 할 때 나도 모르게 자동반사처럼 대답을 대신해 주었고, 아이가 스스로 하기도 전에 내가 아이가 할 일을 대신해 주었다. 그런데 그 또한 아이의 자립심과 스스로 하기 위한 주도적 학습에 방해되는 내용임을 알게 되었고, 늦었지만 최대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시도하며 성취감을 맛보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잘 안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미련'이다. 둔한 행동이나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는 미련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나 욕심을 뜻하는 미련 말이다.

 

스티커를 사는 것은 어떻게 설득이 되어 스스로 결론을 지었기에 순순히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다음은 '딸기우유'다. 마트에 오기 전부터 딸기우유를 사고 싶어 했기에 사주기로 약속을 했었고, 계산대를 향하기 전 마지막에 우유 파는 곳에서 딸기우유를 담으려 했다. 그런데 바나나우유도 먹고 싶다고 했다.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말을 해주었고, 최종적으로 딸기우유보다는 바나나우유를 먹고 싶은지 선택하였다. 그런데 차에 돌아와 앉자마자 딸기우유를 사지 않은 것이 생각났는지 딸기우유를 먹고 싶다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빠는 네가 딸기우유 대신에 바나나우유를 먹겠다고 해서 샀는데, 이제 와서 딸기우유를 먹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하니?"

 

아이는 울음을 그칠 줄 모르고 점점 큰 소리로 울고 소리쳤다. 집 주차장에 닿을 때까지 울음은 계속되었고, 엄마는 뚜껑이 열렸다.

 

아이에게,

"일단 빨리 튀어! 엄마 화났다. 도망가야 해!"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니, 아이도 놀이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일단 울음을 그치고는 부랴부랴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재차 딸기우유가 생각났는지 또 울음이 시작되었다.

"딸기우유는 엄마가 내일 다시 사준다고 했으니깐 일단 집에 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는 건 어때?"

 

그래도 소용이 없다.

"오늘은 바나나우유 먹고 내일 아빠랑 같이 가서 딸기우유 사 오면 되지? 안 그래?"

 

소용이 없다.

 

그때 인스타그램의 또 다른 내용이 떠올랐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네가 그렇게 행동하니 속상해. 안 했으면 좋겠어. 하지 마 등의 말을 했을 때, 아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들어주지 않고 행동이 바뀌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면 엄마는 행복할 것 같아.라고 말하니 아이는 더 이상 떼를 쓰지 않고 울음을 그치며 제가 하자는 대로 했어요. 아까랑 무엇이 다르냐고 아이에게 물으니 '엄마가 속상하다고, 실망스럽다고만 했잖아.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행복하다고 말해서 엄마가 행복했으면 해서'

 

아이에게 바로 그렇게 말해보았다.

"오늘은 딸기우유 대신에 딸기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바나나우유를 마시고, 내일 다시 딸기우유를 사는 것으로 아빠랑 약속해 주면 아빠는 너무 행복할 것 같다."

 

그러자, 언제 울었냐는 듯이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는,

"나 바나나우유 마실래요."

 

그렇다. 내가 하고자 말을 할 때, 부정적인 말투나 말보다는 긍정적인 뉘앙스를 가진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상대방에게도 남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선택의 기회를 준다면 응당 스스로의 의지가 작용하기에 감정 조절이 되거나 후회하는 미련이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집에 올라와 아이와 손을 닦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바나나우유를 마시고 나니 아이 기분이 조금 나아진 듯하다. 그래서 아이를 불러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까 딸기우유를 계속 찾고 떼를 쓴 건 욕심 때문이야. 딸기우유를 사고 싶어 마트에 갔는데, 직접 가보니 바나나우유가 맛있어 보여 바나나우유를 사기로 결정했는데, 막상 차에 타니 딸기우유까지 손에 넣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에 욕심이 난 거야. 욕심이 생기니 미련이 남는 것이고, 이미 본인의 선택에 후회를 하기에 계속 분해서 눈물이 난 거 아닐까?"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아이에게는 이미 지나간 과거에 너무나 크게 의미를 두며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빠도 현재보다는 과거에 많이 집착을 했어. 그리고 벌어지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고 신경 썼어. 현재에 집중을 하고, 내일은 내일 생각하면 되는데 말이야. 그런데 아빠의 그런 모습이 네게 보여서 아빠도 소리를 크게 냈나 봐. 미안해. 욕심을 내려놓으면 아무 일도 아니었을 거야. 딸기우유를 갖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그랬지?"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두 팔을 벌리니 쪼르르 달려와 안긴다.

"그래, 그거야. 그게 욕심이라는 거야. 누구나 욕심은 있어. 욕심이 없어서는 안 되지. 하지만 욕심이라는 건 지나치면 안 되는 것 같아. 그래도 용기 내서 아빠 말에 수긍을 해주고 이제는 이해되었는지 이렇게 와서 안겨주고 웃어주니 고마워."

 

아이는 정말 내가 나에게 싫은 점을 자주 드러내며 보여준다. 유전적인 요인인지 아니면 환경적 요인으로서 내가 그렇게 하고 있음을 보고 배운 것인지 모르겠다. 유전적인 요인이라면 삶을 살아가는데 언젠가 스스로 단점이라 깨우치고 고쳐 보려고 노력을 할 것이라 믿고, 후자인 환경적 요인이라면 지금부터 나부터 고쳐가며 아이에게도 변화의 기회를 함께 영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야 할 문제라고 본다.

 

아이 뮤지컬 수업 끝날 때 데리러 가는 길에 갑자기 내 옆으로 옆 차선의 차량이 급히 끼어들었고,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고 내 앞에는 차량이 많지 않았지만 옆 차선은 차가 많아 누구든지 끼어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기에 누군가 끼어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행히 머리를 들이미는 차량에 바로 반응하여 급 브레이크를 밟으며 반대로 차를 피했고, 경적을 울리며 대응을 하여 그 차량은 바로 본인이 달리던 차선으로 돌아가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순간 욕이 나왔다. 창문을 열어 한바탕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읽고 있는 김종원 작가의 책에서 평소의 삶의 태도가 글에 그대로 쓰일 것이기 때문에 느긋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고가 안 났으니 다행인 것이다. 옆의 사람이 창문을 내려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 화가 나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바라기 때문에 드는 마음이고, 못 받아 씩씩댄다면 나만 손해다. 옆에 차선의 사람이 미안한지 옆에 나란히 서지 못하고 멀찍이 뒤에 서서 피한다. 그냥 사고가 나지 않아 제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금세 화가 풀리고 심장 박동이 안정화가 되었다. 생각의 차이 하나로 나의 마음이 금세 평정심을 되찾는 것을 보며 그동안 얼마나 내가 냄비 같은 사람이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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