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특별한 것들이 많은 하루였다. 성용이와의 점심 식사, 아이 방 정리 때 발견한 아이의 종이접기 결과물의 발전, 아이와의 뮤지컬 연습 성과, 아이 학교 선생님의 코멘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족이 함께한 요가 이렇게 다섯 가지이다.
성용이와의 만남은 손에 꼽는다. 오늘이 그 친구를 직접 대면한 세 번째? 네 번째 만남이다. 정배라는 대학원 1년 후배의 친구로서 알게 된 친구인데, 우영 형님과 함께 몇 번 만나게 되어 일면식을 갖게 되었고, 이후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고, 단체 톡 방에서 간간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지난번 면접 기회가 있어 우영 형님께 단체 톡 방에서 여러 가지를 여쭙는 가운데, 성용이도 함께 있는 방이었기에 나의 면접 소식을 알고 있었고, 지난주 면접 전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며 안부차 전화가 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 점심 식사를 함께 하자는 말에 응당 응했다.
오늘의 자리는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우선 점심으로 '기버터쁘티텐더'라는 스테이크와 '본 매로우 피칸테 꼰길리오니'라는 파스타를 아주 맛있게 먹었고, 그와의 점심 및 이후 카페로 옮겨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의 가치가 매우 높았다는 점 때문에 오늘의 만남은 매우 뜻깊었다.

또 한 가지는 어제까지 4일차 일기를 쓰며 변화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나의 언어 그리고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기에 조금 더 특별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읊어 보자면,
첫째로, 성용이가 결혼을 할 때 양쪽 집안의 도움 없이 가정을 꾸리게 되었고, 결혼 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본인의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그 이후부터 어떻게 5년 동안의 시간 동안 지금의 삶을 일궈내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본인이 본인 스스로를 믿지 않았기에 스스로에게 굉장히 가혹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매일 정신 줄 놓지 않도록 했다는 이야기와 그러한 그의 삶에서 비치는 처절함과 억척스러움, 그리고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지금 사업을 하면서 Risk를 어떻게 Hedging 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본인만의 생각과 방법론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오늘도 역시나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억척스럽지만 현실에 충실하며 본인의 깜냥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절로 경탄을 하게 되고 존경의 눈빛을 갖게 되었다. 최근 국내 건설 및 토목사업이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고, 당장 새로운 일거리가 없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시간을 본인 사업을 뒤돌아 보고 그동안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매출채권 회수에 공을 들이려 한다는 말에 부정적인 상황을 오히려 긍정적인 방향 및 개선의 방향으로 전환을 시키는 선장의 조타 실력에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두 번째는 그의 사업 이야기와 인상에 관한 나의 느낌이다. 성용이를 몇 번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항상 밝은 인상과 온화한 미소를 모금은 모습으로 중저음의 젠틀한 말투로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 식사 도중에 여러 차례 걸려온 전화를 받는 가운데에도 편안한 말투와 안정감 있는 딕션으로 차분하게 응대하는 모습에서 여유와 본인의 페이스대로 대화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통해 대화의 기술을 맛볼 수 있었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업을 이끌어 가면서 선배들이 하고 있었던 중요하지만 등한시 한 매출채권의 관리 및 앞으로 매출채권의 거래를 통한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아이디어, 그리고 인테리어와 건축 시장에서의 또 다른 사업 먹거리에 대한 고민 등 현재 진행형인 다양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였다.
그리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이어진 주제는 대부분 아이의 육아, 그리고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빠로서의 자세에 대해서 대화가 이어졌다. 성용이의 큰아들과 우리 딸은 동갑이고, 이번에 같은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기를 바랐지만, 아쉽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둘 모두 공부를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본인들의 의지에서 스스로 하길 바라는 마음이 같아 환경 조성에 보다 초점을 두고 아이들을 교육하고자 하는 등 교육에 있어 비슷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상 깊었던 말씀은 아이들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기 전에 본인이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 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고자 노력한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에게 영상을 많이 보지 말하며 티브이를 보고 있는 본인의 모습에 티브이를 그 자리에서 떼어 버렸고, 그 이후 아이들이 책과 블록 등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보다 창의적이고 대화가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저지른 일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일이든 그 결과는 예상한 대로 흘러가는 일이 매우 드물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으로 이상적인 모습을 내는 좋은 경험을 했고, 이후 아이들과 함께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환경으로 자연스레 변화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12개월 남짓의 시기부터 아이패드를 손에 쥐어 들게 되었고, 불과 얼마 전까지는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영상을 보는 등 미디어 노출이 꽤나 많이 된 상황이었기에, 이른 미디어의 노출의 폐해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있던 가운데 매우 긍정적이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이야기였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강제로 환경을 변경하지는 않았다. 아이가 초등과정으로 올라가 처음 본 테스트의 결과물을 받아온 날,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하나 둘 읽어주며 설명을 해주었을 때 눈물을 흘리며 잘하고 싶고, 100점 맞아 보고 싶다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지금까지 약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공부하며 스스로 하게끔 함께 노력하는 중이다. 본인 스스로가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니 스스로 책을 읽고 놀이를 하는 등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이 자연스레 급격히 줄어드는 매우 긍정적인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지만 서로 다른 아이들의 반응 메들리에 자지러 지게 웃기도 하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의 핵심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현실에 벌어지는 상황에 의연하게 잘 대응하며 대처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별것 아닌 것을 별것으로 만드는 건 본인의 의지이다.'라는 결론이었다.
남자 둘이서 3시간이 넘는 수다의 시간을 가졌지만, 아마 다른 약속으로 인해 자리를 떠야 했던 상황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수다를 떨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미뤄놨던 아이의 방을 정리했다. 앞서 미디어의 노출이 급격히 줄었다고 했지만,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전과 다른 점은 티브이나 핸드폰을 보더라도 요즘 많이 보는 것이 '네모아저씨'의 종이접기 책의 연장선으로서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종이접기 영상을 본다는 점이다. 티브이를 보는 시간을 줄이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종이접기 책을 꺼내 함께 동물들을 만들어 갔고, 방과 후 수업에서 종이접기를 수강토록 하였다. 처음에는 간단한 강아지, 고양이 얼굴 접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에 맞추어 접는 것도 어려워 짜증을 많이 내던 아이였다. 3개월만 하더라도 종이 낭비가 심해 재차 펴서 무거운 것으로 눌러 놓고 다시 재활용을 하는 등 살림살이를 아껴왔을 정도로 종이 접기에 엉망진창이었다.
그런데 오늘 방을 정리하며 최근 접어둔 종이접기의 결과물을 보고 많이 놀랐다. 매우 세모, 네모 반듯하게 접혀있고, 선에 정확하게 맞춰 접은 결과물을 보며, 본인이 좋아하고 하면서 즐거운 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다양한 기술과 재능을 터득할 수 있게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항상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께서 하시던 말씀이 있다. '잘하고 싶고, 잘할 수 있는 하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즐기는 것이 되는 그런 일을 하고 살아라'. 어떤 것을 할 때 즐거운 놀이처럼 여겨지는 것을 하면 그 과정이 즐겁기에 효율적이고, 그 결과 또한 좋은 결과를 낳을 확률이 매우 높다. 종이접기를 할 때 따로 옆에서 설명을 해준다거나 도움을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 스스로 영상과 책을 보며 해석하게 되었고, 그것을 다시 손으로 접어가며 만들어 냄으로써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재미있으니 같은 모양을 접고 또 접어 같은 모양의 다양한 종이접기 결과물이 거의 백 개 정도 쌓여있었다. 반복을 통한 보다 정교해지는 과정을 몸소 경험한 것이다.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고, 얼마 전까지는 그림 그리기였다면, 지금은 그냥 이것저것 하고 놀다가 조용하다 싶으면 종이접기 하고 있는 그런 상태인 걸 봐서는 종이접기 그 자체가 매우 재미있고 즐거운가 보다.
다음 주면 뮤지컬 공연이다. 내일 공연 전 마지막 수업이기에 지난주 선생님의 신신당부의 말씀이 있었기에 뮤지컬 연습을 했다. 그제는 거의 10번 정도의 울음을 터뜨렸고, 어제는 반은 졸면서 연습을 했는데, 오늘은 연습 내내 웃으면서 했다. 어제 연습할 때 앞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나와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을 했고, 나 역시 소리치지 않고 재미있게 하겠다고 약속을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틀린 것을 지적하고 수정해 주려 하면 짜증부터 냈던 아이는 다시 연습을 했고,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체득하여 정확한 대사와 노래를 하는 빈도가 급격하게 늘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지적하는 빈도는 현격하게 줄었고, 30분도 안되는 시간에 연습을 마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혼내고 소리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을 절대로 불가능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학습을 하고 연습을 할 때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빠르게 이끌어 내는 방법은 '칭찬'의 반복인 듯하다. '할 수 있다'라는 말로 서문을 열고, 함께 연습을 하며 '잘 하고 있다'라고 칭찬을 곁들이면 보다 빠르게 가속도를 붙이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엔 시키지 않아도 본인이 조금 더 해보겠다고 자청을 하는 등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제의 약속이 효과가 있었을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오늘 학교에서 퀴즈를 봤는데, 아이가 지난주와 달리 이야기에 집중을 하고 잘 기억하고, 퀴즈의 문제도 곧잘 잘 풀었다며, 최근의 일취월장하는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았고, 집에서 많은 부분 연습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잘 이끌어 주는 듯하다며 감사의 인사를 해주셨다. 사실 공부를 하러 가는 곳은 학교이고, 최근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이유는 학교에서의 공부와 친구들과의 교우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하기에, 선생님께서 먼저 보내온 감사의 인사에 오히려 머쓱했다.
최근 아이의 다양한 발전된 모습을 보고 있고, 오랜만에 본 동생네 가족,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통해 아이가 늦기는 했지만 많은 부분 따라와 주었고, 이제는 걱정을 내려놔도 될 만큼의 상황까지 성장한 듯하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모습을 매일 같이 보여주고 있고, 전과 달리 본인의 의견이나 생각, 그리고 본인이 학교나 학원에서 하고 온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빈도도 많이 늘고 있어 2024년의 마지막까지 지금처럼 함께 노력한다면 내년부터는 아이가 또래들보다도 잘 하는 부분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오늘의 하루 일과 마지막은 가족이 함께하는 요가다. 오늘 성용이와의 만남도 있었고, 다른 것들 정리하는 것이 있어 일과 중 요가를 하지 못해 와이프에게 퇴근하면 같이 요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오늘의 요가는 숨 쉬는 고래 선생님이 아닌 에일린 선생님의 「바쁜 내 삶의 휴식 같은 인요가」이다. 에일린 선생님의 영상은 숨 쉬는 고래 선생님의 영상보다는 조금 더 운동에 집중하는 느낌이다. 숨 쉬는 고래 선생님의 요가 도중 전달하는 말씀이 명상을 함께하는 느낌이 든다면, 에일린 선생님의 요가 영상은 동작을 다양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느낌을 준다.

오늘은 아직 독서 50페이지를 하지 못했다. 우선 블로그 글을 올려두고 남은 독서 50페이지를 하고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오늘 성용이와의 대화를 하는 도중 김종원 작가님의 말씀을 많이 새겨 듣고 상대를 위하는 진심과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하여 말하기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와이프의 조언에 따라 나만 말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고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자 중간중간 말을 일부러 끊고 들었다.
매일 같이 변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스스로 느껴진다. 이제 5일 차이지만, 100일이 되면 정말 많은 것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있지 않을까 설레발을 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