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육아 일상

[육아 일상] 유치원 입학

시나브로 상승 2023. 3. 3. 14:05


어제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을 했다. 다행히도 아이는 인터뷰 때 좋은 태도를 보여 원하는 유치원에 입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제 여행을 다녀오고 여독이 풀리지도 않은 채, 밤늦게 유치원에서 안내를 해준 준비물 지참 내역을 보고 저녁도 나가서 먹을 겸 쇼핑을 다녀왔다. 미리 준비를 했어야 함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준비하고 즐겁게 다녀오는 것이 먼저라는 핑계로 미뤘던 것을 부랴부랴 하려니 너무 대충 준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은 아이가 맘 편히 뛰어놀고 숙제가 없는 곳으로 가길 바랐고, 그러한 유치원에 보내게 되어 매우 만족을 하고 있기에, 아이의 준비물품 하나하나에 이름을 적어 넣으면서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두 시간이라는 시차 때문인지, 원래 늦게 자던 버릇 때문인지 아이는 11시가 되어야 잠이 들었다. 어린이집처럼 아침에 간식을 주는지 모르기에, 7시 30분에 아이를 깨워 같이 밥을 먹었다. 9시 30분까지 등원을 시키면 되기에, 시간이 여유롭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이게 웬걸, 만날 입히는 옷들이 아닌 원복을 입히려니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닐뿐더러, 평소에는 대충 묶어서 보냈던 머리가 삐쭉 나온 것도 거슬려 몇 번을 다시 묶다 보니 첫날부터 지각을 하게 될 정도로 시간이 지연되었다. 결국은 처음보다도 못한 모양으로 머리를 묶어 부랴부랴 짐을 싸 짊어지고 차로 내려갔다.

와이프에게 아침에 원복을 입고 가방을 멘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로 했지만, 첫날부터 지각을 시키게 될까 조바심에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부랴부랴 아이를 카시트에 태우고 요리조리 달려 가까스로 정시에 도착을 딱!

첫날이라 그런지 셔틀버스가 좀 더 늦게 도착을 하여,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친구들과 함께 손을 잡고 함께 등원을 하여 안심이 되었다. 첫날이라 분주하고 부산스러운 분위기에 아이는 "엄마 보고 싶어요"라며 칭얼 거리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다 닿는 순간, 몇 번을 와본 곳이라고 얼굴에 미소를 띠며 손을 끌어당기며 앞장서는데, 어린이집이 아닌 곳에 와서 적응을 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까 걱정했던 것이 기우가 되어 안심이 되었습니다.

준비를 해주시는 코디네이터 선생님께서 이름을 물어보자 자신 있게 이름을 이야기하고는 선생님이 건네주시는 이름표를 목에 걸고 나니 자신감이 들었는지, 손을 흔들며 이젠 아빠 잘 가란다.

많이 컸다 우리 딸. 그래도 걱정이 되어 담임 선생님을 잠시 뵙고 딸아이에 대해서 3가지 정도 당부를 드리고, 나머지는 메시지를 통해서 말씀을 드리겠다 하고 돌아왔다.

다행히 아침부터 하원 시간까지 별다른 메시지가 없었던 터라 안심이 되었다.

하원하는 버스가 저 멀리서 오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했다. 잘 지내고 왔을까? 울고 오진 않을까? 오늘 걱정만 쓸데없이 너무 많이 했다. 아이는 셔틀버스를 타고 오는 20분여 동안에 깊은 잠에 빠져들어 있었고, 버스에 올라가 아이를 둘러메고 집까지 안고 오는데도 미동도 없이 깊이 잠이 들은 채 올라왔다. 침대에 눕히자 여기는 어디인지 잠시 눈을 뜨고는 날 보고 환하게 미소 짓고는 이내 다시 이불을 끌어당기며 눈을 감는다.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을 자고 오기에 하원을 하더라도 에너지가 넘쳤는데, 유치원에서는 그렇지 않기도 하거니와 아직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듯하여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었나 보다. 그래도 잠을 깊게 들지는 못하고 바로 깨서 슬그머니 나와 나를 보고 찡긋하고 웃는다.

"오늘 어린이집이 아니라 유치원을 갔는데, 어땠어?"

"오늘 진짜 재미있었어요" 의외의 답변이었다.

"뭐가 제일 재미있었는데?"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었어요."

"남자 선생님은 안 무서웠어?"

"쪼금 무서웠어요."

"여자 선생님은 어땠어?"

"여자 선생님은 좋았어요"

아직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재미있었고, 그 상황이나 느낌을 문장으로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못하지만, 처음 가는 유치원에서 주눅 들어서 말 못 하고, 즐기지 못한 채 힘들어할까 했던 걱정과 달리 '재미있었다', '밥도 잘 먹었다' 등등 유치원 첫날 등원의 소감이 긍정적이기에 괜스레 고마우면서도 뭉클했다.

유치원에서 싸준 간식을 같이 먹으면서 하나 둘 더 물어보려 하니, 이제 그만 물어보라고 해서 거기까지만 했다. 원복을 벗자니깐 그건 싫단다. 유치원이 좋은가 보다. 간식에 있던 쿠키를 먹다가 가루를 흘려서 벗어야 한다니 그때야 벗더라.

그리고 일주일에 1번 하는 구몬 선생님이 오셨는데, 수업 후 선생님께서 아이의 수업태도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특히 이번 주에 더 많이 좋아졌다는 말씀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보육과 교육의 장소라는 차이가 있다고 하던데, 아이도 이제 유치원생이 되었으니 교육을 잘 받아 어린이로 성장을 하는가 보다.

오늘 아침에는 체육복을 입고 등원하는 날인데, 자다가도 유치원 가야지 하니깐 10분만 더 자겠다고 하고는 10분이 되니 일어나 준비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잽싸게 나갔다. 오늘은 체육활동이 많은 날이라 좀 더 머리를 짱짱하게 묶어서 보냈는데, 과연 헝클어져서 올지 모르겠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점심에 낮잠 재우고 나면 다시 너무나도 이쁘게 묶어 주셨었는데, 어제는 아이가 돌아노는데 사자 머리를 하고 와서 놀라기도 했었다.

아침에 아파트 앞에서 동갑내기 1명과 언니 2명과 함께 셔틀버스를 기다리니 기분이 좋았나 보다. 말로는 표현 못 하지만 깔깔대며 웃고 하니깐 다른 애들이 놀라긴 하더라.

아무튼 이제 어린이집이 아닌 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가 되니 또 감회가 새롭다. 새벽에 잠깐 깼을 때 깜박 잊고 쓰지 않은 핸드아웃이 기억나 고민을 해가며 답을 써 내려갔다. 나도 영어 공부를 할 겸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모든 답변을 써 내려갔다. 답변 쓴 내용을 와이프에게 보내놓고 자려는데 와이프는 그 시간에 깨더라. 그리고 읽어보고는 글씨를 왜 이렇게 못 쓰냐고 타박을 한다. 안 써 버릇하니 안 써진다. 나도 타이핑으로 쳐서 보내고 싶다고... 그리고 꼭 칭찬을 하면 될 것을 그렇게 멋쩍게 그런다니...

어린이집에 등원 시키는 것보다 셔틀버스를 이용하게 되니 훨씬 수월하고, 무엇을 배우는지, 내용을 볼 수가 있어서 좀 더 재미도 있다. 그리고 선생님과 영어로 소통할 수 있으니, 나도 영어를 쓸 일이 많이 없었는데, 그나마 쓰게 되니 그 부분도 좋다.

선생님은 메시지의 마지막 문단을 이렇게 끝마치셨다.

"We are excited to get to know all of the parents, so we can do everything it takes for your child to learn well. This will be an awesome year!"

맞다. 올해는 참으로 기대가 되는 굉장한 한 해가 될 것만 같아서 나도 흥분되고 즐겁고, 우리 아이가 잘 지내고 배울 수 있도록 열심히 도움을 주는 한 해를 보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