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육아) 언제 이렇게 훌쩍 컸니?

시나브로 상승 2020. 11. 16. 23:21

 

방금 아이를 재우고 나왔습니다.

 

추석 연휴를 전후하여 아이가 동영상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해졌었어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추석 연휴 막바지 즈음부터 9시 이후에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을 멈추고 잠자리에 드는 수면 교육을 뒤늦게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 완강히 거부하던 아이가 3일 째 부터는 동영상을 그만 보고 들어가자고 하니, 핸드폰이나 아이패드에 '빠이빠이' 하고는 인사를 하고 침대로 함께 갔어요. 좀 덜 지쳐 보일 때는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키기도 했고요. 침대로 가더라도 한참을 침대 위에서 놀다가 잠을 자긴 했지만, 그래도 동영상을 찾지 않는 아이가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3일 정도 후부터는 하나의 루틴으로서 9시를 좀 지나서 그날그날 본인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은 더 볼 때도 있지만, 좀 더 본다고 했을 때는 한두 편 정도만 더 보고 바로 인사를 하고 스스로 전원을 끈 후에 건네주는 교육이 잘 되었습니다.

 

그렇게 수면 교육을 한 지 벌써 한 달 반이나 지났네요. 아이가 손을 타다 보니 18개월 즈음까지는 거의 안아서 힘겹게 재우곤 했습니다. 열이 많은 아가인데 안아서 재우다 보니 한 번 재우고 나면 몸에 땀이 흥건하게 젖을 때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에어컨 앞에서 재우면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꾹 참고 재웠어요. 가끔 문을 열고 바람이라도 불어주길 바랐고, 나중에 서큘레이터를 장만하여 저 멀리 두고 잠을 재우기도 했어요.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어린이집을 다녀온 후 아이패드를 찾지 않고는 엄마 아빠와 함께 뛰어놀았어요. 혼자서도 기분이 굉장히 좋은지 여기저기 뛰어놀고 세이펜을 가지고 카드를 찍어가며 노래를 부르고 오늘만 같아라 하고 바랄 정도로 보기 좋은 모습을 보였어요. 최근 코감기와 목감기가 같이 와서 고생을 좀 하였었는데, 거의 다 나아가서 그런지 굉장히 업된 텐션으로 방방 뛰면서 엄마, 아빠가 걱정을 하게 만들었지요. 아랫집에도 아가가 태어나서 밤늦게 뛰게 되면 아가가 깰까 봐 걱정이거든요. 그래서 재빨리 안아 매트리스 위로 올려두고는 딸아이가 좋아하는 '아기 상어' 노래를 부르며 함께 율동을 하였어요. 기본은 3번이네요. 3번을 부르고 난 후 이제 침대로 가야 할 시간이라고 하니 엄마 아빠 양손을 잡고 같이 침대로 안내를 해주네요. 그렇지만, 여전히 잠을 자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어요. 이리저리 침대를 뒹굴뒹굴하기도 하고, 침대 머리맡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책을 가져와 여러 장 넘겨보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생일선물로 받은 랜턴을 켜서 천정에 쏘아가며 '우와, 우와' 감탄사를 연거푸 내 뱉네요.

 

여전히 잠을 잘 생각이 없어 보여, 딸아이에게 "시윤아, 아빠가 오랜만에 안아서 재워줄까?" 하고 물으니 "응"하고는 안아달라고 팔을 벌렸어요. 딸아이를 안으니 고개를 어깨에 기대고는 잠을 청해보려 하네요. 추석 때까지만 해도 어깨에 얼굴을 기대면 편안한 자세가 나오곤 했는데, 그 사이 좀 더 컸는지 고개를 좀 더 숙여야지만 어깨에 기댈 수 있네요. 자기도 불편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편한 자세를 찾네요. 거실에 나와 "아빠가 작년 이맘때 즈음에 시윤이를 안으면 쪼꼬미여서 가볍기도 하고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그랬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하고 말하면서 작년 이맘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스쳐 지나가면서 기분이 묘해졌어요.

 

딸아이는 늦게 기기 시작했지만, 돌 언저리 즈음 소파를 잡고, 침대 머리맡을 잡고 일어서더니 기는 기간은 적었지만 걷기 시작한 것은 그리 늦지 않은 시기에 했었던 기억부터, 잠을 자기 싫어서 어찌나 발버둥을 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내며 울었었는지, 새벽 1~2시까지 뜬 눈을 지새우며 겨우겨우 잠재웠던 기억이 나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중이염이 생겨서 열도 나고 힘들어서 못 잤던 것이어서 맘이 많이 아팠던 기억도 났어요.

 

딸아이를 재울 때 섬집아기, 과수원 길, 곰 세 마리 등등 잠을 재울 때 불러주던 노래며, 아빠만의 자장가인 '잘 잔다 잘 잔다 잘 잔다', 그리고 사물놀이 박자에 맞춰 엉덩이와 등을 토닥토닥해주면서 재우던 것을 하나하나 해주면서 "시윤이 아빠가 이렇게 재워주던 거 기억이 나?" 하고 물으니 눈을 감고서는 "응"이라고 대답을 해주네요. 딸아이도 자세가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싫지 않은 기분이네요. 한쪽 다리를 아빠 어깨에 올리고 웅크려서 나름 옆으로 주워 편안한 자세를 만들고는 눈을 지그시 감네요.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재워보고, 옆으로 눕혀 안고 재워보니 작년 이맘때보다 거의 1.5배 이상 길어진 키와 3킬로 이상 무거워진 몸무게가 실감이 나네요. 올해 초부터 코로나로 인해 작년만큼이나 밖으로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만 있었고, 핸드폰을 보여주면 득달같이 달려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틀어달라 보채는 바람에 작년에 비해 사진이 없었는데, 부모님께 오늘 딸아이가 노래 부르는 것을 찍어 보내드렸더니, 딱 1년 전 오늘의 딸아이 사진을 보내주셨네요. 1년 전 사진 속의 아이와 안겨 있는 아이를 비교하니 참으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고, 매일 보는 딸아이가 훌쩍 큰 것을 실감하게 해주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딸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 하고 느끼게끔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었네요. 요즘 주식 시장을 분석하고, 다름대로의 방법론을 구현해 본답시고 딸아이에게 관심을 덜 보였던 것이 괜히 미안해지고, 또 잘 자라고 있는 딸아이가 고맙게 느껴지는 밤이네요.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안아서 재워줄 수도 없을 만큼 더 훌쩍 크겠죠? 태어날 때 바랐던 것처럼 항상 건강한 아이로 잘 자라주기를 다시 한번 바라봅니다.

 

"시윤아~ 아빠는 시윤이를 너무너무 사랑해요~♡ 앞으로도 엄마랑 같이 우리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