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언어 교육

[육아] 기초를 위한 절대량, 그리고 재미를 위한 자신감

시나브로상승 2025. 6. 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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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아이는 학습지 선생님의 권유로 한국어능력검정을 해보았다. 아이의 또래보다 1살 낮은 등급을 선택했고, 아이가 시험을 치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사실 그 전 주에 한 번 환경에 익숙하기 위해 모의고사를 치른 바 있다. 그 때에도 지문을 읽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닌 경우가 있었고, 문제의 질의 조차도 파악하지 않고 푸는 경우도 있었기에, 시험을 보기 전에 당부를 해 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치르는 동안 문제를 읽기는 하지만, 문제에서 질의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된 후 지문을 읽는다든지, 지문 자체를 읽지 않는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며, 총 20문제 중 8문제만 맞추고 12문제를 틀린 것 같다. 그 8문제 조차도 지문을 읽었다는 느낌보다 찍었다는 느낌에 가까웠다.

 

시험을 마치고 와이프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실의 상황을 부정하고 싶을만큼 그 동안 아이 옆에서 교육을 해오던 나 자신에 대한 화가 많이 났었나보다. 와이프는 화내지 말라고 했고, 난 아이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기에 화나지 않았다고 했었지만, 말에서 새어나오는 나의 감정은 고스란히 묻어 나온 듯 하다.

 

아가 때 언어에 많이 노출되고 입력이 많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부분이 이렇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치 못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어른이 되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경우에서 보듯 언어 능력은 시간이 다소 더 걸리겠지만 키워낼 수 있고, 무엇보다 공부는 스스로 의지가 생겼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당사자로서, 아이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또 현재의 상황에 맞게 해 나가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기에 조금 더 분발해 보자고 약속했다.

 

아이도 적잖히 시험 후에 본인의 실력에 당황한 것 같다. 시험을 보고 부모의 눈치를 살피는데 둘이 심각한 상황같이 대화를 오가니 아이 스스로도 다소 불안했거나 혼이 날까 두려웠거나 했었던 것 같다. 스스로 언어에 대하여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는 터라 창피하기도 하여 복합적인 감정으로 아이 스스로도 무언가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전보다 아이의 언어 능력에 대하여 가족 전부가 달려들어 포기하지 않고 빠르게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끌여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아이가 푹 빠져있었던 미디어에 대한 노출부터 제한을 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여 활자에 노출 시켜 주는 것으로 빠르게 치환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향으로 환경을 바꿔보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에 좀이 쑤시는 경우 밖으로 나가서 함께 노는 것으로 영상으로 부터 얻는 도파민 자극을 운동을 통해 채워보도록 했다.

 

어찌보면 당연히 그랬어야 할 것이었지만, 부모로서 응당 해주었어야 할 환경의 조성이나 도움에 부족함이 많았던 것이다. 아이의 언어 능력이 부족한 현 상황에 대하여 아이를 나무라는 걸이 아닌 우리 부부의 부족함에 스스로 화가 났던 상황이다.

 

그렇게 아직 한 달이 충분히 흐르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아직까지 미디어에 노출되지는 않고 았다. 아이도 부모와의 약속을 잘 지켜주고 있고, 함께 책 보고, 숙제하고, 나가서 놀고 하는 것을 잘 따라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2주 정도 되었을 때 느낌으로는 전보다 읽는 속도가 많이 빨라지고, 발음이 보다 정확해 졌으며, 무엇보다도 아이 스스로 발화하는 빈도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에게 문장으로 말할 것을 많이 주문하는데 하루는 아이가, "아빠 문장이 모야?" 하고 묻는데,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아이는 문장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문장이 무슨 뜻인지 몰랐구나? 문장은 단어, 그러니까 딸기, 바나나, 사람, 비행기, 뛰다. 파랗다. 예쁘다처럼 하나하나 의미를 지닌 말이고, 그 말들이 모여서 '나는 딸기를 좋아합니다.'처럼 단어들도 어떤 의미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말의 묶음을 문장이라고 해. 영어로는 단어는 예전에 아빠가 숙제할 때 알려줬듯이 vocabulary이고, 문장은 sentence라고 해. 그래서 숙제할 때 보면 write a sentence, 또는 make a sentence라고 나왔던 거 기억나?"

 

"응."

 

"'응'이라고 하는 것보다, '응. 나는 숙제할 때 그런 문장을 본 것이 기억납니다.'라고 한다면 보다 명확하고 정확하게 상대방에게 의미가 전달이 돼. 그게 바로 문장이야. 당장 이해는 잘 안가지? 요즘 학교에서도 학습지에서도 공통적으로 '누가(who), 언제(when), 어디서(where), 무엇을(what), 어떻게(how), 왜(why)' 6가지를 연결해서 말하는 것 배웠지? 그게 바로 문장을 구성하는, 아 만드는 것들이야. 가령, 아까 말한 '나는 딸기를 좋아합니다.' 이 문장에서는 누가(내가) 무엇을(딸기를) 어떻게(좋아합니다) 이렇게 3가지 단어를 묶어서 문장을 만든거지. 영어로는 I like a strawberry. 한국어에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순서로 말했지만, 영어에서는 누가 어떻게 무엇을의 순서로 말했지. 그게 다르지만 어쨌든 3가지가 필요한 건 같은 거지? 이제 문장으로 말해보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겠어?"

 

사실 위의 말을 할 때 아이는 문장의 요소나 문법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을 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내 뱉도록 하는 것에 어찌보면 위배되는 설명이긴 하였지만, 아이의 질문에 보다 자세하게 말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았고, 마침 학교와 학습지에서 문장의 요소를 힌트로 주고 빈칸을 채우는 문장만들기를 배우고 있던 터라 이러한 설명을 해주었다. 결과적으로 아이는 이 말의 뜻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한 것 같았고, 문장으로 말을 해보라고 했을 때 전보다 훨씬 더 많이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2주가 지났을 무렵 아이는 영상에 대한 미련보다는 책를 주위에 가져다 두는 모습, 그리고 심심할 때는 종이를 가져와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 놀이를 하며 혼자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노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전에는 흔한남매 등의 만화책을 볼 때 그림 위주로 봤다면 활자를 읽어가며 조금 더 집중하고 읽는 모습을 보인다. 영어 책의 경우에도 말을 하며 읽을 때 발음 또한 훨씬 정확해지고 읽는 속도도 빨라졌다.

 

읽기 능력이라는 것 중 소리를 입 밖으로 내는 발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초반 2주의 학습이었다면, 그 다음주인 3주차에서는 내용을 이해하고, 어떤 내용이었는지 스스로 해석해보고 조금 더 나아가 이후의 내용을 읽기 전 상상을 해보는 추론 부분도 시작을 해보고 있다.

 

일단 글을 읽고 해당 내용을 기억을 한 후 내용 그대로 문장을 찾아 빈칸을 채우는 것은 금세 잘 따라하고 있다. 다만, 문장을 변형한다거나 이후의 내용을 먼저 말하는 것은 아직은 다소 어려워 한다. 책의 내용이나 학습지의 내용에서 문학과 관련된 지문은 아직 50프로 이하의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학관련 지문과 수학 숙제에서 나오는 것의 경우에는 처음보는 단어들이 있거나, 문장이 길어지더라도 훨씬 더 정확히 해석하고 질의와 출제 의도에 맞게 문제를 곧잘 플어낸다.

 

아이의 성향이 문과보다는 이과적 성향이 두드러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숫자에 자신감을 조이는 아이이다 보니 자연스레 나오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저녁 자기 전 학교 숙제로 도형이 시작되어 다양한 도형을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거나 퍼즐을 풀어내는 것을 해보았는데, 나는 아직 문제를 읽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금세 문제를 읽고 문제를 풀라고 하는 모습을 보니, 본인이 즐겁게 하고자 하고 자신있는 부분에서는 가지고 있는 능력을 100프로 이상 발휘해 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직접 옆에서 보았다.

 

아이가 3주 전과 비교를 했을 때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모습의 원천은 자신감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나는 못해, 나는 불가능해가 아닌,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만 생긴다면 앞으로 못할게 없을 것이다.

 

와이프와 지난 주말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초라는 것은 절대량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절대량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것으로의 확장과 창조라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라고 말이다.

 

항상 아이 옆에서 지내다 보면 공부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나 역시 전보다 핸드폰 보는 시간이 줄었고, 전주에 책 읽는 양이 많아졌다. 아이 옆에서 함께 책을 읽고, 함께 공부하고, 이러한 습관을 같이 길러간다면, 분명 아이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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